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박근혜 사조직 총정리

4월 재보선 이후 지역포럼 전국서 본격 활동
재편되는 여야 대권 구도 겨냥 ‘대세론 굳히기’
[전성무 기자] = 2012년 대선을 1년 8개월 앞두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모임이 속속 결집하고 있다. 기존 모임 외에도 새로운 외곽조직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규모는 수백 명부터 수만 명에 이른다. 박 전 대표의 외곽조직은 지난 수차례의 전국단위 선거를 통해 그 ‘실력’을 검증받았다.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여야 ‘잠룡’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세결집을 시도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외곽조직을 총정리 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외곽조직 동향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숨죽이며 정국을 지켜봐 왔지만 4·27 재보궐선거를 전후해 출범식을 이어가며 본격 활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4월 재보선 이후 여야의 세력구도 개편과 맞물려 부각되는 여야의 대선주자 견제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말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박 전 대표의 대규모 ‘싱크탱크’가 출범한 바 있다.
최근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는 박 전 대표 지지모임으로 알려진 ‘서울희망포럼’ 산하 ‘의정모임’이 출범식을 가졌다. 의정모임은 전직 구·시의원 280여 명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희망포럼은 박 대표 지지 모임인 ‘국민희망포럼’의 서울 조직으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강인섭 전 의원이 이사장을, 윤한도 전 의원이 고문을 맡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이성헌 의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희망포럼은 박 전 대표 취약지역으로 분류되는 서울시를 25개구로 나눠 봉사활동을 하며 세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대전에서도 박 전 대표의 지지모임 출범식이 열렸다. 지난 4월 23일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대전희망포럼’ 출범식에는 600여 명이 참석했다. 대전희망포럼은 박 전 대표 지지모임인 국민희망포럼의 대전지부 격이다. 대전희망포럼의 주장에 따르면 회원수는 5000여 명에 이른다.
대전희망포럼과 함께 충청권 박 전 대표 지지모임인 ‘충남희망포럼’, ‘충북희망포럼’은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경선 캠프 중부권 특별대책위원장을 지낸 강창희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주도하고 있다. 충남희망포럼은 정일영·김태흠, 충북희망포럼은 김병국·이정균씨가 각각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달 14일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대회를 연 충청미래정책포럼은 김학원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지난 1월 조원진 의원 주도로 출범한 ‘새나라 복지포럼’등의 지지모임이 활동 중이다. 회원수는 기존 1000여 명에서 5000명까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부산지역 박 전 대표 지지모임인 ‘포럼부산비전’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만들어진 조직이다. 포럼부산비전은 기존의 정책 중심의 모임을 탈피해 조직을 체계적으로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이 모임의 창립 4주년 기념행사에는 박 전 대표가 직접 참석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포럼부산비전은 조만간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선거조직의 형태를 꾸리는 한편 회원도 전문가 중심에서 일반 시민들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남지역에선 안홍준 한나라당 의원의 주도하에 ‘한국 행복복지포럼’이 활동 중이다. 지난 3월 26일 경남 마산 종합운동장 내 올림픽기념관에서 발기인 총회를 열었다. 총회 참석자는 당초 500명으로 예상됐지만 두 배에 가까운 800여 명이 몰려 눈길을 끌었다. 상당수 참석자들은 행사 내내 서 있었다고 한다.
