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대법관 국회 인사청문회가 10일에서 13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이번 인사 청문회를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배경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때문이다. 2심에서 실형이 떨어진 곽 교육감은 법정시한으로 보면 오는 7월17일이 대법원 최종 선고일로 실형이 떨어질 경우 교육감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럴 경우 2012년 12월19일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교육감 재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곽 노현 교육감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대법관 4인방중 전수안 대법관이 사퇴하면서 공석이 됐다.
이 자리는 청문회를 통과한 인사 중 한명이 채울 공산이 높다. 보수성향의 대법관이 들어갈 경우 야권에선 유죄취지의 판결이 내려질 공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여야가 후보자 4인방에 대한 인사 청문회장에서 ‘창’과 ‘방패’로 나뉘어 혈전을 벌이는 배경이다.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대권 고차방정식을 따라가 봤다.
대법관 임기는 6년으로 이번에 임기를 마치고 옷을 법는 대법관은 총 4명이다. 전수안·김능환·안대희·박일환 대법관 등 이다.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진보적인 인사로 분류되는 법조인들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임명 제청된 대법관 내정자는 고영한·김창석·김신·김병화 4인방으로 민주당에선 ‘친재벌 인사’로 규정하고 날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대법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 5일 “삼성 등 재벌 편들기 판결이 심각하고 위장전입이 확인되는 등 후보자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공격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영한 후보자는 2007년 12월에 있었던 태안 기름유출 사건과 관련해 삼성중공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56억 원으로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박범계 의원은 “고 후보자의 판결로 12만8000명이 넘는 태안 주민들이 사실상 1인당 5만 원꼴도 안되는 피해보상을 받았고 삼성중공업은 환경피해 복구 책임에 대해 면죄부를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친노 4인방 나가고 친MB 4인방 들어오고
김창석 후보자의 경우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삼성특검이 기소한 이건희 회장의 파기환송심 담당 재판부 부장판사로 이 회장에게 삼성에스디에스에 227억 원의 손해를 입힌 배임죄가 추가되었는데도 파기환송 전과 동일한 법정형을 선고해 이 회장의 집행유예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부산지역에서 법관 생활을 한 김신 후보자의 역시 2010년 12월초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크레인 농성을 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에게 ‘퇴거 및 사업장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퇴거시까지 하루 100만 원씩 지급하라’는 간접강제결정을 내린 당사자라고 이춘석 의원이 밝혔다.
한편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화 후보의 경우 ‘투기목적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박영선 의원은 “부동상 취득 과정의 문제, 대법관 후보자 추천과 관련한 의혹을 추가로 공개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나서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이 인사 청문회전부터 대법관 후보자 4인방에 검증의 날을 세우는 데는 ‘보수성향의 친재벌 인사’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에선 7월 중순으로 예정된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최종심이 뒷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곽 교육감은 서울시교육감 사상 첫 진보성향의 서울 교육 수장으로 ‘전면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등 공약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주목을 받았다. 이 과정에 교육당국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교육감 선거 당시 상대 후보자를 매수한 혐의로 지난해 8월부터 검찰 수사를 받아 구속기소 됐고 1심에서 벌금형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이달 중순 대법원 최종선고만 남겨둔 상황이다. 실형이 유지될 경우 곽 교육감은 직을 잃게되고 12월 19일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교육감 재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현재 곽 교육감 사건 담당은 이상훈 대법관이 주심으로 있는 대법원 2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2부에는 전수안, 양창수, 김영덕 대법관이 자리잡고 있다. 그중 전수안 대법관이 10일로 임기를 마치면서 이번 4인 대법관 후보자중 한명이 대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상훈 주심 대법관은 이명박 정부가 2011년 1월에 임명한 대법관으로 야권에선 의심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광주 출신에 친동생 이광범 변호사가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지만 진보적 판사로 분류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 재선거 대선 藥이냐 毒이냐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4인방중 한 명과 이상훈 대법관이 ‘유죄 취지’ 판결을 내리고 나머지 2명이 ‘무죄취지’로 갈 경우 유무죄를 섣불리 속단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진보적 성향의 곽 교육감이 실형을 받아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경우 야권 대선 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보수 정당을 자처하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위원장으로선 호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으로 낙마해 재보궐 선거에서 현 민주당 박원순 후보에게 시장자리를 빼앗긴 곳이 서울이다.
지방선거에선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에 광역단체장까지 민주당이 가져간데다 올해 총선에서도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이끈 새누리당이 죽을 쑨 지역 역시 서울이다. 영호남을 제외한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유일하게 통했기 때문이다.
여당과 박 전 위원장 입장에선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는 보수 진영의 결집을 이끌 수 있는 기폭제인데다 대선과 동시에 치러짐으로써 ‘일거양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배경이다. 여야가 대법관 인사청문회에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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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