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허위문자 발목-김태호 승강기대학 비리 의혹

4·27 재보선 이후 검찰 발 반전에 ‘촉각’
경찰, 최문순 문자 발송 캠프 관계자 소환
김태호 의원 검찰 내사설 지역정가서 ‘솔솔’
[전성무 기자] = 4·27 재보궐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텃밭인 경기 성남 분당을과 강원지사에서 승리했고, 한나라당은 경남 김해을 한 곳의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민주당은 잔칫집, 한나라당은 초상집 분위기다. 하지만 반전에 반전이 남아있다. 검찰 발 후폭풍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된 최문순 강원지사와 김태호 한나라당 의원이 그 대상이다. 정치권은 4월 재보선 이후 찾아올 검찰의 칼날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민주당의 압승과 한나라당 참패라는 충격적 결과를 낳았다.
분당을에서는 여야 전·현직 당 대표가 출마해 이목을 끌었고, 김해을은 국무총리 후보자, 강원지사는 MBC 전직 사장들이 경합을 벌였다.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출마하면서 투표율까지 역대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전국적인 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최 지사는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36대 강원도지사 임기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두 번의 도정 공백사태와 권한대행 체제를 끝내고 도정 정상화를 맞이하게 됐다. 현안 추진도 탄력을 받게 됐다.
최 지사는 취임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고 도의 모든 권력은 도민한테서 나온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도민들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도민 모두를 하늘과 같이 귀하게 생각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은 중앙의 종속물이 아니고 독립된 존재 가치를 가지며 다양성, 다원주의의 가장 중요한 표현”이라며 “지역의 가치를 지키고 높이는 것은 물론 강원도에서 평화와 번영의 메시지가 퍼질 수 있도록 힘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문순-엄기영
맞고발 사건 부각
최 지사의 취임 일성으로 강원도는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하지만 끝난 것이 아니다. 정치권은 재보선 이후 닥쳐올 검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강원지사 선거 과정에서 터진 ‘엄기영-최문순 맞고발’ 사건을 각각 검·경에서 수사 중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5일 “‘1% 박빙’ 허위문자 22만 건을 발송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면서 최 지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김선관 한나라당 강원지사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부장은 이날 오전 춘천지검을 방문해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최 후보 측은 지난달 18일 ‘[선거정보] 1% 초박빙(SBS 4/15 8시 뉴스) 강원도 꿈. 미래 기호2번 최문순 (수신거부)’이라는 내용의 허위 문자메시지를 22만 명에게 전송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발장에는 “SBS 4. 15. 8시 뉴스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보도를 한 사실 자체가 없을 뿐 아니라, 그 무렵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엄 후보자에 대한 지지율이 최 후보자보다 약 10%~20% 앞섰다”며 “엄 후보에게 불리하도록 통신 내지 기타의 방법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또한 지난달 23일 춘천 MBC에서 열린 강원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제기한 ▲강릉지역 불법 유인물 살포 ▲화천 및 고성 부재자 허위(대리) 신고사건 등 민주당 측 부정선거 사례에 대해 최 후보 측이 ‘이미 조사가 다 끝난 합법적 사안’이라고 주장한 부분 역시 사실과 다름에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내용의 고발장과 함께 문자메시지 내용을 담은 사진, 강원지사 보궐선거 여론조사결과 보고서, TV토론 내용이 담긴 녹화 CD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허위 문자메시지 발송사건을 수사 중이던 경찰은 문제의 문자메시지를 발송 한 민주당 관계자 오모씨를 지난달 27일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오씨가 실제 방송 보도 되지 않은 허위 내용을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메시지로 발송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거나 고의성이 있었는지, 이로 인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은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후 검·경의 수사결과에 이어 법원 판결에 따라 최 지사의 정치적 운명이 ‘제2의 이광재’가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태호 검찰과 악연 ‘주목’
최 지사와 함께 이번 선거에서 화려한 정계 복귀 야망을 달성한 김 의원은 검찰과 악연이 깊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고 급기야 지난해 2월엔 도지사 3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했다.