호남권 모임도 속속 출범
민주당 텃밭인 호남권에서도 박 전 대표 지지모임 출범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박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전북온고을 희망포럼’은 지난달 12일 전주리베라호텔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포럼은 상임고문단과 자문위원, 사무처장 등으로 구성됐는데 사무처에는 청년위원회와 여성위원회, 자원봉사단 등 3개 분과를 두고 있다. 포럼에는 현재·정치·경제·문화·예술계 등 도내 각계 인사 2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포럼은 앞으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 세력을 넓히기 위해 자선, 구호, 봉사활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 전북지역 친박계 대표인 김종훈 부안·고창 당협위원장은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전북의 경제와 정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게 됐다”며 “회원들은 앞으로 전북의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에서는 지난 1월달에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빛고을희망포럼’창립대회가 열렸다. 호남에 연고가 있는 친박계 핵심인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강창희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강 전 의원은 “민주화를 이룬 호남인들의 열정으로 우리의 꿈과 박 전 대표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합치자”고 했고 이 의원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자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지지모임도 확산 추세
박 전 대표의 팬 카페 등 온라인 모임도 확산되고 있다. 일부 팬 카페는 회원수가 1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 가운데 가장 많은 팬클럽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정광용씨가 회장으로 있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은 지난달 2일 회원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7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축전을 통해 “희망을 주는 모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고, 친박계 핵심인 박성효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김충환·홍사덕 의원, 이규택 미래연합 대표 등이 참석했다.
박사모는 2008년 총선 당시 이름을 전국적으로 알린 조직이다. 당시 친박계 의원들의 공천이 당 지도부에 의해 배제되자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였다. 이 전 사무총장은 고배를 마셔야 했다. 박사모는 공식 회원수는 6만여 명이지만 비공식 회원까지 더하면 1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박사모 외에도 온라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지지 모임은 상당수 존재한다.‘대한민국 박사모 전국연합’, ‘박사모 전국연합본부’, ‘뉴 박사모’, ‘New 박사모’ 등 4개 모임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임은 모두 박사모에서 떨어져 나왔다. 이유는 정광용 회장에 대한 내부 불만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박가족’이란 모임은 공식적인 팬클럽 홈페이지로 알려진 곳이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팬 카페가 일사불란하게 결집해 활발히 활동한 반면, 박 전 대표의 지지모임은 저마다 수십 개 모임으로 뿔뿔이 흩어져 제대로 된 대응을 못했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10개 모임이 연대해 2008년 12월 결성된 것이 호박가족이다. 현재 박 전 대표의 공식 팬 카페로 지정됐다.
지지모임의 난립을 막는 한편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초기 운영진 구성 단계에서 의견이 엇갈려 단일모임으로 발전하는 데는 실패했다. 호박가족의 회원 수는 6만~7만 명 규모로, 박사모와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현재 박사모의 회원들은 모임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호박가족 회원들은 다른 모임에 중복 가입한 경우가 많아 결집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온라인상으로 활동하는 박 전 대표 지지모임은 대략 5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대선 경선 이후 온라인 지지모임은 꾸준히 늘어났는데 지난해에도 ‘박근혜 존사모(존경하며 사랑하는 모임)’, ‘박해모(박근혜를 사랑하는 해병들 모임)’, ‘근혜시대미래연합’, ‘대박가족(줄푸세클럽)’, ‘대한민국 박근혜 지지모임’, ‘박근혜 지지연대’등 6개모임이 문을 열었다. 올해에는 ‘혜(惠)사랑’이라는 모임이 새로 등장했다. 회원규모는 10명 이하에서 수만 명까지 다양하다.
외곽조직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반응
박 전 대표는 이처럼 자신을 지지하는 외곽조직이 속속 등장하는데 대해 일단 미온적인 반응이다. 지지모임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도 자제하는 편이다. 박사모와 같은 오래된 지지모임의 행사에 참석해 어쩌다 한 번 축사를 던지는 것이 전부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지모임이 많다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다. 하지만 지지모임이 난립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대선 정국이 조기에 과열돼 막판 레이스에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07년 경선 때와 마찬가지로 지지모임 난립으로 인해 연대성이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지지모임에 참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다수는 지지모임 초청에는 적극적으로 응하는 방식으로 나름의 ‘관리’를 해 오고 있다.
초기에 힘을 빼지 않고 대선 직전 지지모임의 에너지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다. 대선을 앞두고 속속 출범하는 박 전 대표의 온·오프라인 지지모임. 그 역할이 차기 대선에 얼마만큼 위력을 발휘할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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