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 재무건전성 악화 PF 부실 심각한 수준
◆시장 활성화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분양가 상한제 폐지돼야
깊은 수렁에서 헤어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주택시장의 침체를 두고 (사)건설주택포럼 이상근 회장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현 시점의 부동산 시장을 두고 “건국 이래 최대 위기이고 건설업계는 지금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주택시장 침체로 건설업계의 금융 부담도 증가되고 결국 부실 금융이 늘어나는 형국”이라며 “이 상태로 계속 갈 때는 건설회사의 줄도산은 불가피한 입장이다. 중소건설업체 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회사들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이 대표로 있는 (사)건설주택포럼은 창립한지 17년째로 정부와 민간을 아우르는 주택제도 개선과 정책 제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해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기 위해 석‧박사급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룬 모임 단체다.
회원들 중에는 정부 부처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과 한만희 차관이 명예회원으로 관련 부처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실국장, 지방 자치단체 주택사업 담당 공직자와 민간 건설업계 임원, 언론인 등 약 1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이 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장기 침체 위기에 봉착한 건설 주택시장의 문제를 살펴보고, 해법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포럼의 활동이 주로 부동산 시장과 건설-주택경기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침체돼 있는 주택시장의 위기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 지금 주택 시장은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사태이고 심지어 패닉상태라고 할 정도다. 대개 주택이 우리가 보기에는 한국의 부동산이라는 것은 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주택 매매인데 전세 값은 오르는데 매매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파트는 투자수익으로 은행예금이나 주식보다는 높은 수익률이 있기 때문에 투자수요를 갖고 있는 측면이 있는데 이 모든 트랜드가 모두 무너졌다. 시장의 반응은 집을 사야 하는지 망설이는 심리 위축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태다.
외적인 경제 환경도 국제유가가 오르고 유럽발 금융위기에다 국내적으로는 대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 일정과 맞물려 주택매매를 망설이는 심리는 가중된 측면도 있다. 이렇다 보니 전반적으로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고 시장 관망세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 아파트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세였는데 최근에는 단독, 연립주택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전국 어디라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더 이상 부동산 이야기를 하지 말자는 분위기 속에 지금 전부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추세가 올해 하반기는 물론이고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들의 재무안정성 불안이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PF 부실도 심각한 수준인데 상반기에도산 위기설이 나돌았는데 아직도 가능성은 있나?
- 줄도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건설업계가 가지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 택지를 빨리 아파트를 지어서 팔아야 하는데 수요가 없으니까. 쉽게 못나간다. 그렇다보니 기존의 준공분도 미분양으로 문제인데다 새로 지어도 분양 자체가 안된다. 자칫하면 땅값의 이자도 못낼 지경이다. 공사비에 대한 부담도 커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금융비용도 증가되고 결국 부실 금융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그것이 분양이나 매각을 통해서 은행 PF금융을 원리금을 상환해야 되는데 상환 능력까지도 없다. 이대로 계속가면 건설회사의 줄도산은 불가피해진다. 중소건설업체 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업체들도 위험하다.
최근 들어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건설 주택 관련 정부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막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 지금은 정부와 기업 간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풀어서 서민 주택을 지어서 집 없는 사람들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이 보금자리 내집마련 정책이다. 그런데 이 정책은 주변 땅값만 상승시킨 결과를 초래했다. 보금자리의 경우는 저소득자 위주의 조건으로 입주하는 사람들이 한정돼 있다.
이게 사실 자칫 로또복권처럼 여겨지면서 기존의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리는 역할 내지는 물타기 효과를 가져왔다. 결론적으로 보금자리주택은 실패작이다. 보금자리 주택은 이제 LH공사나 지자체가 추진한다면 소형 임대 아파트 형태로 가야하는 것이 맞다. 그 다음으로 민간 부분은 중소형, 중대형까지 시장 수요에 따라 임대주택 위주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이런 내용을 정부에 건의를 했는데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폐지를 여전히 반대하고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는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주택시장 상황은 어떤가?