지난해 8월 총리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화려한 중앙무대 데뷔를 예고했지만 상처만 남았다. 과거 검찰 조사를 통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연결고리가 들통 난 것이 화근이 됐다.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박 전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해 “2007년 이전까지 일면식도 없었다”고 말했다가 2006년 10월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났다.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면서 여당 내에서도 ‘김태호 불가론’이 확산됐다. 결국 총리 후보자 직을 사퇴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그해 10월 중국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총리직을 사퇴한 뒤에는 해인사에서 칩거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당시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트위터에 “가을이 오나 싶더니 벌써 깊어 버렸습니다. 많은 배움의 시간을 갖고 돌아오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베이징대에서 6개월가량 머물며 재충전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4월 재보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영입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여권 내에서도 호불호가 갈렸다. 이미 상처받은 인물을 영입해봐야 득 될 것이 없다는 ‘회의론’이 확산된 것.
하지만 그는 결국 3월 5일 조기 귀국했다. 김해공항으로 입국하며 “일이 하고 싶어 미치겠다”는 말로 정치활동 재개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선거운동은 이재오 특임장관을 벤치마킹했다. 한나라당의 지원을 뒤로하고 철저히 ‘나홀로 선거’를 통해 유세활동을 이어갔다. 골목 곳곳을 누비면서 “김해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면서 표심을 움직였다. 당초 지역 정가에서는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의 우세를 점쳤지만 점점 격차가 줄어들었다. 결국 대역전극을 이끌어내며 당당하게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후에도 그의 속내는 그리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경남 거창군 거창읍 한국승강기대학 재단비리를 수사 중인 창원지검 거창지청은 지난달 25일 총장 선임 등과 관련, 1억2000만 원을 받고 법인의 수익용 기본재단 30억 원을 임의로 처분한 혐의 등으로 이 대학 이사장 이강두(74) 전 국회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의원은 김 의원의 정치적 멘토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김 의원이 과거 이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거창이 지역구였고 여기에 힘입어 김 의원은 거창군수를 지냈고, 경남도지사 선거에 최초 출마했을 당시 이 전 의원의 지원이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학 총장에 지원한 조모(65)씨로부터 “총장 선임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국회의원이던 2008년 1월 한국승강기대학 설립을 추진하던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홍모(48) 이사로부터 2000만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교육과학기술부의 허가 없이 재단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70억 원 가운데 30억 원을 업무추진비와 인건비 등으로 임의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이 전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고령인데다 도주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 전 의원은 경남 거창·함양·산청 지역구에서 4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국민생활체육회장을 맡고 있다.
검찰은 이날 토지브로커 등으로부터 1억1500만 원을 받고 시세보다 4배가량 비싼 가격으로 1만700여㎡의 학교 부지를 매입하는 수법으로 학교 법인에 4억5000만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김모(42·전 보좌관)상임이사와 이모(38)사무국장 등 학교 관계자 2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모두 7명을 이 전 의원과 함께 기소했다.
김태호-이강두 전 의원
어떤 관계?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 김 의원을 연관시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정치적인 ‘은사’나 다름없는 이 전 의원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국승강기대학은 김 의원이 경남지사이던 시절 임기 후반인 2009년 설립됐고 당시 학교 설립을 위해 도와 거창군 예산이 일부 들어갔다고 알려져 있다. 액수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학교가 설립되자마자 이 전 의원은 이사장에 취임했다. 정치권이 김 의원과 이 전 의원의 관계를 연관 짓는 이유다. 김 의원 측은 앞서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한국승강기대학 비리 연루 의혹에 대해 “한국승강기대학 비리 의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김 전 지사와 이 전 의원이 가깝다는 이유로 학교 비리의혹을 김 전 지사에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친 억지”라고 일축했다.
이어 학교설립에 도 예산을 무분별하게 지원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경남도와 거창군이 합당하게 지원한 것이지 무분별한 지원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이 대학 이사장으로 취임과 김 의원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거창군이 군 차원에서 세운 대학과 김 전 지사가 무슨 상관이 있겠나.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는 맞지만 대학 운영에 일절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사정당국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은 “지역 정가에서는 김 의원과 승강기대학의 연관성에 대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김 의원이 일회성 카드로 영입된 만큼 청와대에서도 코드에 맞지 않을 경우 결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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