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삼성, SK에 이어 LG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나 과태료 8500만 원의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17일 엘지(LG)전자가 소속 직원들을 통해 불공정행위 조사현장에서 조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법인에게 5000만 원, 직접적 조사를 방행한 김 모 부장에게 1500만 원 , 이모 부장 1500만 원, 전모 과장에게 500만 원 등 모두 8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엘지전자는 지방소재 대리점 2곳이 제기한 ‘계열유통점(하이프라자)과 독립대리점에 공급하는 전자제품 가격을 부당차별한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하자 조직적인 조사 방해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3월 공정위 조사관들이 현장조사를 벌이려고 하자 엘지전자 한국마케팅본부 소속 직원들이 부서 내 외부저장장치 8개를 임원 사무실에 숨겨놓고 문을 잠갔다. 조사관이 임원 사무실의 개방을 요구하자 수거한 외부저장장치들과 기타 서류들을 다른 층으로 다시 옮기려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또 한 부장급 직원은 외부저장장치에 보관된 자료를 전문프로그램을 사용해 삭제했다가 적발됐다. 특히 조사관이 PC파일을 조사하며 외부저장장치에 저장시킨 사실을 확인 후 이 파일을 삭제하지 말도록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기업들의 조사과정에서 발생하는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처벌할 것”이라며 “방해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노상섭 공정위 시장감시촐과과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6월 이후 발생한 중대한 조사방해에 대해서는 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공정위가 대기업들에게 조사방해 혐의로 제재를 가한 것은 지난 3월 삼성전자. 지난 7월 초 에스케이씨앤씨(SK C&C)에 이어 세 번째다. 여기에 1998년 이후 15년 동안 대기업들이 공정위 조사방해로 제재를 받은 사건은 모두 18건. 이 가운데 30대 그룹이 83%를 차지해 재벌들의 준법 경영의지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제재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법상 조사방해에 대해 법인은 최대 2억 원 까지, 관련 임직원에게는 최대 50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는 “기업들로서는 조사방해를 통해 법위반 은폐에 성공할 경우 수천억,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현 제재 수준은 실효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