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뇌물 간부 무더기 구속…‘최악의 공기업 비리’
한수원, 뇌물 간부 무더기 구속…‘최악의 공기업 비리’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2-07-11 20:32
  • 승인 2012.07.11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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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울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검사 김관정)은 원전납품 비리와 관련, 처장급 2명을 포함, 한수원 본사 직원 6명을 구속기소하고 현장직원 16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울산=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 2008년부터 고질적인 비리로 얼룩져온 원전비리가 4개월여에 걸쳐 파헤쳐진 검찰수사로 실체를 드러내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들은 일선 발전소 현장 직원에서부터 본사 처장까지 납품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기고 자재 납품 관련 편의 제공에서부터 입찰 담합 종용에 이르기까지 각종 이권에 개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울산지검은 10일 오후 청사 2층 소회의실에서 원전 관련 한수원 임직원 금품수수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모두 31명을 구속 기속하고 16명을 불구속 기속했다고 밝혔다.

특히 구속 기소된 31명 중 본사 처장급(1) 2명을 포함해 한수원 간부 22명이 뇌물수수죄로 한꺼번에 구속되면서 안전 및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임직원이 납품업체로부터 받아 챙긴 금품은 모두 222700만 원. 1인당 평균 약 9800만 원을 챙긴 셈이다.

검찰은 지난 2008년부터 5년 동안 꾸준히 진행된 이번 사건에 대해 투명하지 못한 원전업계의 관행과 한수원 직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겹친 구조적이고 조직적 범죄라고 결론지었다.

구본진 울산지검 차장검사는 단순한 금품수수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중요기관의 구조적 비리라고 지적했다.

본사부터 일선 발전소까지 구조적·조직적 비리 성행

검찰에 따르면 한수원 본사 김 모 처장은 감사실장 근무 시 업체 대표로부터 7000만 원을 수수했다. 협력업체 등록 및 입찰을 담당하는 본사 직원 6명도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금품수수는 발주금액 10억 원(부가세 제외) 이상 또는 전체 발전소를 대상으로 한 주요입찰의 경우 한수원 본사가 결정권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여기에다 일선 발전소 일선 직원들까지 비리에 가담했다. 고리 2발전소 기술실 산하 기계팀의 경우 팀장을 포함해 팀원 5명이 전원 구속됐고 전기팀, 계측제어팀도 각 2명씩 구속되는 등 팀 전체가 금품 수수에 연루될 정도로 구조적·조직적 비리가 횡행했다.

특히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지난해 10월부터 고리 2발전소 납품비리 수사하는 과정에서 적발된 한수원 직원이 자살하는 상황 속에서도 직원 7명이 지속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납품비리도 다양하게 이뤄졌다. 원전계측제어시스템 개발·공급업체인 W기술은 적정가보다 2억 원을 더 부풀린 135000여 만 원의 견적을 제출한 뒤, 담당인 계측제어팀장에게 8000만의 뇌물을 주고 납품했다. 이후 W기술은 다른 원전에도 부풀려진 가격으로 납품해 막대한 부당 이득을 취한 것은 물론, 원전 유지·보수 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부정을 저질렀다.

고리 2발전소 전기팀 직원 K씨는 자신의 친척 명의로 한수원 협력업체를 설립해 한수원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들로부터 재하청을 받아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또 이를 묵인해준 상사 B씨는 수시로 금품을 요구해 억대 돈을 상납 받았다.

고리 2발전소 P과장은 원자로 격납건물 내부 배관 등에 설치되는 특수보온재 대신 일반보온재를 사용한 것을 묵인하는 대가로 보온재 시공업체 D사로부터 45200만 원을 챙겼다.

발전소 계측제어팀장으로 근무하던 H씨는 친분이 있는 납품업체에 원전에서 보관 중이던 외국업체의 밀봉유닛을 무단 반출했다. 해당 업체는 이를 기초로 복제품을 생산·납품하게 됐고 H씨는 업체로부터 8000만 원을 받았다.

납품업체 주식 시세차익·업체간 담합비리 백태

한수원 본사의 한 임원은 납품업체인 코스닥 상장업체 B사 주식을 소유한 뒤 직무상 알게 된 UAE 원전 수출 호재를 이용해 7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이에 대해선 불법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수원 임직원 행동강령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어 기관통보 조치됐다.

이밖에도 한수원 직원의 묵인과 방조아래 납품업체 사이에 담합이 비일비재해 전자입찰제도가 유명무실했다.

한수원 직원 B씨 등은 특정업체의 입찰을 포기하도록 종용한 뒤 다른 업체를 도와줬고 입찰자격이 제한된 비위 납품업체가 상호를 바꿔 재입찰 하는 것을 눈감아 주기도 했다.

각 발전소 직원 수명은 납품업체 관계자들에게 특정모델을 언급하며 골프채를 제공받았고 브로커는 매년 고급 리조트에서 일주일간 숙박예약과 골프 부킹을 해둔 다음 한수원 간부들을 부부동반으로 초대해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규격 미달 제품이 납품된 것으로 확인된 발전소들에 대해 한수원에 통보해 안전성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 향후 관계기관에 수사자료를 적극 제공해 원전 안전성에 차질이 없도록 통보할 예정이다.

검찰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보안성, 특수성으로 인해 그동안 접근하기 어려웠던 주요 국가 기간시설인 원전 관계자들의 금품수수, 입찰담합, 자재납품 편의제공 및 이를 둘러싼 로비스트와의 유착 관계 등 구조적 비리를 확인한 수사라며 이후 한수원 직원과 납품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는 단서가 있는 한 끝까지 추적해 한수원 내 비리의 잔재를 모두 청산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강도 높은 비리근절 대책·경영쇄신 추진

검찰 수사 발표와 관련해 지식경제부는 원전운영의 관리 감독기관으로서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지경부는 이번 수사 발표로 원선사업자 및 납품업체간 구조적인 비리 관행이 드러난 만큼 강도 높은 비리근절 대책 및 경영쇄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 대상이 된 원전부품이나 제품이 기본적으로 안전성과 관련이 없지만 한수원은 납품비리 관련 설비의 전체 내역을 규제당국에 즉시 보고하고 향후 규제기관이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게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지경부는 앞으로 한수원 자체적으로도 안전성 관련 여부를 재확인하고 조치 계획을 조속히 추진하고 비리 연루 협력업체에 대해선 최대 2년간 입찰을 배제시키는 등 납품비리가 원전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침이다. 또 보직 해임 중인 검찰 기소대상자 전원 즉각 해임하고 검찰이 통보한 비위행위자도 즉시 보직 해임한다고 전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번 납품비리 수사결과에 때한 가계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원전사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원도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납품 비리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안겨 드린 데 대하여 통렬히 반성하며 용서를 구한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업도록 새로 태어나기 위해 뼈를 깍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모든 간부 직원이 청렴사직서를 제출하고 비리가 적발되면 사유나 금액과 무관하게 즉시 해임시키는 쇄신안 등을 발표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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