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몰카 공화국’
대한민국은 지금 ‘몰카 공화국’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2-07-17 10:23
  • 승인 2012.07.17 10:23
  • 호수 950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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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장소 안 가리고 ‘찰칵’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무더위로 여성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면서 ‘도촬·몰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금도 누군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휴대폰과 초소형 카메라, 스파이캠 등을 이용해 은밀한 신체 부분을 찍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보다 더 문제는 자신도 모르게 찍힌 도찰사진과 영상이 성인사이트에 무단 게시되거나 공유사이트를 통해 공유되는 등 인터넷으로 무차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몰래 촬영한 화면일수록 더욱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 도촬한 당사자가 질타받기보다는 동영상이나 사진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오히려 궁지에 몰리곤 한다. 또 최근 도촬·몰카 동영상을 올리는 성인사이트에서 부부 혹은 연인의 성관계에 초대해 ‘쓰리섬(threesome)’ 등 성관계를 하는 이른바 ‘초대남’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여름 맞아 도촬·몰카 기승→음란 사이트 무차별 확산→여성들 불안에 ‘덜덜’
일부 성인 사이트, 부부 혹은 연인 성인 관계에 초대한다는 ‘초대남’ 유행

1990년대만 해도 몰카는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TV오락프로그램에나 등장했다. 하지만 B씨 사건 이후 몰카는 인터넷 음란사이트·공유사이트를 통해 급속히 유포됐다. 특히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전화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도촬과 몰카는 일반 대중들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스파이캠으로 ‘찰칵’
지난 5월 검거된 강모(41)씨는 운동화와 초소형 캠코더가 결합된 ‘몰카’를 직접 제작해 여성들의 치마 속을 촬영하고 음란 카페를 개설해 유포하기까지 했다.

그는 2004년부터 최근까지 왼쪽신발에 구멍을 뚫어 150분 연속 녹화가 가능한 초소형 캠코더(3㎝×6㎝)를 설치해 대형마트와 시장, 백화점 등 사람이 붐비는 곳을 활보했다. 그는 미니스커트나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보이면 접근해 치마 밑에 발을 몰래 밀어 넣었다. 그는 이 같은 수법으로 무려 8년간 여성 221명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했지만 단 한번도 발각되지 않았다.

이처럼 최근 교묘하게 제작된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도촬 혹은 몰카를 찍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전동차나 지하철 역사 등에서 몰래카메라가 적발된 건수는 올해 1분기 32건에서 2분기 186건으로 4.8배 증가했다.
 
도촬·몰카 범죄의 경우 대부분 촬영음이 들리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강씨의 경우처럼 초소형 캠코더 등 첨단장비를 이용하는 등 범죄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특히 시계, 볼펜, USB, 안경, 라이터, 넥타이, 단추 등의 형태로 제작된 카메라인 ‘스파이캠’이 이같은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스파이캠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초미니스커트 노출’, ‘일반인 엉덩이’, ‘민망한 노출’ 등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스파이캠이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스파이캠은 서울 용산 등 전자상가뿐 아니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스파이캠이 도촬 등에 악용되고 있지만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클릭 한번으로 도촬 사진 감상
스파이캠 등을 이용한 도촬·몰카는 성인사이트와 공유사이트 등을 통해 무차별 확산되며 2차 피해를 낳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도촬’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일반인 도촬 사진 등을 손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해외의 서버를 두고 운영하면서 국내 성인사이트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은 S사이트의 경우 아예 일반인 도촬 사진을 올리는 게시판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다.

길가는 일반 여성들의 치마 속을 도촬한 뒤 해당 사진을 게시판에 서슴없이 올린다. 스파이캠을 이용해 치마 속을 찍는 사진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이 같은 사진들은 얼굴 모자이크도 없이 적나라하게 올라와 있다.

이 사이트 회원들은 이렇게 올라온 도촬 사진에 대한 음담패설을 서슴지 않는다. 댓글로 마치 상품을 품평하듯 해당 여성에 대한 점수를 매기고 적나라한 성적 농담을 일삼는 것. 심지어 자신의 아내나 여자친구의 알몸을 몰래 찍어 올리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법 도촬이 도를 넘어 성행하고 있는 것.

대부분의 도촬 게시물이 적게는 9000건 많게는 2만 건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도 무분별하게 올라오고 있다. 이는 S사이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의 성인사이트들이 일반인 도촬 사진 및 영상을 무분별하게 게시해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공유사이트에서도 도촬, 몰카 등을 검색하면 해당 사진과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S사이트의 경우 정부가 인터넷 주소를 지속적으로 차단하자 트위터 계정을 통해 보통 일주일 단위로 바뀌는 인터넷 주소를 홍보했다. 이 트위터를 팔로워하는 사용자는 26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이 사이트는 누구나 쉽게 가입하고 게시물을 올릴 수 있다. 성인인증을 따로 거치지 않아 미성년자도 손쉽게 이 사이트에 가입해 제한 없이 게시물들을 열람할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 역시 S사이트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련 계정의 접속을 차단했지만 S사이트는 정부의 조처를 비웃듯 계정을 바꿔가며 대표적 음란사이트로 군림하고 있다. 한마디로 무풍지대에 놓인 셈. 방송통신회는 지난해 4월 국내PC로 S사이트 트위터 계정에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 조치했지만 이 사이트는 트위터 계정을 교묘하게 바꿔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쓰리섬 부추기는 성인사이트
또 S사이트를 비롯해 성인사이트 자유게시판에는 ‘초대남’ 게시물이 넘쳐나고 있다. 초대남이란 전혀 알지 못하는 이성커플에게 성관계를 목적으로 초대되어지는 남자를 뜻한다. 다시 말해 부부나 연인이 쓰리섬(threesome)이나 포썸(foursome)을 하기 위해 싱글 남성을 초대하는 것이다. 이들 게시판을 보면 초대남을 구하는 글이나 초대남 후기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초대남 관련 게시물들은 조회수 또한 수만 건에 달한다. 초대남을 구하는 글에는 은밀한 신체 부위가 노출된 사진과 신체적 특징, 성관계 시 반응을 적나라하게 적어뒀다. 또 초대남의 외모, 나이, 체격 등 조건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초대남 지원자들은 댓글이나 쪽지, 메일을 통해 지원한다. 초대남을 구하는 게시물에는 초대남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의 댓글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보통 수십 건에 달했다. 이처럼 초대남 지원자가 몰리는 경우 메일이나 쪽지 등으로 조건을 충족하는 지원자를 걸러낸 후 면접을 본다. 이른바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이 존재하는 것. 합격점을 받은 초대남과 한 이성커플이 일명 쓰리섬 혹은 포썸을 하게 되면 인증 사진과 후기를 올리기도 한다. 해당 게시물에는 이를 비난하는 댓글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이를 부러워하거나 축하하는 댓글이 넘쳐날 뿐이다.

이는 일부 부부나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나, 성인사이트 등에서 초대남 경험담 게시물 등이 도배되고 있다시피 하다는 점에서 성윤리가 극도로 문란해지고 있는 현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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