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오병호 프리랜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조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2007년 대선자금수사로 이어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여세를 몰아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 수사가 정치쟁점화 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 주변과 정치권에서는 향후 검찰 수사에 대한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면죄부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검찰이 대선을 앞두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선자금수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검찰이 대선자금수사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이러한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대선자금수사까지 이어지기에는 장애물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수사와 관련된 단서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불법정치자금 수사는 혐의자들의 진술에 의존하는 게 대부분이어서 확실한 물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치자금 수사가 거의 대부분 용두사미로 마무리되는 이유다.
검찰은 일단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의 혐의를 밝히는데 주력하는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자금이 드러날 경우 추가로 집중 추궁해 대선자금과 연결시켜보겠다는 계산이다. 퍼즐 맞추기 수사를 위해 검찰은 과거 인수위 시절부터 수집된 첩보들을 다시 연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직전 B호텔, C호텔 등서 현 정권실세 접촉했다”
2007년 대선자금 모금책 활동한 그들의 실체는?
이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11일 발부되면서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저축은행 측으로부터 받은 불법자금의 사용처를 캐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금품 수수 시점이 17대 대선 직전까지 걸쳐 있다는 점에서 이 전 의원이 받은 돈이 대선자금으로 유입됐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현재 대선자금 수수 여부에 대해 일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가 계속될 경우 이 전 의원이 입을 열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의원이 대선자금 수수에 대해 일부라도 인정할 경우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의원이 돈 심부름했다”
당초 검찰은 이 전 의원과 공범 관계로 보고 정 의원의 신병도 확보해 두 사람을 대질하는 방안을 계획했으나 정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그러나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정 의원을 수시로 불러 강도 높게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국회부의장으로 있던 2007년 하반기 집무실인 부의장실에서 정 의원과 함께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을 만났으며, 임 회장이 사전에 정 의원에게 “3억 원을 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얘기를 듣고 정 의원에게 돈을 받아오라고 지시했고, 정 의원은 국회 주차장에서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직접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돈을 건네면서 “금융감독원 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9년 말 임 회장은 서울지방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이 전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저축은행 부실문제가 불거진 작년 8월에는 영업정지를 피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청탁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의원은 이 전 의원과 함께 받은 3억 원 외에도 2008년 18대 총선 직전에 임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고, 작년 12월에는 퇴출 심사를 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는 금감원 관계자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전화를 했다. 임 회장은 지난 4월 정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로 사례금 1000만 원을 봉투에 넣어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의원이 2007년 9월에도 임 회장으로부터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3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정 의원은 이를 국무총리실 후배를 통해 되돌려줬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김찬경(56·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2007년 대선 직전 민영화되는 공기업 인수나 투자 등 구체적인 이권 및 사업상 청탁과 함께 3억 원 안팎의 돈을 이 전 의원에게 건넸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전 의원에 대한 조사를 정치자금 수사로 방향을 잡고 이 전 의원과 관련, ‘김학인 로비’ 사건과 장롱 속 7억 원의 실체를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2억 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이사장이 교비 횡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경리담당 여직원이었던 최모씨가 공천헌금 전달 과정을 진술해 의혹이 불거졌다. 최씨는 “김 이사장이 비례대표 공천을 요구하며 이 전 의원에게 2억 원을 주고, 모두 20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또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박배수씨(구속수감)가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 등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던 올해 초에도 비리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 전 의원 여비서 계좌에서 뭉칫돈 7억 원이 발견돼 추적이 시작되자 이 전 의원은 “7억 원은 장롱 속에 보관하던 것을 사무실 경비사용 등을 위해 여비서에게 맡긴 것”이라는 해명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수사 어디까지 갈까
수사가 본격화 되면서 검찰과 정치권은 인수위시절과 MB정권 초반 소문으로 나돌았던 정치자금 모금과 관련된 첩보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솔로몬 저축은행 로비 의혹의 경우 인수위 시절과 정권 초반 이미 검찰에 관련 첩보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을 확보하지는 못해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금 정권초반 수집된 자료들은 조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정권 초기 검찰뿐 아니라 야당 등 정치권에서도 정권 핵심인사들과 관련된 여러 첩보가 나돌았다. 그 내용들은 주로 특정 기업 관계자 또는 기관의 고위 인사들이 정권 핵심실세와 접촉해 자금을 전달하며 각종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이 중 주목을 끄는 것은 당시 막연히 소문으로 떠돌던 내용 즉, 이 전 의원을 비롯한 핵심실세들이 인수위 시절부터 2008년 중반까지 접촉한 인사들과 그들이 접촉한 장소 그리고 청탁과 관련된 첩보들 중 일부가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거나 수사한 내용들과 일치된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이 코오롱으로부터 받았다는 고문료 문제와 더불어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김 이사장에 대한 부분은 수사가 본격화되기 수개월 전부터 이 전 의원과의 수상한 관계가 정치권에 떠돌았다.
검찰과 야권에서 수집한 이런 첩보들은 적지 않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앞으로 정권실세들의 더 많은 비리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인수위 시절 핵심으로 꼽히던 인사들 중 현 정권에 줄을 대기 위해 접근한 이들과 은밀한 만남을 가진 이들이 더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A씨의 경우 서울 강남의 B호텔과 K호텔 그리고 그 외 지역의 C호텔에서도 기업 관계자 등과 접촉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기업 중 N사의 경우 이 소문을 증명이라도 하듯 현 정권에서 급성장했다.
또 B인사의 경우 특정 장소에서 돈을 빌리는 형식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첩보가 야권에 흘러들어갔다. 이 첩보에 따르면 정권 핵심인 D씨가 자신이 부동산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형식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당시 돈을 빌려준 H기업은 현 정부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아 여러 추측을 낳기도 했다.
특히 이 전 의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특정 기업의 경우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이 전 의원 측에 부탁했고 이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 줬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도 2009년경부터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조사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에 대한 여러 첩보도 검찰 등 사정기관과 정치권 주변에서 돌았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 내용들이 한층 보강된 내용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첩보들 중 일부가 들추어질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민주통합당 경북도당은 지난 12일 “그동안 ‘상왕’, ‘만사형통 영일대군’으로 불리며 권세를 누리던 그의 검찰청 출두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통합당은 “검찰의 파이시티 조사로 왕 차관이라 불렸던 박영준 전 차관의 구속 이후 이 전 의원까지 구속됨에 따라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한낱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며 “검찰은 저축은행과 관련한 이 전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를 철저히 수사하고 이 자금수수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 관련 의혹을 깨끗이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필요하다면 소위 ‘영포라인’이라 불렸던 지역출신의 이 정부 핵심 실세들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만 이러한 검찰의 수사가 결코 포항지역의 각종 국비사업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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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