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생산직 근로자들 위장도급 후 토사구팽?
SPC, 생산직 근로자들 위장도급 후 토사구팽?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07-17 10:04
  • 승인 2012.07.17 10:04
  • 호수 950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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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라빈스 서희산업 노동자들의 눈물


- 근로자들 “배스킨라빈스 원청에 직접고용 약속 믿고 기다렸다”
- 사측 “숙련된 기술자지만 도급계약 연장에 이어 원청고용은 무리”

SPC그룹(회장 허영인) 본사 앞이 들썩이고 있다. 계열사 브랜드 중 하나인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서희산업 근로자들이 매번 집회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현재도 배스킨라빈스 서희산업 노동조합원들은 오전부터 SPC 본사 앞에 모여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들은 “사측이 11년 전 멀쩡히 일하던 정규직 근로자들을 위장도급사로 전직시킨 후 지금까지도 원청 직접고용을 미루고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지난 4월 원천 직접고용에 합의했음에도 약속을 파기하고 직장폐쇄로 근로자들을 내쫓은 뒤 위탁생산과 대체근로 등 기준 이하의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현황을 알아봤다.

SPC그룹은 삼립식품을 모태로 탄생했으며 현재는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를 보유한 BR코리아를 비롯해 파리크라상, 파리바게트, 샤니, 빚은, 카페 파스쿠치, 잠바주스 등 여러 브랜드를 갖고 있다.

배스킨라빈스 서희산업 노동조합에 따르면 BR코리아는 1993년 음성공장을 신축한 뒤 2001년 하청회사 격인 위장도급사를 만들어 생산직 근로자 전원을 강제로 전직시켰다. 사측은 당시 정규직이던 생산직 사원들에게 “사내 근로자가 많아지면 대기업으로 분류돼 세금이 많아진다”면서 “하청사와 원청의 근로조건은 같게 하고 절약한 세금은 복지를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설립된 서희산업(옛 국제산업)의 길은 약속된 것과는 달랐다. 서희산업 노조에 따르면 현장 근로조건은 계속해서 악화일로를 걸었는데, 2001년 분리 당시 생산직 사원들의 임금은 사무직 대비 92%였으나 10년 후인 2011년 말에는 57%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2010년에는 상여금 삭감, 수당 폐지, 연봉제 전환, 정리해고 협박까지 이어지며 갈등을 촉발했다.

사측은 “생산직임을 감안하면 임금은 높은 편이다”라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그것마저도 근속연수와 연장근로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비교한 수치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희산업 15년차 직원의 기본급은 원청인 BR코리아 사무직 1년차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 이후 15년의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이에 서희산업 생산직 근로자들은 2010년 배스킨라빈스 서희산업 노조를 결성했고 지난 3월 BR코리아를 상대로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다. 결국 충북 지노위에서는 지난 4월 17일 BR코리아가 서희산업 생산직 근로자들을 원청에 직접고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3차 합의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하루 뒤인 18일 BR코리아는 합의를 번복하며 향후 5년내 전환하되 그것도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하면 재논의하자고 통보했고 서희산업 사측도 지난 5월 8일 직장폐쇄를 강행했다. 이에 배스킨라빈스 서희산업 노조는 전면파업에 돌입했고 13일 현재 총파업 66일차를 맞이했다. 조합원들은 충북 음성에서 서울로 상경해 SPC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주요 배스킨라빈스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며 힘겨운 투쟁 중이다.

이강윤 배스킨라빈스 서희산업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회사의 약속만 믿고 현장에서 83명의 노동자들이 전국 배스킨라빈스 점포 980여 곳의 아이스크림을 생산해 왔다”면서 “하지만 회사가 성장할수록 오히려 위장도급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한낱 기계처럼 소모품 취급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사측이 은밀히 위생검증도 되지 않은 타 회사에 위탁생산을 의뢰한 뒤 대략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자 합의서에 사인까지 마쳤던 원청 직접고용 약속을 뒤엎고 직장폐쇄를 해 원래 노동자들을 쫓아냈다”면서 “이제 우리는 단지 급여나 직접고용 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님을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국내 아이스크림류 제조업소에 대한 수거 검사 결과 8개 제품에서 가준치를 초과한 일반 세균이 검출돼 리콜 조치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그중 동그린(주)의 빠삐코 밀크쉐이크ㆍ옥동자, 홍영식품의 카페와플 등도 대상에 포함됐는데, 바로 이 동그린(주)와 홍영식품이 현재 BR코리아에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위탁생산하는 회사라는 것이 서희산업의 주장이다. 취재 결과 배스킨라빈스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그린티와 초콜릿의 제조원은 각각 동그린(주)와 홍영식품으로 기재돼 있었다.

한편 사측의 입장은 노조와 많이 달라 눈길을 끌었다. 서희산업 관계자는 “서희산업은 이미 BR코리아와는 별개로 독립된 회사기 때문에 원천고용은 무리다”라며 “설립 당시 BR코리아가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설사 약속했다 하더도 현 노조원 83명 중 당시 근무했던 23명에게만 해당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BR코리아를 보유한 SPC그룹에서는 본사 앞에서 매번 집회가 열림에도 “서희산업 사측과 노조 측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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