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고문이 호남 출신 현역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대선 출마 경험이 있고 대중성이 높은 데다, 여전히 호남에서 상당한 고정표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 고문이 최근 몇 년간 진보적 노선을 주장해오면서 진보적 학자그룹 및 통합진보당 관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 등은 잠룡들로부터 구애를 받기 충분한 장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고문은 민주당내 경선 주자 중 누구의 손도 들어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정 고문이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공조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안 원장의 본격 대선 행보에 맞춰 힘을 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안철수-정동영’ 연대설 ‘솔솔’
정 고문은 최근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후보 개인이 아닌 ‘팀 경쟁력’이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정 고문이 밝힌 팀에는 안 원장이 항상 함께하고 있다.
정 고문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교수를 포함한 새누리당 재집권을 막기 위한 사람들이 집단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승리할 수 있다”면서 “팀의 경쟁력으로 박근혜 대세론을 넘어 팀으로 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치개혁 모임 ‘대선 주자 초청 간담회’에서도 안 원장과 관련 “새로운 세상을 준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팀이 필요하다. 팀 경쟁력이 중요할 것 같다”며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뀐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이 자리에서 “안철수 원장은 보물이다. 내가 갖고 있지 못한 점을 가지고 있는 그런 분이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에 반대한다는 확실한 뜻을 밝혔다”며 “또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우리에게 힘을 보태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고문은 불출마 선언 전까지도 섀도 캐비닛(예비내각)까지 구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가에선 ‘안철수-정동영’ 연대설이 흘러나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17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고문이 안 원장에게 제안했던 ‘공동정부론’은 거대한 조직에 안 원장이 들어오는 모습이라면 정 고문이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섀도 캐비닛은 기득권을 버리고 백지 위에 조직을 그리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상임고문직을 맡고 있는 정 고문이 당외 인사인 안 원장을 공식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겠지만 안 원장과 연대를 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당내 경선에서 살아온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에서 (정 고문이) 어떤 역할을 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정 고문은 실제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선대위원장이던 손학규 상임고문을 국무총리에, 가족행복위원장직을 맡았던 천정배 전 최고위원을 법무장관, 추미애 최고위원은 통일부 장관으로 적임이라며 예비 내각을 공개했고, 박태준 전 포철 명예회장과 김재철 전 무역협회 회장, 정운찬 전 총리, 김종인, 신국환 정세균 이계안 의원 등 구체적 실명을 거론하면서 섀도 캐비닛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책출간’ ‘방송출연’ 安 대중 정치 나서
정 고문의 안철수 지지 배경에는 안 원장의 대권 행보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도 한몫하고 있다. 안 원장은 최근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대권 출마 의지를 강하게 시사했다. 정치권에선 책 내용이 ‘대선 공약집’과 진배없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안 원장의 경우 2030세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책을 강조하며 향후 출판정치와 언론 노출을 통해 지지세력을 결집을 노리고 있다. 또한 문재인 박근혜 후보가 출연한 SBS ‘힐링캠프’ 녹화를 마친 안 원장은 본격적인 대중 정치인으로서 활동에 돌입한 상황이다.
나아가 안 원장은 민주당 후보와 야권 단일화 과정에 대비해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인사는 “안 원장이 재단을 통해서나 국민운동본부 형식의 국민참여공간을 만들어 야권 단일후보에 나선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후 2단계로 정치인 시민사회 학계 기업인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범국민 후보로서 대선 캠프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기존 제도권 정치에 불신이 ‘안철수 현상’을 낳았다는 점을 들어 안철수 진영에선 ‘정치인과 비정치인’ 구도속에 ‘민간인 출신 대통령’과 ‘정치인 출신 대통령’ 등 대선 전략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명’의 박원순 후보가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게 승리한 바탕 역시 기존 정치인에 대한 식상함이 한몫했다는 자체 분석때문이다. 안 원장의 새로운 정치실험이 2012년 대선에서 ‘태풍’이 될지 ‘미풍’이 될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