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파크레인저스 야망에는 박지성이 필요하다
퀸스파크레인저스 야망에는 박지성이 필요하다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2-07-17 11:19
  • 승인 2012.07.17 11:19
  • 호수 950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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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억제했던 공격 본능 깨울 일만 남았다

국내 축구 팬들 QPR 유니폼 입고 맨유 격파하는 게 가장 큰 소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박지성의 퀸스파크레인저스(QPR) 시대가 시작됐다. 7년간 몸담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떠나 이적을 결심한 박지성은 2010년 챔피언십리그(2부 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QPR에서 다음 시즌을 소화하게 됐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점은 박지성의 역할 변화다. 박지성은 QPR로 오면서 팀내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7번을 받았다.

7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다비드 비야, 프랭크 리베리 등 현존 최고 선수들을 비롯, 맨유에서도 데이비드 베컴, 조지 베스트 등 스타 선수들이 달았던 등번호다. 토니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기존에 7번을 달고 있던 아델 타랍을 10번으로 옮긴 후 박지성에게 7번을 줬다. 이제 더 이상 ‘교체 선수’ 또는 ‘이름 없는 영웅’이라는 호칭에서 벗어나 에이스의 책임을 지게된 것. 국가대표 경력, 클럽 커리어에서 박지성을 뛰어넘는 선수가 없기 때문에 구단과 동료 선수들이 박지성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박지성은 전성기 시절이던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7번을 달고 축구대표팀 생활을 했다. 팬들은 박지성의 이적을 대부분 반기면서 응원하고 있다. 팬들은 박지성이 ‘PSV 아인트호벤’ 시절의 공격 본능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7시즌 동안 205경기를 뛰며 4차례 프리미어리그, 3차례 리그컵, 1차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일조했다. 반면 QPR은 지난 시즌 가까스로 17위를 기록해 강등권에서 탈출,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했다.

 

▲ <뉴시스>

박지성은 지난 10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밀뱅크 타워에서 QPR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지성은 QPR 이적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배경을 털어놓았다.

박지성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금이 적합한 시기였다. QPR이 내게 제시한 계획은 훌륭했다. 야망을 품게 했다. 새로운 도전을 할 기회였다. 모두를 위한 훌륭한 결정이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과거 수시로 ‘맨유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했던 발언을 염두한 듯 “이적이 놀랄 일은 아니다. 맨유에서의 은퇴도 좋지만 도전 가치가 있다. 팬들과 내 뜻이 늘 일치할 순 없지만 분명한 건 변함없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박지성은 다음 시즌 활약상에 대해 “(QPR이) 2011∼2012시즌을 앞두고 승격한 팀이라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다만 이번 협상을 하며 어떤 팀이 되고 싶은지, 무얼 준비하는지 알게 됐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팀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대어’를 낚은 QPR은 기자회견이 끝난 다음날 곧바로 홈페이지에 박지성의 커리어를 심도 깊게 조명하면서 입성을 환영했다.
 
QPR은 지난 11일(한국시간) 맨유 선수들과 알렉스 퍼거슨 감독 등의 발언을 빌어 박지성의 위상을 소개했다.
홈페이지에는 퍼거슨 감독의 “박지성이 수비진을 뚫고 돌진해 뒷공간으로 침투하면 상대팀은 싫어할 수밖에 없다.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임이나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은 특별하다”는 과거 발언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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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동료였던 게리 네빌의 “박지성은 훈련할 때 악몽 같은 존재다. 절대로 런닝을 멈추지 않는다”는 평가와 웨인 루니의 “박지성은 자기 능력만큼 평가받지 못한다. 그는 정말로 활발한 운동량을 지녔다”발언도 함께 실렸다.
국내에서도 박지성과 절친으로 알려진 리오 퍼디난드 역시 “박지성은 진정한 선수다. 그의 움직임과 영리함, 공이 없는 상황에서 달려나가는 것은 세계 최고다”며 박지성을 칭찬했다. 특히 늘 적장으로 만났던 아르센 벵거 감독의 박지성 평가도 실려 QPR 팬들을 즐겁게했다.
 
홈페이지는 벵거 감독이 과거 박지성 때문에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음을 상기시키면서 “유럽이나 프리미어리그에는 아시아 출신 선수가 얼마 없는데 박지성은 언제나 열심히 뛰고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안다.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하곤 하는데 불행하게도 아스날을 상대로 기록한다. 그의 기량은 이미 인정받았으며 톱 레벨의 선수다”라는 벵거 감독의 극찬을 곁들였다.
 
최근 TV 토크쇼(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한 박지성의 은사 거스 히딩크 감독도 박지성 이적에 대한 느낌을 묻자 “그를 유럽으로 데려왔을 때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박지성은 팀내 특급 스타들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선수다. 지칠 줄 모르는 활동량에 영리하기까지 하다”며 칭찬 릴레이에 가세했다.
기존 QPR 선수들이 바라보는 박지성의 가치도 대단했다. 자신의 등번호를 뺏긴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는 일인데도 불구 박지성의 영입 자체를 ‘믿기 힘든 일’이라 여기며 기뻐한 것이다.
 
박지성에게 자신이 달았던 7번을 주게 된 QPR 공격 미드필더 아델 타랍은 “빅네임 선수가 없는 우리 팀에 박지성이 왔다는 건 기쁜 일이다. 이제 우리는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할 경우 금방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면서 뛰어야 할 것”이라며 다음 시즌 의욕을 불태웠다. 타랍의 발언처럼 QPR은 박지성 외에도 추가 ‘빅네임’의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틱 레인저스 미드필더 기성용의 영입이 임박했다는 소식도 흘러나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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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QPR의 중심 자원 조이 바튼도 박지성 영입에 기쁨을 표시했다. 바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랜 시간 활약한 미드필더로 맨체스터 시티, 뉴캐슬, QPR 소속 선수로 경력을 쌓았다. 바튼은 트위터를 통해 “박지성이 우리 클럽에 온 걸 환영한다. 우리 팀을 위해 훌륭한 사인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맨유는 박지성의 이적을 놀라워하면서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는 ‘박지성 특별판’이 실리면서 박지성의 이적 소식을 알렸다.
 
홈페이지에는 “맨유에서 지냈던 시절을 평생 가슴 속에 간직할 것이다. 위대한 팀의 일원으로 뛸 수 있었던 것과 특별한 동료들, 훌륭한 감독과 함께한 것은 엄청난 특권이었다”는 박지성의 발언이 실렸다. 박지성은 7년간 자신을 성장하게 해준 구단과 동료, 그리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동조하듯 리오 퍼디난드는 “박지성과 헤어지는 것이 슬프다. 박지성은 헌신적인 플레이로 동료들과 팬들에게 존경받았다. 올드 트래포드는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현지 기자 한 명은 박지성의 맨유 시절 하이라이트를 소개하면서 ‘팬텀 매니스여 안녕’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팬텀 매니스’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란 뜻이다.
 
박지성을 맨유로 데려온 퍼거슨 감독도 선수와 감독 간에 맺었던 그간의 호흡을 떠올렸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11일 현지 언론을 통해 “박지성은 지난 7년 동안 팀에 헌신적으로 기여한 선수다. 그는 프로페셔널이며 정말 멋진 선수였다. 그는 중요한 경기에서 결코 실망시킨 적이 없다. 불행하게도 나는 그가 원했던 많은 경기에 출전시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맨유의 모든 사람은 그의 성공적인 미래를 바란다. 나는 그가 QPR에서 최고의 성공을 이룰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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