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해진 김문수·오세훈·정몽준…
분주해진 김문수·오세훈·정몽준…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1-04-26 14:43
  • 승인 2011.04.26 14:43
  • 호수 886
  • 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를 넘어라”

고개드는 여권 예비 잠룡들

[전성무 기자] = 한나라당 내 대권 ‘잠룡’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4월 재보선을 기점으로 확실한 대권 입지를 다져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이재오 특임장관, 정몽준 전 대표 등이 눈에 띄는 행보에 나서며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부동의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반격’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주자들이 ‘박근혜 따라잡기’를 위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 대권 주자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은 김 지사와 오 시장이 대표적이다. 두 단체장은 요즘 괄목할 만한 대권 행보를 보여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현직과 차기 대선 출마 사이를 저울질 하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이들은 나란히 미국 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미국을 방문한 김 지사와 오 시장은 저마다 시국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며 현 정권이 민감해 하는 현안 문제를 언급했다. 이명박 정권 레임덕 시기에 맞춰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뛰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문수 미국 방문은 대선용?

김 지사는 지난 4월 19일 뉴욕 해럴드프랫하우스에서 가진 전미 외교협회 초청 연설에서 “통일강대국을 만드는 강력한 염원이 있다”고 밝혔다. 대권 출마 의사를 강력히 피력한 것이다.
그는 “내가 꿈꾸고 준비하는 한반도 통일은 과거에 존재했던 공동체를 복원하는 단순한 재통일이 아니다”며 “우리 민족역사상 처음으로 한반도 전역에 걸쳐,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시민이 주체가 돼 자유민주선진국가를 건설하는 신통일”이라고 말했다.

통일강대국 건설은 민주주의가 독재에 승리하는 정의의 역사, 가난을 극복하고 번영을 이루는 성공의 역사를 완성하는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남경필 등 소장파 박근혜 반격 나서나
김문수, 정권 대북정책에 ‘깊은 불신’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첫 정권 비판 왜?
정몽준, 박근혜 오세훈에 직격탄 ‘주목’


김 지사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지난해 발생했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염두, 정부의 대북 정책을 꼬집으며 정권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이에 대비한)한미 공조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짚어봐야 한다”며 “국제적 위기에 긴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신속대응 국제협력체제’를 미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김 지사는 또 “북한의 3대 세습과 맞물려 최근 한반도에서는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며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맞서 대한민국의 국론을 통일하고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김 지사의 CFR 연설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2년 정몽준 의원, 2009년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국내 정치인으로는 4번째다. CFR은 미국의 외교와 국제관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다.

오세훈 정권에 등 돌리나?

오 시장의 미국행도 정치권에서 떠들썩하다. 그동안 정권에 미온적 반응을 보였던 오 시장의 발언이 화제다.
오 시장은 지난 4월 19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세계적 석학인 조셉 나이 석좌교수를 만나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이 다소 경직돼 있다”며 “(북한과의 대화에서) 원칙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만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포용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정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이번 미국행에서 대북정책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의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그는 또 국내 보수진영 일각의 ‘전술핵 도입’ 주장과 관련,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4월 18일 케네디스쿨 강연에선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는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고 정치 환경은 내 뜻대로 가는 게 아닌 만큼 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일단 한 발 물러섰다. 정치권에서 자신의 발언이 대권 출마 쪽으로 기정사실화 되는 것에 일부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자신의 대선출마는 ‘시기상조’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진화에 나섰다.

그는 지난 4월 21일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제 겨우 40대를 벗어나 50대로 접어든 데다, 서울시장직을 4년가량 수행했다고 해서 나라를 경영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고 생각 한다”며 “나로서는 계속 정진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 시장은 “각국에서 젊은 지도자들이 세계적으로 등장하는 추세가 있다고 해서 한국사회에 젊은 지도자가 등장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급적 경륜을 많이 쌓은 지도자가 나라를 경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차기 대선과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서울시장직을 수행하다보니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보충해야 할 것도 많다”며 “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 엄정하고 중차대한 책임을 갖고 수행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배우고 보충해야할 것이 많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정치상황이라는 것은 유동적”이라며 대선출마의 여운을 남겼다.

