검찰 권력, 경찰 견제 ‘도’를 넘었다
[홍준철 기자] 무소불위 검찰권력이 위기에 처했다. 국회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에서 검찰 개혁의 칼을 갈고 있기 때문이다. 골자는 중수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신설. 검찰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개추는 검경 수사권 조정까지 거론하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인 및 검찰 출신 인사들이 다수 국회의원으로 있다는 점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일요서울] 취재 결과 검찰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행위는 교묘해 보였다. 의혹과 정황은 있지만 실체는 들어나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었다. 특히 검경수사권 조정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주 상대방인 경찰에 대한 검찰의 견제는 거셌다. 지난해 연말 기준 재적 국회의원 297명의 출신 직업을 분석해 보면 20.2%에 해당하는 60명이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이다. 다섯 명 중 한 명은 법조인 출신인 셈이다. 현재 사법부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사개추위원 다수도 법조인 출신들이다. 반면 검찰과 함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출신은 단 한명이다. 경찰서 근무를 한 한나라당 이인기(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의원 역시 24회 사시 출신으로 엄밀하게 보면 법조인 출신이다.
인력면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경찰이지만 국회의원 숫자가 이처럼 극소수인 것은 왜 일까. 경찰측에선 검찰의 보이지 않는 견제 심리가 일정부분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할때마다 검찰은 교묘하게 해당 인사를 사법조치하거나 내사를 통해 압박을 했다.
그 시작은 1999년 DJ정권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검찰과경찰은 수사권 독립으로 첨예하게 대치중이었다. DJ 정권도 검경 수사권 독립에 우호적이었다. 당시 주도적으로 나선 인물이 박희원 치안감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99년 5월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이던 박희원 치안감이 아파트 관리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당시 경찰의 수사권 독립요구를 막기 위한 표적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검찰은 “수사권 문제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검, DJ 정권 검경수사권 책임자…구속
이뿐만이 아니다. 2008년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공천 탈락 배경 역시 검찰 배후설이 나오고 있다. 허 전 청장은 서울 중구에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공천을 신청했다. 공천을 받을 경우 당선이 확실했다. 하지만 허 전 총장은 총선을 한달 앞두고 ARS 여론조사를 통한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조사를 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공성훈 부장검사)가 담당했다. 이로 인해 허 전 청장은 공천에서 탈락했고 무혐의 처리됐지만 이미 중구 지역은 전략공천지역으로 되면서 현 한나라당 나경원 국회의원이 당선된 뒤였다.
허 전 청장은 경찰 총수시절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에 적극적이었다. 허 전 청장은 2005년 1월초 “이번 검찰과 경찰간 수사권 조정 기회에 현행 권한집중형 수사구조를 민주분권형적 수사구조로 개선해 대부분의 범죄수사를 도맡고 있는 경찰이 주체적으로 국민에 책임을 지고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검찰로부터 수사 대상에 오른 최병국 경산시장에 대해서 경찰측에선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인사 청탁에 따른 금품을 받은 혐의로 올 초부터 3개월 가까이 대구지검 특수부로부터 수사를 받아 온 김모 과장이 숨지면서 세간에 화제가 된 사건이다. 특히 검찰은 최 경산시장과의 관련성도 수사를 벌였다. 김씨는 최 시장과 같은 마을 출신으로 절친한 데다 평소 시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과장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죽기전 남긴 유서에는 검찰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행시 23회 합격해 91년 최연소 경찰 서장에 올라 화제가 된 인사가 바로 최 시장이다. 한나라당으로 4대, 5대 경산시장을 지냈고 지난해 지방선거때에는 지역구 의원인 친박 최경환 의원과 등져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됐다. 최 시장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최 의원과 멀어졌다. 무엇보다 지역정가에선 김 과장 인사 청탁 사건 수사 배경에 같은 검찰 출신 모씨의 차기 시장직 욕심이 한몫 한 게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최 시장측에선 검찰 출신 정치인과 지역구 의원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한 ‘희생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경북 예천에서도 검찰 수사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현준 예천 군수의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그 배경에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경북 예천에서 ‘무슨 일이…’
이 군수는 지난해 치러진 6·2지방선거 과정에서 지역내 관급자재 생산업체로부터 선거비용 명목으로 1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적발됐다. 경북경찰청은 이 군수를 지난 1월 대구지검 상주지청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에 사건이 송치되면 통상 3개월내 1차 기소를 하게 돼 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검찰은 기소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경찰은 1000페이지에 육박할정도로 방대한 수사 자료를 통해 이 군수가 정치자금법과 뇌물수수로 기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사중’이라는 입장만 밝힌 채 일체 사건 진행상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정가에선 검찰이 이 군수를 공천한 이한성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지역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검찰 개혁의 칼을 쥔 사개추위원인데다 공천 당사자로 검찰이 눈치보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이 의원이 이귀남 법무부장관과 사시 동기라는 점도 검찰이 마음대로 수사를 하지 못하는 배경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사시 22회로 합격해 대구지검 김천지청장, 상주지청장,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지내고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한편 이 군수 수사가 유야무야되는데 경찰 출신 차기 군수 후보자를 견제하기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 군수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 원이상 받을 경우 직을 잃게 된다. 그럴 경우 차기 군수감으론 경찰 출신의 오창근 전 예천서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서장은 2006년 지방선거 때 무소속으로 출마해 41%대를 얻어 근소한 차로 떨어졌다. 하지만 2010년에는 한나라당 경선때 도의원 출신 현 군수에게 여론조사 경선에서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처럼 검찰의 보이지 않는 경찰 견제는 사법개혁을 둘러싼 검찰의 국회의원 눈치보기와 맞물려 교묘하게 진행중이라는 게 경찰측 시각이다. 또한 검경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 산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경찰 견제가 심해지다보니 조현오 경찰청장은 최근 “명령-복종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수사개시권을 확보하겠다”고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왔다. 경찰의 강경한 의지에 맞서 검찰의 맞대응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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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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