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검찰, 속 타는 박지원
느긋한 검찰, 속 타는 박지원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2-07-17 10:18
  • 승인 2012.07.17 10:18
  • 호수 950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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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비리 수사, 박지원 ‘정조준’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검찰의 저축은행 로비 수사가 심상치 않다. 검찰이 ‘큰 산과 같다’고 표현했던 ‘영일대군’으로 불리며 ‘형님 권력’의 정점을 찍었던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최초다.
 
이에 검찰 수사 초점이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과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쪽으로 옮아가고 있다. 특히 검찰은 또 다른 큰 산인 박 원내대표를 향해 수사의 칼날을 벼르고 있다. 검찰은 저축은행 로비수사와 관련해 박 원내대표를 정조준하고 있으며 박 원내대표의 검찰 소환도 사실상 결정됐다.

현 정부 최고 실세에 이어 제1야당 원내대표를 수사 표적으로 삼는 것을 두고 검찰이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박지원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의 벽에 부딪힌 검찰이 금품수수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박 원내대표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되고 있다.

▲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정대웅 기자>

“박지원 구속으로 수사방향 가닥”…검, 물적증거 확보 주력

솔로몬저축은행을 업계 1위로 끌어올리며 “칭기즈칸처럼 금융제국을 세우겠다”던 임석(50·구속기소)회장이 정·관계의 뇌관이 됐다. 그의 입에 정국이 소용돌이 치고 있는 것.

‘만사형통(萬事兄通ㆍ모든 일은 형님을 통한다)'으로 불리며 막강한 권력을 누려온 이 전 의원이 구속돼 현 정권 최고실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고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 이었던 정 의원 역시 사법처리 위기에 놓여있다. 또 차기 정권 창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박 원내대표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 의원이 구속되면서 탄력 받았던 검찰 수사는 정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정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도 법원에서 기각돼 삐걱대고 있다.

당초 국회가 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체포동의안 통과를 기대했던 검찰은 당혹감이 역력하다. 이에 따라 검찰이 정 의원에 대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불기속 기소’나 ‘비회기 중 구속영장 재청구’ 중 하나다. 검찰이 국회의 뜻을 존중한다고 이미 밝힌 상태라 재청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선정국 강타하는 회오리 되나
이런 가운데 검찰이 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해 정조준하고 있는 것은 박 원내대표라는 이야기가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은 현재 솔로몬저축은행 측에서 박 원내대표 측에 수천만 원의 불법 자금이 흘러갔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검찰과) 생명을 걸고 싸우겠다”며 “아무리 검찰이 권력이 좋다고 하지만 남자를 여자로 만들 수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야당의 현직 원내 사령탑일 뿐 아니라 옛 민주계의 얼굴 격으로 호남과 김대중 전 대통령 세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비노(非盧)’인 그는 최근 당대표·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친노(친 노무현) 좌장인 이해찬 당대표와 ‘전략적 동거’를 통해 친노와의 연대를 맺고 있다.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선정국을 강타하는 메가톤급 회오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검찰 소식통은 “이 의원과 정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는 박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며 “검찰 내부적으로는 대선 경선을 앞두고 박 원내대표를 구속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곧 박 원내대표의 구속을 위한 소환이 시작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의원과 정 의원의 수사에 모두의 눈이 쏠려 있어 박 원내대표가 자신에 대한 기획 수사를 주장해도 목소리가 크게 퍼지지 못한다”며 “검찰은 박 원내대표를 정조준하면서 이 의원과 정 의원을 수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검찰은 호남기반의 기업과 대북관계와 관련해 전 정부 시절 협조적이었던 기업,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캐고 있다. 전 정권 수혜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A사와 B사 등이 그 예다”라며 “검찰은 해당 기업 관계자들을 소환하게 되면 전 정부와의 연계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한편 박 원내대표와의 연계성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한 임 회장의 경우 전남 무안 출신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급 성장해 김대중·노무현 정부 실세들과의 친분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또 임 회장은 이 의원이 다니는 소망교회의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 일원으로 현 정부 실세들과의 인맥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해저축銀 수사에 이름 오르내리는 박지원
또 검찰 안팎에서는 보해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주목해야한다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보해저축은행 경영진 및 대주주의 불법행위에 대한 저축은행비리와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100억 원대 횡령혐의에 대한 수사에서 박 원내대표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

인사를 앞두고 수사를 확대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나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박 원내대표 지역구인 전남 목포를 연고로 하는 보해저축은행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보해저축은행 측에서 은행 퇴출 저지를 청탁하며 박 원내대표에 수천만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3부는 또 김성래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을 구속하고 서울 여의도 HMC투자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김씨는 노무현 정부 당시 불법 대선자금 및 측근비리 수사에서 ‘썬앤문 게이트’의 장본인 가운데 한명으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오 전 대표가 횡령, 대구의 한 카지노를 통해 세탁한 자금이 HCM투자증권 직원을 통해 박 원내대표에게로 흘러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오 전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해저축은행 대주주였던 임건우 전 보해양조 대표도 박 원내대표에게 3000만~4000만 원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박 원내대표는 자신이 저축은행 로비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것과 관련해 “내가 보해저축은행에서 돈을 받았다면 (지역구인) 목포 역전에서 할복이라도 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승부수를 띄웠다.

박 원내대표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사실상 박 원내대표를 소환 조사키로 내부방침을 정한 상태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의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야당 탄압’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물적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저축은행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과 단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짚고 넘어가겠다는 입장이어서 박 원내대표 역시 검찰의 칼날을 비켜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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