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회장 부인, 현대 추천으로 동양증권 새 사령탑 세웠나
- 떨고 있는 임직원들 “사장 말 한 마디에 출근시간 바뀌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동안 매각설로 들썩이던 동양증권(사장 이승국)이 신임 사장을 맞이해 이번에는 구조조정설로 술렁이고 있다. 이승국 사장이 동양증권으로 부임한 이유가 다름 아닌 인력 구조조정 때문이라는 의혹이 꼬리를 무는 탓이다. 최근 증권사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기미가 심상찮은 가운데 이 사장과 동양증권의 행보를 가늠해봤다.

지금까지 동양증권은 동양그룹(회장 현재현)의 유동성 악화로 인해 같은 계열사였던 동양생명처럼 다른 기업에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전 현대증권 부사장 출신인 이승국 사장이 지난 5월말 새 사령탑으로 부임하자 매각설이 구조조정설로 전환돼 번지고 있다. 이 사장이 현대증권 재임 당시 인력 구조조정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했고 동양증권에도 이를 위해 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14년 만의 외부출신 CEO…긴장한 동양증권
이 사장은 지난달 4일 동양증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국내외 금융환경의 거센 변화와 다가올 국내 금융산업 재편에서 살아남아 확실한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면서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창립 원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동양증권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해 나가자”고 말했다.
앞서 동양증권은 지난 5월 이사회를 열어 유준열 전 동양증권 사장의 후임으로 이 사장을 선임할 것을 논의하고 같은 달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통과시켰다. 내부 출신인 유 전 사장이 흑자전환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연임이 유력하던 상황을 뒤집고 경쟁사에서 영입된 새 CEO의 등장은 임직원들에게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동양증권의 수장이 내부가 아닌 외부 에서 발탁된 것은 14년 만이다.
이 사장의 내정과 비슷한 시기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시장에 파다하던 동양증권 매각설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 회장은 “(동양생명 매각과 관계없이) 동양증권 매각은 절대로 없다”고 공언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일시적으로 “오너의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상황이 있기에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결국 “그룹이 동양증권을 매각하기보다는 구조조정을 한 후에 계속 안고 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동양증권, 매각설에서 구조조정설로 전환…왜
당시 동양생명 매각은 동양그룹과 환매 콜옵션 계약을 맺고 최대주주가 된 보고펀드와 최종인수의향을 밝힌 대한생명(부회장 신은철)의 협상이 제자리걸음으로 난항을 겪고 있었다. 때문에 동양그룹의 자금 확보를 위해 동양생명에 이어 동양증권이 M&A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시장의 예측이었다. 그러나 신임 사장 선임과 현 회장의 발언을 기점으로 그룹 측이 동양증권을 매각하기보다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때맞춰 발생한 임원진의 일괄사표 제출도 구조조정설에 힘을 실었다. 또한 이 사장이 현대증권 부사장 재임 시절 베트남 법인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의 대가’로 불린 것도 구조조정설을 키우는 데 몫을 더했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의 부인 이혜경씨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친분으로 구조조정의 실력파인 이 사장을 알게 돼 신임 사장 물망에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동양증권의 공식적인 입장은 “이 사장의 선임과 관련해 현대그룹의 추천이 있었는지의 여부에 대해 알 수 없다”와 “구조조정에 대한 것 역시 현재로서는 전혀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구조조정의 경우 향후 발생한다고 해도 증권사에서 매년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항변이다.
하지만 동양증권에 정통한 관계자는 “매각설로 혼란을 겪던 동양증권 임직원들이 이번에는 현대증권에서 건너 온 신임 사장의 부임으로 곧 있을 구조조정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우리는 다른 증권사보다 출근시간이 늦은 편이네요’와 같은 신임 사장이 가볍게 던진 말 한 마디에 바로 출근시간이 30분 앞당겨지는 등 한껏 몸을 사리는 눈치다”라고 말했다.
증권사들 수익성 악화로 ‘울상’…대형ㆍ중소형 가리지 않아
한편 투자업계에서는 거래대금이 목표 대비 60% 수준을 밑돌며 증권사들의 수익이 급감하고 있어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사들의 경우 이미 소규모의 구조조정이 현재진행형이며 곧 동양증권과 같은 중소형사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ㆍ삼성증권ㆍ현대증권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차례로 희망퇴직 등을 단행했으며 임원들의 사직까지 줄을 이었다. 또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은 해외법인을 철수하거나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박윤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근래 거래대금이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은 자연스레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다"며 “19대 국회에서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업계의 동력을 환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