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헐리웃 별들의 음료’인 척 하는 롯데칠성 ‘데일리C 비타민워터’
[김재열의 광고비평] ‘헐리웃 별들의 음료’인 척 하는 롯데칠성 ‘데일리C 비타민워터’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7-03 11:15
  • 승인 2012.07.03 11:15
  • 호수 948
  • 4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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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감추고 ‘잇 걸(It girl)’의 여름 갈증 해소할 수 있을까

불볕 여름이 한창이다. 무더위로 타들어가는 갈증을 해소하라며 온갖 종류의 음료들이 성시를 이루는 가운데 ‘눈으로 마신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컬러풀한 색상을 입힌 음료들도 즐비하다. 반투명의 분홍·선홍·형광 노랑 등 음료 색깔이 아이맥 컴퓨터 색상 미학을 연상시킬 정도로 혁신적이다. ‘데일리C 비타민워터'는 비타민C와 필수 비타민을 물처럼 매일 즐긴다는 콘셉트의 브랜드이다. 특히 다국적 기업 DSM사의 브랜드인 ‘퀄리C(Quali-C)'인증을 받은 100% 영국산 비타민C의 프리미엄 음료이다. 롯데칠성이 독점사용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음료는 바이탈V·이글아이·스킨글로우 등 3종이 있다. 주 고객층인 20대를 겨냥해 주요 대학가 및 서울의 가로수길·압구정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 ‘글라소 비타민워터(상)’와 롯데칠성음료의 ‘데일리C 비타민워터(하)’

그런데 이 음료는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글라소 비타민 워터(Glaceau Vitamin water)’의 병 모양이나 색깔 등 외양과 음료 맛까지 베낀 ‘미투(Me Too : 따라 하기)’제품이다. 미투 제품은 연구 개발비의 투입이 거의 없이 신제품을 손쉽고 빠르게 만들어 선발 업체만큼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무임승차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롯데의 경우 강력한 유통채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상품이든 모방해서 자사 매장에 내놓으면 어렵지 않게 제품을 팔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비도덕적 상술이다. 겉모양이 비슷해 구입했지만 원하던 제품이 아닌 경우 교환을 하려고 해도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개봉 후엔 교환이 불가능한 사례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업계에 따르면 비타민 음료의 성별 구매비율은 여성이 67%로 남성의 33%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여성의 경우 다이어트를 고려해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 함량이 높은 음료를 주로 찾는다는 것이다. ‘글라소 비타민 워터’가 세계적인 명성의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음료에 대한 여성의 이 같은 취향을 간파하고 ‘잇 걸’에 기초한 여성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잇 걸(It girl=바로 그 여자)’은 개성이 강하고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서도 인정받는 어디 하나 부족하지 않은 매력적인 여자를 일컫는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확고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트렌드에도 민감하여 유행을 만들거나 리드하기도 한다. 연예인으로 치면 미워할 수 없는 악동인 린제이 로한(Lindsay Lohan)이나 오로지 자신을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하는 ‘억만 장자의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Paris Hilton)과 그리고 올슨(Olsen)자매 등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셀 오바마도 대표적 ‘잇 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명인은 아니지만 여성 사회활동이 활발해 짐에 따라 생겨난 다소 부유하면서도 엘리트 그룹의 ‘여성워커(Worker)’나 결혼을 하지 않아 자신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는 ‘골드미스’ 등도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특히 패션분야에서 두드러지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패셔니스타(Fashionista)로 이런 여성들을 가리켜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라고도 한다. 글라소 비타민워터 마케팅 콘셉트는 바로 이들을 겨냥했다. 이 회사는 음료를 패션 아이템 시각으로 접근하여 여성들이 좋아하는 트렌디 드라마에 간접광고(PPL)를 했다.

▲ 경쟁사 제품을 모자이크 처리해 ‘일반 비타민워터’라고 표기 후 자사 제품은 ‘영국산 비타민C로 만든’ 음료라는 롯데칠성 광고

PPL(Product Placement)은 드라마 등의 화면에 제품을 배치해 소비자들의 무의식 속에 그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심는 마케팅 기법이다. ‘섹스 앤드 더 시티’ 등의 트렌디 드라마를 통해 패셔니스타들이 즐겨 마시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로 하여금 저절로 알도록 하는 전략이다. 이 음료는 뉴욕 상류층 청소년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드라마인 ‘가십 걸(Gossip Girl)'의 PPL 제품이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화려한 패션과 럭셔리한 일상으로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이들 드라마의 헐리웃 스타들이 그 날의 의상에 어울리는 색상의 ‘글라소 워터’를 들고 다니는 모습 등을 통해 ‘잇 걸’의 필수 음료로 이르게 한 것이다. ‘헐리웃 별들의 음료’, ‘잇 걸(it girl)들의 필수 아이템’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이밖에 이 음료는 음료수가 말을 걸어온다고 여겨지게 할 만큼 겉 포장지를 이용한 스토리텔링 등 소비자와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오늘의 브랜드 명성을 쌓아왔다. 그런데 롯데칠성은 이 브랜드가 그동안 공들여 쌓아 온 무형의 자산을 마치 제 것인 양 자사 제품 마케팅에 교묘히 이용하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다.

식음료업계에서 ‘남의 것'을 베껴 제 것처럼 내놓는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롯데는 ‘비타 500’을 모방한 ‘비타 파워’, 암바사를 모방한 밀키스, 비락 식혜를 모방한 잔칫집 출시등 수많은 ‘미투’ 제품 논란을 일으켜 왔다. 초코파이하면 누구나 먼저 오리온의 초코파이를 떠올린다.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은 1974년 첫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79년 같은 계열의 기업 롯데제과는 오리온에 이어 미투 제품인 ‘롯데 초코파이’를 출시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리온 초코파이가 28년 간 이어온 파란색 포장 용기를 빨간색으로 바꾸자 롯데는 똑같은 빨간색 포장 용기의 ‘가나 초코파이’를 출시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롯데칠성과 같은 계열 기업들은 브랜드 네임, 관련 스토리텔링, 마케팅 방식까지 복사기처럼 찍어 베끼고 있는 것을 관행처럼 일삼고 있다.

국내 음악시장에선 표절을 두고 가끔씩 벌이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 중에 두 가지 반응이 있다. ‘표절이어도 노래만 좋으면 장땡이지’라는 것과 ‘진실은 그 작곡가의 양심만이 알 것이다’라는 말이다. 음료 또한 진실이 무엇이든 맛만 제대로 낸다면 장땡일지 모른다. 그러나 ‘잇 걸’들은 어디 하나 부족하지 않은 영민한 여성들이기에 이번 여름 롯데칠성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모를 리 없다. 베끼기의 미투 제품은 짝퉁의 또 다른 이름이나 다름 아니다. ‘잇 걸’들이여, 이 무더운 날 그대는 어떤 음료를 마시렵니까.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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