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렬 회장‘애물단지’ 감싸는 이유
이웅렬 회장‘애물단지’ 감싸는 이유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07-24 09:39
  • 승인 2012.07.24 09:39
  • 호수 951
  • 3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오롱, 네오뷰 유상증자 또

10년 넘게 적자만…연이은 유상증자로 1000억 원대 출자
“OLED 사업은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자금 지원 계속

[일요서울 ㅣ 강길홍 기자]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이 10년 넘게 적자만 보고 있는 네오뷰코오롱에 자금을 쏟아 붓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2000년 설립된 네오뷰코오롱은 OLED 제조업체지만 설립 이후 수익을 내기는커녕 자금 수혈로 연명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코오롱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 유상증자에 참여해 190억 원을 출자했다. 더군다나 네오뷰코오롱이 싸워야 할 상대가 삼성과 LG라는 점에서 미래도 다소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네오뷰코오롱에 집착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코오롱은 2000년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진출을 선언하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조업체 네오뷰코오롱을 설립했다. 네오뷰코오롱은 2000년 대 중반부터 이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AM 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를 개발해왔다. 기존의 PM OLED(수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서 수익창출에 실패한 뒤 차세대 사업으로 AM OLED 개발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은 2007년 4월 코오롱그룹 창립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그룹의 제2의 도약을 위해 차세대 디스플레이(AM OLED)사업을 육성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오롱은 2010년 11월 AM OLED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다. 2007년 12월 2.2인치 AM OLED를 개발하고 2008년 12월에는 시생산까지 마친 상황에서 사업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경쟁상대인 삼성과 LG에 맞설 수 있는 기술력이나 자본이 변변치 못하다는 내부 지적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의 특성인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초기 투자자금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제품을 양산한다 하더라도 이를 판매할 수 있는 매출처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기술적인 노하우 부족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투명 OLED’ 돌파구 삼아

하지만 코오롱은 OLED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AM OLED에 대한 기술개발 및 제품개발을 중단하는 대신 투명 OLED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의 PM OLED 생산라인도 AM OLED가 아닌 투명 OLED로 교체했다. 투명 OLED는 유리처럼 빛을 투과시키면서 광원이 필요 없는 디스플레이다. 네오뷰코오롱은 투명 OLED를 앞세워 휴대폰 보조 화면과 자동차 디스플레이, 카메라 뷰파인더 등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콘셉트카의 계기판에 네오뷰코오롱이 개발한 투명 OLED가 사용되면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네오뷰코오롱의 실적 부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21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19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같은 사정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실적은 매출 3억 원에 손실 규모는 58억 원에 이를 정도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은 네오뷰코오롱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연이은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176억 원의 유상증자에 나선 바 있으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1000억 원이 넘는 자금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지난 3월 72억 원의 유상증자에 이어 지난 13일 또다시 자금 수혈을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오롱은 자회사 네오뷰코오롱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17억8500만 원을 출자했다.

네오뷰코오롱은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을 투명 OLED사업의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확충에 투자할 예정이다.
그러나 설립 이후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고, 향후 전망까지 불투명한 네오뷰코오롱에 이 회장이 매달리는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코오롱은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네오뷰코오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코오롱은 2009년말 제조부문을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떼어낸 후, 영업현금창출력(EBITDA)이 연간 200억 원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순차입금은 3831억 원으로 2년 전보다 두배 가량 불었고, 연결기준 부채비율도 283%에 달한다.

“사업 과정의 자금지원일 뿐”
일각에선 처음부터 승산이 없는 싸움에 이 회장이 승부를 건 까닭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OLED사업은 국내 굴지의 기업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펼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상황이다. 삼성과 LG가 OLED 기술개발에 매년 수천억 원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오롱이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추진할 사업규모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전자산업 경험이 부족한 코오롱이 디스플레이 사업에 뛰어든 이유에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코오롱 측은 네오뷰코오롱의 미래를 여전히 밝게 보고 있다. 코오롱 측은 내년부터 투명 OLED를 양산할 경우 매출 1200억 원을 올리고, 다음해에는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네오뷰코오롱의 유상증자 참여는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직까지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실적을 논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ilz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