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2009년 2인극 페스티벌에서 흥행 최대 성적을 기록한 연극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이 2011년 극단작은신화 25주년 기념 공연으로 선택돼 다시 한번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독특한 소재와 세심한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 호흡 등 모든 것이 잘 버무려진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은 그동안 평단과 연극 팬들의 호평을 누리며 재공연 문의를 쇄도하게 받아왔다.
2012년 세 명의 배우가 선사하는 세 가지 색깔을 맛 볼 수 있는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은 오랜만에 만난 웰-메이드 국내 창작극으로 의미가 크다. 고전이나 외국 번역극에 치중된 연극이 대부분인 대학로에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은 국내 창작극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바램을 모으고 있다.
오리지널 캐스트 배우 임형택이 달변의 영업사원으로 캐스팅 됐고 그 외에 배우 서현철, 손종범이 합류했다.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을 쓴 김숙종 작가는 2010년 김상열 연극상 수상과 더불어, 활발하고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건재함을 자랑하고 있다. 최용훈 연출 역시 일상속에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말과 행동에서 ‘사람’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예리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은 그 제목이 주는 친근한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치밀한 구성과 전개로 섬뜩함을 더하게 한다. 공연의 말미에 관객에게 던지는 충격은 오히려 인간에 대한 측은함과 쓸쓸함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가정식 백반 맛있게 먹는 법’은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게 던진 선의의 거짓말, 의미 없는 약속, 기억에서도 잊혀질 싸구려 동정심이 결코 희망이라는 달콤한 결과를 기약하는 것이 아닌, 폭력과 독이 될 수 있음을 극단적이고 신랄하게 보여준다.
본 공연과 마주하는 내내 우리는 그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토록 먹음직하게 담아 낸 군침 도는 밥상을 받고 앉아 있게 될 것이다.

줄거리:
크게 유명하지도 잘나가지도 않는, 한 소심한 만화가의 집에 도서판매 영업사원이 방문을 한다. 화장실 이용을 구실로 만화가 집에 들어온 그는 영업사원 특유의 친화력으로 만화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백과사전 전집을 판매하고자 한다. 집요하게 설득하는 영업사원의 달변에 만화가는 급기야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가족이 없어 ‘가정식 백반’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만화가는 최근 가정식 요리를 배우고 있다면서 영업사원에게 같이 점심을 먹을 것을 권하는데…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