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귀국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당선된데 대해 "두 분이 선출된 것을 축하드린다"며 "국민의 뜻에 꼭 부응해서 잘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의례적이고 원론적인 언급으로 보일 수 있으나 '국민의 뜻'을 언급한 부분은 '의미있는 코멘트'로 해석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4·2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를 제대로 읽어내 당 쇄신과 내년도 총선을 향해 당의 변화를 이끌어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의 뜻'을 언급한 점은 4·27 재보선 참패 원인과 당 쇄신 방향을 놓고 벌이는 당내 갑론을박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가 당장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과 호흡을 맞추며 전당대회 등 한나라당 신임 지도부 구성과 당 쇄신의 방향을 잡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아울러 신임 지도부가 내년 총선까지 여당의 원내 정치를 이끌면서 야당과의 협상은 물론 당·청, 당·정관계에 있어서도 '국민의 뜻'이 정책에 반영되는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방향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당 개혁과 쇄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신임 원내지도부에게 신뢰를 보냈다고 볼 수도 있다.
황 원내대표가 당내 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 인사인 안경률 이병석 후보를 누르고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배경에는 당 쇄신을 바라는 소장파와 친박계 의원들의 보이지않는 지원이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유럽 출장 중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들이 있고 하니,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어, 황우여 원내대표와 협력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선거법 협상 등 주요 정치 협상을 이끌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보인다.
내년 12월 대선을 준비하는 데 모든 정치적 시간표가 짜여져 있는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한나라당의 체질 개선과 쇄신을 위한 자신의 역할론 주문에 답하는 것보다, 국민들에게 보여줘야할 '대한민국의 모습'이 더욱 중요할 지 모른다.
아무튼 한나라당의 위기가 이명박 정부의 위기인지, 보수진영의 위기인지 박 전 대표의 5월 정국 정세분석 결과가 주목된다. 박근혜 역할론의 향배는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은식 기자 es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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