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퇴임하는 박지원, 레임덕없이 마무리…차기대표 각인
원내대표 퇴임하는 박지원, 레임덕없이 마무리…차기대표 각인
  • 박정규 기자
  • 입력 2011-05-04 09:34
  • 승인 2011.05.04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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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원내대표 경선을 위한 열띤 경쟁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은 6일, 민주당은 13일에 각각 경선을 실시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양당 원내사령탑으로서 호흡을 잘 맞춰 왔던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서의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후임 원내대표에게 바통을 넘길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박 원내대표의 경우 4·27 재·보궐선거의 막후 지휘를 통해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등 임기 마지막까지 최일선에서 직접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박 원내대표는 '레임덕'이란 말을 한번도 듣지 않고 있다.

박 원내대표의 임기는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오는 13일까지다. 1년간의 원내대표 임기를 무사히 끝내가고 있는 시점에서 여야, 정부간 한·유럽연합(FTA)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나서 '빅딜'을 진행하는 등 왕성한 정치력을 보여 주고 있다.

그가 임기에 관계없이 이처럼 왕성한 활동을 잘 보여 준 사례는 지난 4·27 재보선거에서다. 박 원내대표는 성남 분당을에 직접 출마한 손학규 대표를 대신해 매일 각 선거지역을 돌며 직·간접 지원에 나섰다.

특히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최문순 후보에 대한 후원 협조를 당 소속 의원들에게 요청하자 앞다퉈 나선 의원들이 적잖았다.

지난달 13일 의원들에게 최 후보 선거를 위한 후원금을 요청하자 한 주일만에 76명의 의원이 각각 1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보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또다시 부족한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의원총회에서 나머지 10명의 후원을 요청, 이틀만에 86명의 의원 전원이 후원을 할 정도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달 2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장소가 강원 강릉이었음에도 불구, 현역 의원 41명이 참석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86명의 의원 가운데 절반은 분당을 지원하고, 절반이 참석하기로 정한 점을 감안하면 거의 전원이 의원총회 참석을 위해 강릉으로 이동한 셈이다.

선거 직전 적발된 한나라당 강릉 펜션 불법선거운동 현장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직접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들에게 현장을 안내하는 등 분위기를 주도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현장을 지휘하면서 '저격수' 역할까지 한 박 원내대표의 활동은 임기 내내 이어져 왔다. 지난해 잇달아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 및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등을 내리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과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을 향해 "정치에서 손을 떼라", "정계에서 은퇴하라"고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차남의 서울대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 논란 당시에는 제보 출처를 청와대로 지목하는 '역공'에 나서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당 안에선 국회가 열릴 때마다 박 원내대표가 직접 의원들의 출석률을 단속하고, 출장금지령을 내릴 정도로 의원들의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챙겼다.

특히 그는 국회 본회의 등 출석률을 체크하면서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의원들의 출석을 독려하고, 심지어 지난 연말에는 본회의 및 의원총회, 각종 집회 등의 의원 출석률을 공개하는 '시어머니'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군기잡기'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난해 말 장외투쟁 정국 이후 의원들의 외유를 금지하면서 의원들의 단합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적극적이고 탁월한 원내대표 활동으로 탄탄하게 당내 입지를 굳힌 그는 차기 당권 주자 중 유력 주자로 각인됐다.

또 이번 차기 원내대표 경선 후보들 가운데 일부는 박 원내대표와의 관계를 과시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기도 한다.

지난 1년간 분주한 활동 속에 박 원내대표는 결국 한·EU FTA와 같은 민감한 현안까지 손수 마무리하며, 다음 정치지형을 구상하고 있다.

비준동의안 통과를 반대하는 다른 진보야당들은 박 원내대표를 지목, 비판하고 있지만 이는 후임 원내대표에게 어려운 숙제를 넘기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가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박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임기 마지막까지, 한·EU FTA까지 결국 처리하게 됐다"며 "임기 내내 업무밀도가 너무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원내대표에게 어려운 난제를 그냥 넘겨줘 시작부터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해결하고 가자는 배려"라며 "국민의 70% 이상이 국회 비준을 찬성하는 데 소신껏 (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박정규 기자 pjk7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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