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 조성으로 17번째 광역자치단체 ‘세종시’ 탄생
기업유치 믿던 지자체 피해 논란… 제2의 피해지역 될까 ‘우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정부직할의 17번째 광역자치단체 ‘세종시’가 지난 1일 출범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공약으로 신행정수도 건설 공약을 내놓은 지 딱 10년 만이다. 정부기관의 이전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조성을 첫 목표로 삼고 있고, 기업유치와 대학교 유치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종시 출범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기업유치와 관련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부동산 투기 열풍이 강해지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탄생한 세종시인 만큼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세종시 출범의 의미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을 짚어본다.

행정도시건설청과 세종시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으로 출범한 세종시는 오는 2015년 15만 명, 2020년 30만 명, 2030년 50만 명을 목표 인구로 잡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조성 예산(총액 8조5000억 원)을 앞으로 3년여간 집중적으로 투입해 행정기능 도시로 조기 정착시킨 뒤 이후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대학·의료기관·첨단지식기반산업 등 전반적인 도시기능을 완비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기업이나 대학·병원 등 도시핵심 시설에 대한 투자유치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형국이다. 세종시가 과학비스니스벨트의 기능지구에 포함돼 있지만 실제 기업유치까지는 거리가 있다.
더군다나 기업들이 유치의사를 밝힌 후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세종시 출범이 국회를 통과하던 2010년에만 해도 대기업 유치준비가 한창이었지만 기업들이 실사만 진행 할 뿐 더는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최근 또 다른 지방자치단체인 상주시의 사례와도 유사하다. 상주시는 한국타이어 공장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주시 공무원들이 구슬땀을 흘렸지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후문이다. 한국타이어 측이 실사까지 벌이는 통에 상주시 직원들이 열의를 보였지만 그 이상의 성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상주시 주변에선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기업들이 특정지역에 기업유치를 약속해 지역단체가 열의를 보이면 물 믿듯이 빠져나가 오히려 힘을 빼놓는다”고 하소연한다. 이 같은 일이 세종시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편의시설 미흡 나홀로족 늘어나
세종시 부동산 경기가 과열 상태인 것도 오히려 심각한 후유증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의 경기 상황에서 신규 분양아파트가 100% 분양되고 상가 물량이 동나는 것 자체가 투기성 가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증거”라며 “세종시 출범이라는 약발이 다하면서 거품이 빠지면 투기수요에 편승한 세종시 개발도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이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과 도시 자족기능 확보도 꼭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현재 30%에 머무르고 있는 정부청사 건설도 계속해서 지연된다면 그 의미상실이 불가피하다.
이미 90% 가량 입주가 이뤄진 첫 마을을 보더라도 상가 대부분이 부동산 중개업소로 이뤄져 있고 병원이나 약국 등 생활에 필수적인 시설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나홀로 세종시 공무원족’이 늘어나면서 가정비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크다. 16개 부처 공무원 1만여 명, 16개 정부출연기관 3000여 명 등 1만3000여 명의 이전 기관 종사자와 그 가족들이 얼마나 ‘세종시민’화 될지도 숙제다.
나홀로족 공무원 A씨는 “가족 생계를 위해 혼자 왔다. 자식 교육은 서울에서 시키고 싶어서다. 공무원 월급에 이중으로 돈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심각하게 이직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금융권 활개 세종시의 ‘돈’을 잡아라
반면, 금융권은 활개를 띤다. 사활을 걸었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국내 대형은행들의 세종시 입점이 눈에 띈다.
지난 5월 2일 세종시 최초 시금고 선정을 위해 열린 ‘금고지정 제안 설명회’ 날도 KB국민은행·IBK기업은행·NH농협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 국내 대형은행이 대거 참석해 최초로 선정되는 ‘세종시금고’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도를 입증했다.
시금고는 세종시 출범 초기 4000억 원 규모다. 가까운 대전시와 충남도가 3조~4조 원의 금고를 운영하는 데 비해 세종시 금고 규모는 1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미래발전 가능성을 볼 때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곳이라는 게 이날 모인 은행관계자들 설명이다.
시금고는 ‘일반 공개경쟁’ 방식으로 선정하되 2개의 금고로 나눈다. 세종시가 가진 상징성·발전 가능성·전산장애 등을 대비해 한곳의 은행보다는 두 곳의 은행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는 NH농협은행(제1금고)과 우리은행(제2금고)이 각각 선정됐다고 세종시 출범준비단이 같은 달 29일 밝힌 상태지만, 다른 은행들의 후발경쟁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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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