한나라당 잠룡
박근혜 ‘하극상’


김 지사와 오 시장의 대권 행보는 또 다른 여당 잠룡들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전 대표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의 잠룡들이 잇따라 대선 행보를 보이자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와 연관 짓는 모습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 시장과 김 지사가 방미 중 잇따라 대권 출마를 시사한 데 대해 “박근혜에 대한 하극상”이라고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4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전병헌 정책위의장이 “광역 지사와 시장은 정신 차리고 제자리로 가서 도정, 시정이나 꼼꼼히 살필 것을 도민과 시민의 이름으로 경고 한다”고 말하자 이같이 맞장구를 쳤다.

박 전 대표는 정치권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늘 그랬듯이 묵묵부답이다. 하지만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이재오 특임장관은 박 전 대표와 대비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장관은 요즘 ‘주류 역할론’ 설파에 나섰다. 지난 4월 20일 친이계 의원들의 회동에서 이 장관은 “주류의 재·보선 작전 지침을 전달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선거 후에는 ‘플러스 알파’를 위한 모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장관 측근들 사이에선 이미 대선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권소장파도
대권 행보 가동?


여당 내 주류층 외에도 대권 속내를 내비치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남경필 의원은 대권 도전의 뜻을 숨기지 않았다.

남 의원은 지난 4월 6일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 “당이 경제성과 국익을 포함해 대안이 뭔지 토론하고 국민에게 다시 약속해 이를 추진하는 게 맞는데 지금 각자도생의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 의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신공항과 관련한 당론이 뭐냐. 대통령이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다면 토론하고 당의 입장이 뭔지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백지화한다고 하면 당은 그냥 좇아만 가는 것이냐. 유력 대권 후보가 입장을 말하면 당론으로 정해지는 것이냐”면서 “당내 토론이 없는 것은 집권 여당으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경제성을 말하는 대통령의 뜻도 충분히 이해하고 (박근혜 전 대표가 말한) 약속과 신뢰도 이해하지만, 국토발전이라는 가치가 빠져 있다”면서 “뭐가 중요한지 이야기를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 당이 처한 위기는 단순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왔던 보수세력, 이 나라를 이끌어온 주류세력 전체의 위기”라며 “(위기의) 원인이 뭔지 찾아 대안을 만들 시기”라고 했다. 남 의원은 “우리가 20~30대에게 지속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지난 대선 때 우리를 지지해준 40대에게 등 돌림을 당하는 현상에 대해 이유를 알아야 한다”면서 “50대도 안전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소장파 그룹을 형성했던 오세훈 시장, 원희룡 사무총장,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이 이미 당내 주류에 편입돼 남 의원은 당 내에서 주가가 한창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국회 외통위원장으로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 불가 방침을 천명하는 한편 당의 리더십과 보수의 위기를 설파하는 등 독자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도 의미심장한 행보를 보이는 이들 중 한사람이다. 그는 최근 박 전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 무산에 대해 유감을 표하자 “무책임하고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전술핵 재배치를 반대한 오 시장에게도 “북한의 김정일만 환영할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한 측근 의원은 “정 전 대표가 최근 전문가와 측근들을 불러 당의 변화 방향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했는데 대학 특강 등을 계속하면서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대권 용트림을 하고 있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박 전 대표의 속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여전히 고수하며 독자노선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당 내 세력 다툼에는 힘을 낭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의 화해 무드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표는 재·보선 다음 날인 4월 28일부터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3개국을 방문, 재보선 후폭풍에서도 책임론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대권 경쟁 막이 오른 여당 내 권력 쟁탈전은 4월 재보선을 기점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