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패션비즈센터, 좁은문 열고 봉제업체 들어오란다
동대문 패션비즈센터, 좁은문 열고 봉제업체 들어오란다
  • 이창환 기자
  • 입력 2012-07-17 09:56
  • 승인 2012.07.17 09:56
  • 호수 949
  • 2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대문 패션 일군 게 누군데’…동대문 관광특구 ‘부익부빈익빈’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서울시 동대문 패션타운 활성화를 위해 건립된 ‘동대문 패션비즈센터’가 전시행정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세 봉제업자들을 대상으로 세워졌음에도 수용 규모와 입주비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서다.

동대문 패션비즈센터는 서울시 일대 약 2만5000개의 봉제업체들과 8만 동대문 패션특구 종사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식경제부, 서울시,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건립한 패션종합타운이다. 지하2층 지상10층, 연면적 1만2928㎡다.

동대문패션비즈센터와 봉제업체 간의 금전적인 격차로 빚어진 이번 문제는 동대문 관광특구의 다른 큰 축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일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DDP는 지난해까지 4200억 원이 투입된 사업임에도 최근 콘텐츠 대위기에 허덕이면서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정부에서 패션특구의 세계화를 위해 추진했던 ‘DDP’와 ‘동대문 패션비즈센터’가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것. 동대문 패션비즈센터는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서울시 일대 패션·봉제 입주자를 모집했지만, 봉제업체들의 무관심으로 모집기간을 늘리기도 했다.
 
동대문 패션비즈센터를 두고 동대문 모 관계자는 “봉제업체를 위한 사업마저도 결국 현 정부의 부익부빈익빈 모양새를 따라가고 있다. 70~80%의 영세업자들은 들어갈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운영기관과 동대문 봉제협회 등과의 간담회에서도 일부 사업자들은 ‘우리를 놀리는 거냐’며 불만을 표출하더라”고 말했다. 동대문 패션타운 관계자, 한국산업관리공단, 동대문 봉제협회의 답변을 통해 이번 사태를 정리했다.
 
 
 
‘동대문 첨단의류기술센터’는 최근 ‘동대문 패션비즈센터’(이하 비즈센터)로 명칭을 개정했다. 비즈센터는 2005년, 의류봉제 영세업체 육성방안에 따라 계획돼 지식경제부·서울시·한국산업단지공단이 협약을 체결해 진행됐다. 이후 건립 타당성, 건축허가, 인근 지역과의 협조 등 절차를 거친 뒤 2009년 착공했다. 서울시가 한양공고 부근 토지(600억 원 상당)를 제공했고, 지식경제부가 정책 입안과 시설 지원 등을, 한국산업단지공단이 191억 원의 공사비를 지원했다.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앞에서 봉제업체 사정을 발표했다는 나병태 동대문 봉제협회 회장은 “외국 바이어들에게 보여줄 봉제공장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 현재 비즈센터의 탄생 배경”이라고 말했다.
나씨는 “과거 외국 바이어들이 중국과의 계약을 한국으로 돌리고 싶다며 협회사무실을 찾아 온 적이 있는데 종로구 창신동 등 봉제업체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 계약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나씨가 정부에 외국 바이어들이 만족할 수 있는 아파트형 봉제공장을 지어야한다고 요청한 계기다.
비스센터 완공 전후로 꾸준히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이 주최한 간담회에 참여한 나씨는 현재 비즈센터의 아쉬운 점으로 비싼 입주비용을 들었다.
 
 
지원과 수익확보의 줄타기
 
나씨는 “비즈센터에서는 임대료를 최대한 낮췄다고 하지만 당시 봉제업체들의 호응도는 적었다”면서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데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투자금 회수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토지를 무상으로 빌려주는 대신, 20년 후 기부체납을 요구해 매년 일정금액 이상을 입주자들로부터 받아야한다는 얘기다. 나씨는 봉제업체들의 사용 공간이 10평~40평 내외로 좁은 점, 낮은 용적률도 비즈센터의 부족한 점으로 꼽았다.
 
