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홍보와 스포츠외교 두 마리 토끼 잡는다 vs 오너리스크 불식으로 기업 이미지메이킹 향상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재계 총수들이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런던올림픽 응원이 주된 목적이다. 그런데 재계호사가들 사이에선 이들의 공통점을 되뇌며 다른 뜻을 부여한다.
기업총수들은 물론 전문경영인들이 앞다퉈 유럽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현 시점상 유럽의 축구잔치인 유로2012와 런던올림픽이 예정돼 있어 그 특수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유럽시장 겨냥, 신제품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준비하라”는 말이 재계 표어가 됐을 정도로 재계 주변에서 이 말을 실현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편에선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실물경기가 위축되면서 이런 기대는 걱정이 되고 있다. 유럽 각국의 경제상황 악화로 현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 이 같은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재계 맏형 이건희 삼성 회장도 지난달 유럽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유럽경제가 심상치 않다”고 말하며, 앞으로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다른 총수들도 유럽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대비책과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재계가 유럽과 국내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위기는 기회’라 했다. 이 위기를 틈타 기업에 부정적인 견해를 불식시킬 좋은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 또한 활발하다.
위기를 기회로
지난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와 올림픽 개막식 등에 참석하기 위해 이달 말께 런던으로 출국한다. 특히 올해는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사장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이 부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도 함께할 것으로 알려진다.
이 회장 일가는 이번 올림픽 기간 세계적인 주요 거래사들의 최고경영자들과 임직원을 초청해 경기를 함께 관람하는 등 올림픽 후원사로서의 입지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 선수들이 참여하는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전도 펼친다.
대한핸드볼협회장을 맡은 최태원 SK 회장 또한 대표팀 올림픽 출정식에 참석하고 선수단 응원과 격려 등에 나설 예정이다. 최 회장은 앞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중국 합작사인 시노텍, 다탕의 최고위층 임원들과 올림픽 개막식에 참관한 바 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대한체육회장 회장) 역시 이달 말께 런던으로 출국할 계획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의 공신으로 꼽히는 박 회장은 이번 올림픽 기간에 국제 스포츠계 거물들과 접촉하며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역할까지 맡게 된다.
오너리스크에 따른 기업이미지 제고 차원
공교롭게도 이들 총수에게는 공통된 사안이 하나씩 있다. 검찰의 조사를 받았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형인 이맹희씨와 형제간 재산소송을, 최태원 SK 회장은 거액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과거 두산家 형제간 싸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총수들의 런던올림픽 행이 단순히 응원 차원이라는 데는 약간의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스포츠경영이라는 말이 있듯이 기업이미지의 불신을 스포츠경영을 통해 잠식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도 스포츠경영은 기업이미지를 향상하게 시키는 효과가 있고, 구슬땀을 흘리는 현장에 해당 기업 회장과 협회장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좋은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그것도 재정악화로 고충을 겪고 있는 유럽에서 시장판로 개척을 이루는 등 좋은 성과를 얻게 되면 해당 기업에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고, 주가의 급등으로 이익을 얻는 주주들의 환심을 살 수 있다.
또한 검찰의 재판 시 여론몰이를 통해 좋은 반응을 이끌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번 기업총수들의 런던 나들이가 단순한 선수단 격려차원이 아닌 다른 꼼수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 대학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스포츠가 주는 이미지향상은 높다. 기업 대부분이 스포츠 단을 운영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프로팀이 좋은 성과를 내면 기업이미지 향상이 함께 따라오는 것은 기정사실로 되고 있을 정도"라며 “기업총수들의 런던행이 단순히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