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식 소용돌이 정치를 끝낸다.” 여의도 정가에 사상 유례없는 정치전쟁의 격랑이 일고 있다. 대연정 제안 이후 쏟아진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나들면서 정치권 전체가 정쟁의 태풍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역구도 극복 등 나름의 대의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 진위를 둘러싼 의혹과 궁금증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한 고건-이회창의 3각 ‘대연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대연합론’은 박 대표를 중심으로 대권인지도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고건 전총리, 보수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이회창 전총재 등이 의기투합해 연정-개헌 정국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노 대통령이 또다시 벼랑끝 승부수를 던진 만큼 ‘정권창출’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우호세력들을 총 결집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개혁세력들의 예봉을 꺾지 못한다면 정권창출은 물론 한나라당의 존폐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따라서 한나라당 지도부는 그동안 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고건 영입론’ ‘이회창 역할론’ 등을 수면위로 끌어 올려 보수대연합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여권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박 대표의 의지가 강하다. 당권을 등에 업고 차기 대권주자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박 대표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대망론 보다는 거칠게 몰려오는 정치적 해일을 극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 실제로 박 대표는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해서도 사심을 버리고 모종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관련 박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수만 있다면 모든 기득권을 버릴 각오가 돼 있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또 “한나라당 지지층이 절실히 원하는 것은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대신할 대안 정당”이라며 “이러한 민심을 누구보다 잘 읽고 있는 박 대표인 만큼 개헌정국을 포함한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해 중장기적인 복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도 “한나라당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당과 노선이 같고 좋은 평가를 받는 분들을 모셔올 수 있다”며 대권에 사심이 없음을 누차 피력한 바 있다. 얼마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대권인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론이 불거졌던 것도 박 대표의 이러한 대권구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정치개혁 칼날이 한나라당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고 전총리 영입론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기존 정치권과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와 신뢰를 받고 있는 고 전총리의 영입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이회창 역할론’도 표면화되고 있다. 격랑에 휩싸인 작금의 정치권 상황을 고려해 개인적인 유불리를 떠나 이 전총재가 함께 어울려 가야 한다는 홍문표 의원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 이 전총재는 보수·기득권층으로부터 여전히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고 당내에도 그를 추종하는 정치세력이 여전히 적지 않다. 따라서 이 전총재가 당에 복귀해 개혁세력의 공세를 차단하고 한나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