나씨는 “우리나라의 봉제업 인건비는 개성에 비해 10배, 중국과 비교해서는 3배 높다”면서 “원체 형편이 열악한데 이들 단가와 경쟁하다보니 웬만큼 싸지 않고서는 옮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나씨는 올해 3월부터 동두천에 건립되고 있는 ‘봉제타운’이 비즈센터보다 영세업자들에 어울린다고 귀띔했다. 나씨는 “동두천 비즈타운은 정부에서 100억 원, 경기도와 동두천시에서 각각 50억 원, 55억 원을 무상지원해 임대료가 훨씬 저렴하게 책정된다고 들었다. 운영기관에서도 투자금 회수 부담이 없어 혜택을 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 패션타운 관계자 B씨는 비즈센터에 대해 더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결국 비즈센터가 영세업자를 돕겠다는 본래 취지와 멀어졌다”는 B씨는 서울시 전체 규모에 턱없이 부족한 수용 규모를 문제 삼았다.
 
B씨는 “2만5000개 정도의 크고 작은 봉제업체 중에 비즈센터에 들어갈 수 있는 업체는 53개뿐이다” 면서 “창신동, 숭인동, 황학동, 신당동 반지하에서 7~8명 내외가 월세 50만 원으로 운영하는 대다수 봉제업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라고 말했다. 비즈센터는 봉제 29실, 디자인 및 패턴 16실, 마무리 8실, 식당, 공용 장비실, 회의실, 창고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봉제업체 전체 대변하기에는 역부족
 
한국산업단지공단 기획총괄팀 관계자는 비즈센터를 생산부터 판매·마케팅·지원까지 총괄하는 국내 최초 종합패션센터로 정의내리면서 판매 관리과의 최단 거리, 정부기관 운영의 신뢰성, 봉제업계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프로그램의 성격은 봉제업체들과 직결된 인력·교육·정보·일감 지원 등이다.
 
공단 관계자는 투자금 회수 측면에서도 다른 입장을 보였다. 관계자는 “임대료로 받는 수익의 첫째 목적이 투자금 회수는 아니다”면서 “센터 관리와 운영, 업체 지원 프로그램 진행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센터 내 거의 모든 공간이 입주했거나 계약을 맺었다면서 그들이 보는 비즈센터의 장점을 전달했다.
 
또한 “기존 동대문 매장들이 복잡한 소유권 관리 관계, 폭력배의 간섭, 보증금 피해 등에 노출된 것으로 안다”며 “비즈센터는 이 같은 불안요소가 없음은 물론 최적의 위치에서 판매 매장과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봉제업자들간의 입주비용 대립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단순비교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계약면적으로는 창신동보다 오히려 68% 정도 저렴하다. 다만 창신동 등은 주택가, 반지하 등 힘든 환경에서 운영하므로 비교가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센터는 관리비로 평당 8000원, 임대료로 평당 2만6025원을 받고 있다.
 
이어 “비즈센터가 너무 비싸다는 입장의 봉제업자들은 보증금이 없이 일하는 업자들, 지속적으로 운영을 하지 않는 이들, 매출이 불안정한 이들, 사업자 등록 없이 운영하는 이들이지 않을까”라는 말로 비즈센터가 봉제업체들이 만족할만한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주장했다.
한편 통계청 등에 따르면 서울의 패션산업 시장 규모는 2009년 기준 28조 원으로 전체 국내 패션의 55.1% 수준으로 이 중 동대문은 서울시내 패션의 32.5%를 차지했다. 서울시 중구의 매출만 8조7140억 원이었다.
 
지난해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비즈센터가 완공되면 하루 평균매출이 약 400억 원에 달하는 동대문의 패션산업이 하나로 통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패션 업계들 사이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제조와 유통 업체를 원스톱으로 연결해 동대문을 아시아의 패션 허브로 성장시킬 것”이라 말했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