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크 푸드’는 지방·설탕·소금·식품 첨가물 등이 들어 있어 칼로리는 높고 몸에는 나쁜 음식들로서 풀이하면 쓰레기 음식이 된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은 정크 푸드가 우리 뇌에 영향을 주어 특정 장소에 가면 특정 음식을 찾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영화관에 가면 으레 팝콘을 먹듯이 배고픔이나 맛에 상관없이 환경이나 습관에 의해 중독된다는 것. 또한 미국의 또 다른 대학의 한 교수팀은 기름진 음식 광고나 사진 등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충동을 일으켜 과식과 비만을 촉발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편하고 익숙하고, 때론 맛있다는 이유로 정크 푸드를 먹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 인식만큼은 조금씩 나빠지고 있어 관련 회사들은 이를 우려한 나머지 엄청난 돈을 들여 올림픽 후원사로 참여하는 것을 비롯하여 광고 등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맥도날드는 이번 올림픽을 겨냥하여 ‘올림픽 5대륙 6메뉴'라는 제품을 내놓으며 TV광고와 각종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각 대륙을 상징하는 메뉴들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광고는 육상경기장에서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관중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도움닫기를 향해 달린다. 그러나 그가 달려간 곳은 맥도날드 점포의 주문 코너로 긴 장대로서 메뉴판에 있는 ‘5대륙 6메뉴’를 가리킨다. 그러면서 ‘올림픽 게임기념’ 자막을 표출하며 광고는 끝난다. 햄버거를 즐겨먹는 청소년들이 보면 제법 재미있을 법한 내용이다. 지난달 서울 강남의 아셈 점에선 아이돌 그룹 2AM을 등장시켜 신 메뉴 출시 이벤트를 펼쳤다. 이밖에 자사의 사이트를 통해 가족게임인 ‘Champions of play’을 시행하고 있는가 하면 맥도날드와 함께하는 가족나들이와 매주 두 번 먹고 한 번 공짜라는 로얄티 카드 이벤트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정크 푸드 회사들은 세트 메뉴 등 교묘한 방법으로 청소년 고객들을 유혹한다. 먹음직한 스테이크에 빵을 얹어 놓은 햄버거 광고, 늘씬한 걸 그룹이 등장해 앙증맞게 닭다리를 뜯는 치킨 광고, 아이돌 스타들이 치즈를 길게 늘어뜨리며 먹는 피자 광고에 우리의 청소년들은 눈을 떼지 못 한다. 심지어는 이런 심리를 역이용한 캠페인을 하기도 한다. 프랑스 맥도날드는 2002년 “어린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만 맥도날드에 오세요." 라는 광고를 했다. 자주 오라고 말해도 부족할 판국에 일주일에 한 번만 오라 하니 이게 어찌된 일일까. 햄버거가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사회적 비판이 들끓던 즈음 ‘우리는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회사'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통해 더 많은 고객들이 찾아오게 하려는 노림수가 숨어있는 ‘디 마케팅(de-marketing)'전략이었던 것이다. 자사에 손해가 될 수 있지만 소비자의 건강을 먼저 챙기는 모습에 이 제품에 대한 신뢰가 쌓인 결과 “이왕 햄버거를 먹을 거라면 다른 곳이 아니라 맥도날드를 찾자"라는 심리가 작동하여 광고가 진행된 1년 간 프랑스 맥도날드는 유럽 지사 가운데 최고의 영업 실적을 거두었다. 고객이 기업 스스로 손해가 되는 말을 대놓고 하니 “아, 저 기업은 돈만 벌겠다는 나쁜 기업이 아니야. 그렇다면 기왕에 먹는다면 저 기업의 제품을 먹어야지"라고 생각하게 하는 일종의 기만에 의해 얻어진 결과다.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정크 푸드 광고는 아이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비윤리적인 행동이다. 지난달 미국의 <월트 디즈니>는 오는 2015년 이후부터 발효되긴 하지만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정크 푸드 광고를 퇴출시키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비만이 점점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발표는 다른 미디어 그룹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에서는 정크 푸드의 TV 광고를 금지하고 있으며 EU와 미국ㆍ캐나다ㆍ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도 광고 규제와 관련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과다 광고는 비만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이들 식품의 학교 내 마케팅 제한 및 TV 광고 제한 정책을 권장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지난 2009년 어린이 식생활안전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가결하면서도 시청률이 가장 높은 오후 7∼9시의 황금시간대에도 ‘정크 푸드' 광고를 허용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식품업계와 방송사와 광고업계가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정부에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붉은 곱슬머리, 빨간 코, 빨강과 흰색의 줄무늬 셔츠, 노란 수트를 걸친 광대 ‘로널드 아저씨’는 어린이들에게 풍선을 선물하는 등 익살스럽고 친숙하게 다가왔다. 1963년 처음 등장한 ‘로널드 맥도날드’는 이러한 이미지를 앞세워 세계적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했다. ‘로날드 맥도날드 하우스’는 자선재단이다. 어린이 복지, 보건교육 서비스, 장학금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자선의 탈’을 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구촌 최대 행사인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 힘을 과시하려 한다. 하지만 참살이 시대로 접어든 지구촌 사람들의 관용은 결코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로널드’ 이미지 등으로 대중의 감성을 역이용하며 건강은 뒷전이고 지나친 상술만 앞세운 광고 등의 퇴출이 더욱 시급한 것이 아닐까 싶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