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으로 정치지형 송두리째 바꾼다
‘백의종군’으로 정치지형 송두리째 바꾼다
  • 홍성철 
  • 입력 2005-08-30 09:00
  • 승인 2005.08.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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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통째로 내놓는 것도 검토 하겠다” 지난 26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연정과 관련해 던진 폭탄성 발언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후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당혹감과 함께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벌써부터 ‘하야론’을 제기하고 있고 여권은 참담한 분위기 속에 발언 진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 발언 이면에는 특단의 승부수가 내포돼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가지고 있는 노 대통령이 난마처럼 얽힌 어려운 정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뭔가 또다른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관측. 노 대통령이 재신임 카드를 이미 사용한 만큼 마지막으로 꺼내들 수 있는 것은 바로 ‘탈당’ 카드일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여권 주변에서도 노 대통령 탈당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노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에 비춰볼 때 그가 ‘권력이양’을 시사한 이면에는 이미 또다른 승부수가 마련돼 있다는 자신감도 묻어 있을 것으로 여권은 해석하고 있다. 특단의 승부수를 띄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권력이양’ 미끼를 던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권력이양’ 발언은 탈당 정지작업

실제로 노 대통령은 2003년 10월 자신의 측근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오자 ‘재신임’이라는 폭탄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는 ‘재신임’ 미끼를 덥석 물고 탄핵정국으로 끌고가 총선 패배라는 역풍을 맞았다. 결국 ‘재신임’ 한방으로 정국주도권은 물론 열린우리당을 과반이 넘는 원내 1당으로 만들었던 것. 따라서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 특유의 올인 승부수를 상기하면서 이번 ‘권력이양’ 발언도 치밀한 정치적 계산하에 던져진 미끼일 것이란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 발언 직후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대통령 하야론’을 제기해 또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또다른 승부수는 무엇일까. 이와관련, 여권의 핵심관계자인 A씨는 “노 대통령이 연정론의 순수성을 강조하면서 권력이양을 시사한 정황에 비춰볼 때 뭔가 정치적 결심을 굳힌 것 같다”며 “노 대통령이 또다른 승부수를 던진다면 그것은 아마 ‘탈당’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노 대통령 탈당설과 관련해 비보도를 전제로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귀띔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에 연정론을 제안한 후 두 차례에 걸쳐 탈당을 결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 번은 7월 중순경 민주당과의 소연정을 제안했을 때이고, 또 한 번은 소연정 실패후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과 함께 탈당을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호남민심 악화로 소연정이 무산되고, 대연정 제안 때는 ‘안기부 X파일’ 사건이 터지면서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안다.더불어 A씨는 “노 대통령이 민심 이반과 권력이양을 감내하면서까지 연정론에 연연하는 것을 보면 탈당 결심을 굳힌 것 같다”며 “그 시기는 10월 재·보선 결과를 지켜본 후 결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정치권 관계자들도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연정론 배경에 정치적 음모는 없다며 진정성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집권 반환점을 돈 노 대통령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정치지형 변화 등 정치개혁을 추진할 것이란 게 이들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치개혁 위해 백의종군

따라서 A씨가 전한 노 대통령 탈당설이 현실화될 경우 정치권은 또 한차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당적을 버리고 초당적으로 정치개혁을 추진하자고 나선 만큼 정치권도 대수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노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지역구도 타파, 선거구제 개편 문제 등 정치개혁안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고, 이러한 개혁론은 궁극적으로 개헌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이 경우 정치지형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고 정국지도 및 권력구조도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과 여권이 노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대대적인 정치지형 변화를 통한 정치개혁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이 연정론을 제안한 배경에는 정치개혁 플랜 및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구상이 내포돼 있었다. 소연정이든 대연정이든 야권과 손잡고 중립 거국내각을 실험가동하면서 권력구조 개편을 모색하겠다는 플랜이 묻어 있었던 것.하지만 연정론은 야권의 반발과 도청파일 사건에 묻혀 버렸다.

그렇다고 승부사인 노 대통령이 연정론을 포기한 것은 결코 아니다. 연정론 포기는 거국내각 플랜 등 당초 구상했던 집권후반기 국정운영 마스터플랜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권 주변에서 탈당설이 나돌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노 대통령의 정치개혁 의지와 향후 국정운영 기조와 맞물려 있다. 또 연정 구상은 이미 2,3년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했던 플랜인 만큼 암초에 부딪쳤을 때를 대비한 대안도 마련돼 있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탈당설은 바로 연정론에 대한 야권의 반발을 예상한 2차 돌파카드인 셈이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이 당적을 버린다해도 실질적·정신적 여당으로 집권당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당장 손해볼 게 없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연정을 통해 과반의석을 확보할 경우 중선거구제 등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지역주의를 타파할 수 있다. 또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 등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정치개혁을 실현시킬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계산 아래 탈당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홍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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