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이회창 ‘보수정권 위기론’ 신 3자연합
청와대·이회창 ‘보수정권 위기론’ 신 3자연합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1-04-19 13:09
  • 승인 2011.04.19 13:09
  • 호수 885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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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발 ‘보수대연합’ 카드 실체 ‘이이제이’ 昌으로 朴 옥죈다

보수3당+MB정권 내년 총·대선 중부권 잡기
청와대 정진석 수석 ‘역할론’ ‘박근혜 왕따 작전’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충청권 대동단결’을 외치고 ‘보수정권 위기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여권 일각에서 나온 과학벨트의 ‘삼각벨트 분산론’, ‘원안 재확인’ 등 과학벨트 관련 발언들이 오락가락하면서부터 계기가 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과거 14대 총·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3당 합당처럼 보수대연합 기치를 내걸었다는 것이다. 충청권 제세력 연대 이후 궁극적으로 충청도 지분이 전혀 없는 MB 정권과 19대 총선과 대선에서 연대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왔다. 보수대연합이 일어난 1990년대 이후 20년만에 신3당 합당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 또한 집권세력의 중부정권 창출실험이 현실화될지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보수대연합의 시동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걸었다. 지난 7일 이 대표는 충청권으로 오게돼 있던 과학벨트의 ‘삼각벨트 분산론’이 터지자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불신정치 추방에 뜻을 같이 하는 정당이 있다면 대동단결하기 위해 합당도 불사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대표직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11일에는 대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신정치는 대한민국의 정치이기 때문에 불신정치 추방에 동조하는 세력은 언제든지 공조, 연대, 합당 등으로 힘을 합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선 충청권이 뭉치고 그 다음에 대한민국의 모든 제세력들과 공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평소 ‘보수정권 위기론’, ‘보수대연합’을 주창했다는 점에서 보수 진영을 염두엔 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표와 ‘총리직’으로 인해 당을 뛰쳐나간 국민중심연합의 심대평 대표가 즉각 반응했다. 심 대표는 11일 “충청권의 통합에 누구든지 동행하기를 바란다면 그 길을 함께 갈 것”이라고 화답하면서 양당의 합당이 구체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과학벨트 고리,
신3당 합당 추진중?


무소속 이인제 의원 역시 이 대표가 ‘2선 후퇴’ 발언으로 인해 충청권 제 세력의 결집 움직임에 동참할 공산이 높아졌다. 이 의원은 당초 자유선진당 입당이 구체적으로 진행됐지만 막판 이 대표가 대표직을 고수하면서 철회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과학벨트 분산론’이 나왔다 재차 ‘원안 재확인’(임태희 청와대비서실장) 등 엇박자를 내면서 충청권 제 세력을 급속히 결집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대표가 ‘선충청권 결집 후 보수 세력 공조’를 주창했다는 점에서 보수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연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 대상이 친박근혜 세력이 아닌 친이계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대두됐다. 보수대연합을 주창한 것은 이 대표지만 성공의 키를 쥐고 있는 세력은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는 친이계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과학벨트를 분산시킬 경우 충청권은 반발하겠지만 보수 세력을 결집하려는 이 대표의 시도가 정치적, 지역적 한계에 봉착할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면 이 대표와 손잡고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내줄 경우 집권세력이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생색을 낼 수 있다. 특히 충남 공주·연기 출신의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가교 역할을 했다는 후문까지 나왔다. 이로 인해 충청을 매개로 한 ‘청와대-이회창 빅딜설’이 나오고 있다.

그 배경으로 집권세력은 신공항 백지화로 인해 영남 민심으로부터 멀어진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충청권까지 돌아설 경우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는 자명하다. 무엇보다 충청권 지역에 친이계 국회의원이 전무하다시피한 점도 아픈 대목이다. 친이계 홍문표 농어촌공사 사장은 충남 홍성·예산에서 이회창 대표에게 패배했고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충남 공주·연기지역에서 심대평 대표로부터 고배를 마셨다.

현재 집권 여당내 충청권 출신 현역의원은 친박 송광호(충북 제천시·단양군), 친이 윤진식(충북 충주시), 친이 김호연 의원(충남 천안시을) 3명뿐이다. 충남·대전권은 단 1명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충청권은 박근혜로 대표되는 친박 세력,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3개 정파로 분할됐다. 수도권 중심의 집권 세력으로서 정권 재창출에 아킬레스다.

집권세력
수도권+충청권 묶기용


하지만 자유선진당 이 대표와 19대 총선에서 연대할 경우 청와대로선 상황이 호전될 공산이 높다. 자신들의 성향에 맞는 후보를 충청권에서 낼 수 있고 박 전 대표와 공천권을 두고 다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충청권에서 이회창 대 박근혜 구도로 박 전 대표를 견제할 수가 있다. 정치적으로 ‘이이제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단 이를 위해선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몰아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한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과학벨트 유치성과를 통해 충청권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집권 세력과 연대로 인한 권력 분점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나아가 보수세력 결집에 따른 대망론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편 ‘청와대-이회창 빅딜설’에 홍문표 농어촌공사 사장의 행보도 주목되고 있다. 4·27재보선 이후 있을 개각 중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임으로 홍 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홍 사장이 장관으로 갈 경우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에 불출마할 공산이 높다. 통상 1년 이상 장관을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청와대가 이 대표를 배려한 선심성 인사가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집권세력이 총선과 대선을 맞이해 과학벨트로 충청권과 수도권을 묶는 것은 선거용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당내 유력한 대권 후보인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지역적 입지를 줄이는 노림수까지 친박진영을 긴장케 하고 있다. 청와대와 선진당의 신3당 보수대연합 움직임이 20년만에 성공할지 두고 볼 일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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