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살인적’ 감자 소액주주 눈물
신세계의 ‘살인적’ 감자 소액주주 눈물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07-03 11:21
  • 승인 2012.07.03 11:21
  • 호수 948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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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인터내셔널 톰보이 인수 후유증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신세계(부회장 정용진)를 규탄하는 서민들의 아우성이 끊이질 않고 있다. 톰보이 소액주주들도 그 중 하나다. 신세계가 톰보이를 인수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톰보이 소액주주들은 여전히 인수 과정을 문제 삼고 있다. 특히 ‘톰보이소액주주연대’는 신세계백화점·조선호텔·신세계인터내셔널 등에서 1년 가까이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신세계의 톰보이 인수 과정에서 진행된 165대 1의 감자로 소액주주들은 큰 피해를 본 반면 신세계는 톰보이 지분을 독식하게 됐다며 정용진 부회장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 측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채 외면하고 있다. 톰보이를 둘러싼 신세계와 소액주주의 끝나지 않는 갈등을 살펴봤다.

신세계 인수 후 165대 1 감자… 기존 주식 휴지조각
1인 시위 벌이는 소액주주연대… 유상증자 참여 원해

신세계인터내셔널의 톰보이 인수가 확정된 시점에서 시작된 ‘톰보이소액주주연대’의 시위가 벌써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벌어지는 1인 시위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을 정도다. 톰보이소액주주연대는 신세계가 톰보이를 독식하기 위해 165대 1의 감자를 단행하며 소액주주들을 벼랑끝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신세계 측에 소액주주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과 해결책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1인 시위 현장에서 [일요서울] 취재진과 만난 김용환 톰보이소액주주연대 대표의 다이어리에는 집회신고 날짜와 시간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김 대표는 “당초 5년 이상을 예상하고 시작한 싸움이다”라며 “이제 겨우 1년이 됐을 뿐이기 때문에 신세계 측에서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앞으로도 최소 4년간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최소 4년은 더 시위할 것”

사진=톰보이소액주주연대 제공

1977년 故 최형로 회장이 설립한 톰보이는 국내 최장수 패션 브랜드로 꼽힌다. 하지만 2010년 7월 만기가 되어 돌아온 어음 16억여 원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됐고, 지난해 8월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인수했다.
톰보이의 몰락은 창업주인 최 회장이 2006년 타계한 이후 벌어진 경영권 다툼에서 시작됐다. 경영권을 두고 최 회장의 동생과 부인·자녀 간에 갈등이 벌어지면서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끼쳤고, 결국 최 회장의 아내와 아들이 회사를 운영하게 됐지만 패션사업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톰보이에 직격탄이 됐다. 매출액이 2007년 2023억 원에서 2009년 1643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88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급감했다. 2008년부터는 당기순이익도 적자로 돌아서면서 자금난에 시달렸고, 2009년에는 29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회사가 존폐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결국 창업주 일가는 2009년 회사를 매각했다.

하지만 톰보이의 불행은 계속됐다. 새로운 경영진들이 회사를 키우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돈 빼먹는 수단’으로만 이용하면서 톰보이를 부도에 이르게 한 것이다. 지난해 6월 서울서부지검은 ‘톰보이’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불법적으로 회사를 상장 폐지되게 만든 전 경영촐괄사장 배모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상법상 가장 납입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회사관계자 2명과 유상증자 과정에서 가장 납입에 가담한 사채업자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장수 패션브랜드 톰보이의 몰락

경영진의 배임·횡령으로 부도 및 상장폐지에 이르게 된 톰보이는 관계인 집회에서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 받으면서 M&A가 추진됐고, 신세계인터내셔널이 톰보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소액주주들도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신세계인터내셔널은 톰보이 인수를 확정한 뒤 무자비한 감자를 단행해 소액주주들이 길거리로 나서게 만들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의 톰보이 인수가는 325억 원으로 180억 원은 유상증자, 145억 원은 회사채 형식으로 톰보이에 지급됐다. 당시 신세계인터내셔널은 180억 원의 유상증자로 톰보이 지분 51%를 확보했고, 이후 기존 주식에 대해 165대 1의 감자를 진행하면서 지분율이 95% 수준으로 높아졌다.

톰보이소액주주연대는 협력업체·채권자 등과 동일한 피해자지만 주주로서 채무자의 책임을 지기 위해 엄청난 감자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톰보이의 조속한 정상화라는 대의를 함께 하기 위해 회생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주주의 지위에서 신세계인터내셔널과 함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신세계 측은 소액주주의 유상증자 참여를 단호히 거절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톰보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소액주주들의 유상증자에 참여를 허용했다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톰보이소액주주연대는 “신세계인터내셔널이 톰보이를 개인회사로 만드는 제2의 기업사냥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신세계인터내셔널이 법정관리 중인 톰보이를 독식 하겠다는 뜻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톰보이소액주주들은 여전히 길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이며 톰보이 지분 10% 수준의 유상증자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환 대표는 “신세계 측에서 해결책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하며, 이를 위해 신세계 측과 협상하기를 원한다”며 “소액주주의 유상증자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로 동반 성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라고 비판했다.

신세계 측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70여명이 유상증자 참여를 원하고 있는데 이를 받아주면 또다른 주주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며 “165대 1 감자도 기존 주주들을 배려해 최대한 양보한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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