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반박(反朴) 킹메이커로 나선다
정운찬, 반박(反朴) 킹메이커로 나선다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2-07-10 09:54
  • 승인 2012.07.10 09:54
  • 호수 949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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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김두관, 정운찬에 잇단 러브콜

[일요서울 | 조기성 기자]18대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최대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그에 발맞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경제민주화 원조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자신의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이슈 선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 역시 경제민주화의 다른 버전인 ‘동반성장’ 전도사인 정운찬 전 총리 영입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가에선 캐스팅보트인 충청 출신에 경제전문가인 정 전 총리를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박근혜와 선 긋는 정운찬

정운찬 전 총리는 ‘경제’가 화두로 떠오른 17대 대선 당시부터 꾸준히 대권 잠룡으로 분류돼 왔다. 정 전 총리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여권 잠룡군으로 꼽히면서 비박(비박근혜) 주자들로부터 잇따른 러브콜을 받았다.

세종시 문제로 박근혜 전 위원장과의 앙금이 남아 있는 정 전 총리가 비박 3인방(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과 함께 박 전 위원장을 압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정 전 총리는 측근들에게 “(차기 대선에서) 박근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으론 대선에 안 되지 않느냐’며 입당해서 함께 경선에 출마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며 “솔직히 나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애정이 없다”며 새누리당 대선 경선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정 전 총리는 “새누리당과는 철학이 다르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언급하는 등 사실상 박근혜당이 된 새누리당과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자신은 한나라당 당적을 가진 적도 없으며 공화당-민정당-신한국당 등 신자유주의 정당 이념을 이어 받은 새누리당과는 궤가 다르다는 것이다.

야권 “정운찬은 천군만마”

이렇듯 정 전 총리가 새누리당(박 전 위원장)과 노선을 달리하면서 야권 대선주자들의 구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 원장 측근과 정 전 총리 측근이 두 사람의 만남을 위한 회동을 가졌고, 구체적인 일정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안 원장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게다가 정 전 총리는 지난달 29일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 세 사람이 ‘안철수 대선캠프를 만들어 지휘해달라’고 안 원장 대선캠프 참여를 제안해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전 총리와 가까운 서울대 한 교수는 “정 전 총리는 세종시 문제로 박근혜 전 위원장을 완전 싫어하니까 결국 안철수 원장을 돕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최근 경남지사직을 사퇴한 김두관 전 지사도 비공식적으로 정 전 총리 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 한 측근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정 전 총리 측에서 김 지사를 도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실질적인 좌장이 없는 현재 김두관 지사 캠프에서 정운찬 전 총리가 중심에 서 준다면 천군만마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총리가 야권 대선 주자 ‘빅3’ 중에서 문재인 고문과는 함께할 수 없지만 안 원장이나 김 지사와는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며 “‘정 전 총리가 손을 들어주는 자가 대권을 얻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에서 총리를 했다는 핸디캡이 있지만 본인이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이명박 정권과 확실히 선을 긋고 있고, 동반성장 등 퇴임 이후 행보가 MB정부와 확실히 차별화를 보이는 만큼 야권 대선후보를 도울 수도 있다는 게 정가의 정설로 통한다. 정 전 총리는 지난 5일 김영환 민주당 의원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장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운찬 전 총리는 지난 6일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경제관 등 뜻이 같은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다는 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아직 아무런 결정이 된 것은 없다”고만 말했다.

김종인 잡은 朴 vs 정운찬 잡을 野

정운찬 전 총리가 이렇듯 야권 대선주자와 함께할 경우 김종인 박근혜 캠프(국민희망캠프) 공동선대위원장과 일합을 겨룰 것으로 보인다.

한때 멘토와 멘티로까지 불렸던 이들이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이슈를 두고 경쟁 관계에 설 것이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을 통한 경제민주화를 이뤄낼 수 있지만 김 위원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운찬 전 총리 한 측근은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캠프에 합류했지만 박근혜 전 위원장 주변 대다수 측근들이 성장 위주의 시장경제자들로 라인업 돼 있어 고립무원이 될 수 있다”며 “박 전 위원장 주변은 경제민주화를 나눠주는 문제, 배분이라는 수직적 사고를 하고 있어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 정 전 총리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 反박근혜(새누리 비박+청와대+야권)’ 구도 되나

한편, 정 전 총리의 이같은 움직임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가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아무리 개인적인 감정이 남아 있다고 해도 현 정부에서 총리까지 지냈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사전교감이 없이 이런 행보를 보일 수 있느냐는 점에서다.

이명박 정권과 본격적인 선긋기에 나선 박 전 위원장의 행보를 이 대통령이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새누리당 내 ‘친박 대 비박’ 전선이 ‘박근혜 대 反박근혜(새누리 비박+청와대+야권)’ 전선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박 전 위원장의 팬클럽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정광용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친이계 측근들과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것이냐며 공개 질의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달 27일 박사모 홈페이지에 ‘이명박 대통령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올려 “방금 저는 지극히 신뢰할만한 분으로부터 하늘이 놀라고 땅이 흔들릴만한 첩보(의혹)를 들었다”며 “최근에 대통령께서 이재오 의원에게 안철수 교수로 하여금 대권을 거머쥘 수 있도록 모든 작업은 위에서 다 할테니 올 9월 또는 10월, 시기가 무르익으면 (새누리당을 떠나) 안철수 교수에게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지시를 했나”라고 따져 물었다.

정 회장은 지난 6일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지극히 신뢰할만한 분’의 신상은 공개할 수 없지만 그 분과 나눈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후 그 분이 입을 닫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현재 돌아가고 있는 상황을 보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 같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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