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時 교과서 삭제 논란, “정치인 이전에 쓴 작품에 중립성 운운”
도종환 時 교과서 삭제 논란, “정치인 이전에 쓴 작품에 중립성 운운”
  • 유수정 기자
  • 입력 2012-07-09 09:27
  • 승인 2012.07.09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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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과정평가원이 도종환 의원이 당선 전 발표한 시를 교과서에서 뺄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자료 = 뉴시스>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교육과정평가원이 중학교 국어과목 검정교과서에서 도종환 민주통합당 의원 작품에 대해 뺄 것을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9일 검정 심사를 통과한 중학교 국어 교과서 중 도종환(58) 민주통합당 의원의 작품이 담긴 8개 출판사에 도 의원의 시를 다른 작품으로 교체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평가원 측에 따르면 내년부터 개정되는 중학교 교과서 16종에 수정·보완을 권고하는 과정에서 도종환 의원이 현역 정치인인 만큼 교과서 내용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원은 “교과목 별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에는 ‘교육의 중립성 유지’라는 항목이 있다”며 “현역 국회의원의 경우 정치적 중립성을 감안해 수록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또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해당 출판사가 도 의원의 시를 삭제하지 않는다고 해서 본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도종환 시인이 부이사장을 지낸 진보 성향의 한국작가회의는 이 같은 조치는 정치적 탄압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시인이 국회의원이 된 뒤에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쓴 작품이라면 납득이 되지만 교과서에 실리는 작품들은 정치인 도종환의 작품이 아닌 시인 도종환의 작품”이라며 “도 시인이 만약 여당의 국회의원이었다 해도 이런 치졸한 이유로 추방하려 했을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도 시인의 시가 실린 출판사에 교체 요구를 한 것은 시계가 박정희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일”이라며 “5공화국 시절 김춘수 시인 또한 민정당 전국구 의원이었으나 그의 시 ‘꽃’이 교과서에서 사라졌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서 수록 시는 특정한 정치이념이나 종교, 인종에 대한 편견을 주장한 작품들은 엄격히 규제된 것이 사실이나 도 시인의 시는 서정시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비교적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문인들 역시 평가원의 조치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신경림 시인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기가 찰 노릇이다. 한마디로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소설가 이문열은 “작가가 정치적 의도 없이 쓴 작품을 나중에 얻은 신분을 이유로 삭제토록 하는 것은 창작인의 한 사람으로서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보기에 민망하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문인단체인 한국문인협회 정종명 이사장 역시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쓴 작품인데 갑자기 삭제 권고를 한다는 것은 문인으로서는 황당한 조치”라며 “작품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유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단지 국회의원으로 신분이 바뀌었다고 해서 삭제하라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도 의원의 ‘흔들리며 피는 꽃’, ‘담쟁이’ 등의 시를 수록해 권고조치를 받은 출판사는 교학사·금성출판사·대교 등 총 8곳으로 이들은 오는 20일까지 ‘교과서 검정 이의신청 심사심의회’에 심사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crystal07@ilyoseoul.co.kr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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