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각종 특혜 의혹에 ‘뿔’났다
박원순 시장, 각종 특혜 의혹에 ‘뿔’났다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2-07-24 03:27
  • 승인 2012.07.24 03:27
  • 호수 951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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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 9호선·우면산 터널 공무원 징계…‘상식적으로 이런 계약 맺지 않는다’

▲ 박원순 서울시장<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서울메트로 9호선, 우면산 터널 사업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 시장은 이들 두 가지 민자 사업이 서울시와 ‘MRG’(최소운영수입 보장)등을 체결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당시 계약을 맺었던 산하기관, 협상테이블에 앉았던 공무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 메트로 9호선의 운임 500원 인상 강행으로 촉발된 서울시의회 특별위원회(18명)도 두 사업의 특혜설 등을 조사하고 있다.

증인 출석 대상자들은 비상식적인 보고서를 제출한 공무원들을 비롯해, 사업의 최대 수혜자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 9호선 1대 주주 현대로템 등 다양하다.

서울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오세훈 전 시장과, 이명박 대통령도 함께 조사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상득 전 국회의원의 아들인 지형씨가 맥쿼리에서 근무한 적이 있고 송경순 전 맥쿼리 감독이사가 오 전 시장·이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맥쿼리는 국가가 민자 사업으로 진행한 고속도로, 다리, 터널 등에 자본을 지원하는 투·융자 회사(인프라 펀드)로 현재 메트로 9호선과 우면산 터널 외에도 12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매각했다. 맥쿼리가 지자체들과 맺은 사업 계약의 공통점은 맥쿼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이었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4일 우면산 터널의 ‘MRG’가 부풀려졌다는 질문에 대해 “우면산 터널 사업의 핵심에는 잘못된 예측 분석이 있었다. 당시 교통 수요 예측 분석을 내놓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시장은 “내부 감사든 감사원 감사든 (메트로 9호선에 대해) 협조해 투명하게 밝히겠다. 굉장히 불합리한 내용의 계약이 체결됐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일부 시의원들은 계약 자체가 불공정함을 증명해 맥쿼리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과 ‘지하철 9호선·우면산 터널 특혜 의혹 해소 특별위원회’가 협상테이블에 앉았던 공무원들을 조사하는 이유도 맥쿼리와 맺은 실시협약을 수정하기 위함이라는 것. 재협상은 낭비되는 세금을 막고 ‘제2의 500원 인상 강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우면산 터널의 경우 서울시가 맥쿼리와 협약을 갱신하기 전인 2004년 하루 평균 교통량은 1만3886대였다. 그러나 당시 시정연 보고서는 그해 교통량을 5만2866대(실제 4배)로 예측, 맥쿼리에 MRG를 과도하게 보장해주기에 이르렀다. 이후 못 미치는 부분은 서울시가 세금으로 메웠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시정연의 보고서는 2004년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원장을 지냈던 백용호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관련돼 있다. 백 정책실장은 이 대통령 정권 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국세청장을 역임하는 등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청계천복원지원 연구 단장으로 있던 황기연 교수는 이 대통령 인수위원회를 거쳐 한국교통연구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황 교수는 우면산 터널의 교통량 예측 연구책임자였다.

관련자 소환 계획을 수립 중인 특별위원회 역시 두 사람이 현 정권과 관련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모 의원은 대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결과에 따라 파장이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원순, 우회적으로 맥쿼리 압박

지난달 11일 증인 출석 요구안을 상정, 통과시킨 특별위원회 명부에 올라간 공무원 등은 현재 27명이다. 김문현 알투코리아 사장(당시 기조실장), 이세구 기획조정본부장(당시 도시경영연구부장), 이덕수 서울시립대 교수(당시 행정 2부시장), 강창구 서부트럭터미널 부사장(당시 지하철 건설 본부장), 정연국 메트로 9호선 대표이사, 최재숙 메트로 9호선 운영 대표이사, 이민호 현대로템 사장, 송경순 전 맥쿼리한국인프라 감독이사, 현대로템 이전 우선 협상자였던 박경자 울트라건설 회장까지도 증언대에 서게 됐다.

증인으로 채택된 27명은 8월 열릴 예정인 4차 회의부터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 5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물게 된다.

메트로 9호선과 우면산 터널에 대한 최근 진행 상황에 대해 김인호 특별위원회 의장은 “맥쿼리와 재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해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계약자와 사업자를 소환해 의혹을 해소시키는 게 우선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계약을 주도했던 공무원들에 대해 “IMF 위기가 걸림돌이었다면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를 적용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면서 공무원들의 아마추어 협상과 특혜성에 대한 의심을 함께 거론하기도 했다.

이어 김 의원은 맥쿼리를 둘러싼 특혜설, 배후설을 묻는 질문에는 “알고 있다. 입증되느냐가 중요한데 진행해 봐야 알 일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최근 맥쿼리는 광주광역시와 광주 제2순환도로에 대한 이율 대립으로 힘겨루기를 하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원상회복을 위한 감독 명령 취소 청구’ 기각 결정을 받았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맥쿼리에게 자본구조 원상회복을 요구한 광주광역시의 손을 들어준 것.

그동안 맥쿼리가 높은 이율로 지자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시선이 실질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맥쿼리는 자본구조를 협약 당시로 복구하라는 감독명령에 불복, 취소 청구까지 냈지만 불발에 그쳤다. 

광주광역시, 최근 맥쿼리에 이겨

이번에 심판을 받은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은 맥쿼리가 100% 투자한 광주순환도로투자㈜가 2000년부터 매년 투자액의 9.34% 수익률과 28년간 운영을 보장받고 있다. 하지만 통행량이 절반으로 줄면서 올해까지 11년간 1190억 원의 광주시 재정이 투입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에 광주광역시는 “높은 이자 비용으로 적자가 늘면서 시에서 보전해야 하는 규모가 커졌다”며 불만을 드러냈고 자본 구조 원상회복을 요청했다. 

행정심판위가 광주광역시의 입장에 손을 들어준 이유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공공성의 인식, 투명 경영을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와 협의해야 한다는 원칙을 중요하게 여긴 탓이 크다.

광주 제2순환도로 1구간은 1816억 원을 들여 지난 2000년 완공됐고, 개통 3년 뒤 맥쿼리로 넘어갔다. 시 사업도 적자가 나면 광주광역시가 보전하도록 계약돼 있다.

광주시가 이율 부담을 다소 덜자 맥쿼리와 민자 사업 계약을 맺은 다른 지자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부분 계약 당시 교통량, 통행료 예측 등을 어설프게 못했거나 일정 수익에 미치지 못할시 세금으로 부담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지자체들이다.

광주 제2순환도로와 비슷한 케이스는 경남 마창대교, 대구 4차순환도로,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천안∼논산 고속도로, 부산시 수정산 터널과 백양 터널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지자체의는 끈질길 협상으로 이율을 낮추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지자체가 바라는 것은 실시협약 변경과 재협상이지만 맥쿼리가 수익률 변경 또는 사업권 매입을 거부할 것이 분명해 지자체 대 맥쿼리의 불협화음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hojj@ilyoseoul.co.kr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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