-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정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정부의 과도한 규제 중 하나가 바로 DTI와 분양가 상한제 폐지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선 정치권에서도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먼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이유는 지방의 경우 정부가 설정해둔 분양가 상한선이 만약 1000만원이라면 시장은 800만원 수준이다.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적용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러나 반대로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는 주변 시세가 2000만원이고 1500만원 수준인데 분양 상한가를 1000만원으로 제한하면 맞지 않다. 지역 특성상 땅값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다 재건축 시장은 일반에 이미 분양돼 있는 시공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처지라서 활성화 되지 못하고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정부가 이제는 분양가 상한제를 풀고 민간에 시장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회사들이 정한 집값이 안 맞으면 분양이 안 되는 것이고, 적정가라면 매매되는 시장경제로 전환돼야 한다. 부동산 가격은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하는 것이다. DTI 규제도 풀려야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된다는데 업계와 시장의 일관된 반응이다. 일각에서 DTI 규제를 풀면 가계 부채가 증가한다고 지적하는데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건전하게 만들 것이다. 제1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한도가 묶여 있으면 매입자들은 남은 자금을 구하기 위해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자에 이자를 갚는 부담으로 가계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셈이 된다.
다만 DTI 규제를 풀려서 제1금융권에서 대출한도가 늘어난 것을 이용해 주택구입 자금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경우에 대해선 은행이 부동산 직거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면 통제가 가능하다. 그래서 DTI 규제를 푸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성이 확보되고 주택 매매가 활성화되면 은행 빚을 갚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올해는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주거 복지에 대한 공약과 정책들이 다양하게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테면 반값아파트와 주택가격 공시제 등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정치권에서 나오는 반값 아파트 공약과 주택가격 공시제는 시장 상황에 안맞고 부동산을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반값 아파트를 준다면 시장 가격을 억지로 낮추겠다는 것인데 기존 아파트 소유자들이 가만히 앉아 있겠는가.
또 반값 아파트가 현실화되려면 먼저 땅값이 내려가야 하고, 친환경 표준 건축비도 자꾸 올라가는 추세다. 그 이유는 정부가 녹색성장을 부르짖고 친환경 소재 사용을 요구하다보니 건축비도 비싸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반값 아파트를 공약하는 것은 정치적인 논리일 뿐이지 현실성이 없다.
포럼에서 도시정비사업, 재개발이나 재건축의 나아갈 길을 찾아보는 모임도 준비하고 있다는데.
- 우선 정부와 지자체가 신도시 난개발을 이제 그만 중단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미 분양된 신도시가 수두룩하다. 신도시는 현재 LH공사에서 주관하는 것이 있고,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것이 있다. 신도시에 딸린 인프라 조성에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래서 신도시 개발을 그만하고 기존 인프라가 구성돼 있는 도시정비사업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기존 도시 속에 오래된 저층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프라 조성비용을 들이지 않고 정부 추가 재원도 없이도 임대주택을 지어줄 수 있다. 특히 강남 개포동 같은 지역을 언제까지 재건축 못하게 붙잡아 둘 것인가. 주변 인근 도시에 판교 신도시를 만들어 놓았지만 결국 텅텅 비어있지 않은가. 인천 송도와 영종도, 파주시에 정비된 신도시들도 모두 비어 있는 실정이다. 도시 인프라가 이미 구성돼 있는 곳에 재건축 재개발을 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택시장의 활성화 해법 중 하나로 다변화적인 패러다임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는 공급과 수요가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조절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대량생산 대량 판매 시기는 지나갔다. 수요에 맞춰 주택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무작정 공급만 늘리는 것은 시장 상황만 악화시키는 것이다. 맞춤형 개발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도 스스로 규모와 가격도 줄이고 평형대도 낮추는 쪽으로 다변화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변화 모색도 규제가 해소되지 못해 추진이 안 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들은 앞으로 토목이든 플랜트 등 전문성을 갖고 가야하고 중소업체들도 무리한 사업 추진을 자제하는 식으로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포럼을 통해 주력할 주택시장 활성화 및 제도개선 방향은?
-거듭 주장하지만 건설업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주택 시장의 침체 불안이 계속되면 국가 경제 성장에도 지장이 생긴다. 건설과 주택사업이 국가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면 고용 창출,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현 시장 상황은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첩첩산중’이다. 이런 침체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 사업도 있지만 건설업계가 가야할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냉철하게 돌아보고 사업 다변화에 역점을 두는 과제들을 연구하고 모색할 계획이다. 또 이 시대 주택산업이 선(先)분양하는 것이 옳은지 되돌아보고 새로운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의 주택을 외면하고 갈 수 없다는 점에서 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 모두 자성과 함께 되돌아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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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