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대권주자를 포함해 모든 계파가 의기투합해 개헌정국을 헤쳐나가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아가 당 안팎에서는 ‘대권 빅2’인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이 연대해 대권필승 카드를 띄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박근혜-이명박 대권 연대론’은 두 사람의 지지모임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던 카드. 당내 ‘대권 빅2’로 분류되고 있는 두 사람이 끝까지 대권경쟁을 펼칠 경우 적잖은 출혈을 감내해야 하고 당 분열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박근혜-이명박 연대론 급부상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와 이 시장의 팬클럽인 ‘명박사랑’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 개헌을 전제로 두 사람의 대권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누구를 중심으로 연대할 것인지 등 방법론에서는 다소 상반된 입장이다. ‘박사모’는 ‘대통령 박근혜-부통령 이명박’ 카드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명박사랑’은 ‘대통령 이명박-당 대표 박근혜’ 카드를 선호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청와대 회담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대통령 4년중임 및 정·부통령제를 가장 선호하고, ‘박근혜-이명박 연대’를 가장 경쟁력 있는 대권연대 카드로 꼽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최근 전국의 성인 남녀 1,12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헌시 선호하는 권력구조는 대통령 4년 중임 및 정·부통령제(41.4%)가 가장 많았고, 이어 내각제(31.8%), 이원집정부제(8.2%) 순이었다.
러닝메이트가 불가피한 정·부통령제를 전제로 한 가상대결에선 박근혜-이명박 카드가 가장 경쟁력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명박 부통령’ 조합이 36.3%로 가장 높았고, 이어 ‘고건 대통령-추미애 부통령’ 조합(27.3%), ‘정동영 대통령-강금실 부통령’ 조합(17.7%) 순이었다. 또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부통령’ 조합도 38.7%로 ‘고건-추미애팀 25.0%, 정동영-강금실팀(19.8%)을 여유있게 따돌렸다.비록 가상대결이긴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물론 박근혜-이명박팀을 포함해 고건-추미애팀, 정동영-강금실팀 등의 조합은 어디까지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가상 조합이다. 하지만 이러한 샘플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천타천 차기주자 후보군에 올라 있는 주요 잠룡들 중 이상적인 남성-여성 후보 조합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권창출 명분 빅딜 가능성
특히 한나라당 핵심부는 이러한 설문 결과에 매우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두 사람의 조합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로 대권주자간 또는 계파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었던 한나라당 제 정파는 ‘노-박 회담’이후 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가 대연정 반대 입장 이외에 별다른 회담 성과물을 얻지 못했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당내 대권주자들과 지도부는 한 목소리로 박 대표를 추켜세우고 있다. 박 대표와 대권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명박 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강재섭 원내대표측은 “박 대표가 할 말을 했다”고 평가하면서 당내 화합을 독려하고 있다. 주요 당직자들도 노 대통령과 여권이 2차, 3차 승부수로 한나라당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당내 단합은 기본이고, 나아가 차기주자간 연대 작업도 본격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당내 ‘대권 빅2’로 분류되고 있는 박 대표와 이 시장간의 연대론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두 사람의 조합은 상호 대통령-부통령 역할에 관계없이 기타 후보 조합을 월등히 따돌리고 있다. 가상 대결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경쟁력을 합할 경우 그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양 진영도 개헌이 안 될 경우에는 당내 경선 등 최후까지 갈등·경쟁관계를 유지하겠지만 정·부통령제 개헌이 전제된다면 차기 주자간 연대는 불가피 할 것이고, ‘빅2’인 박근혜-이명박 연대야말로 필승카드가 될 것이란 시각에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누구를 대통령 후보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호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이와 관련, 박 대표의 측근인 K의원은 “박 대표는 지난해 탄핵정국 이후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17대 총선에서)구한 장본인이고 현재 당내 최대 주주인 만큼 박 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 시장은 무슨 일을 했나 묻고 싶다”고 전제한 뒤 “한나라당이 정권을 창출하는데 이 시장의 역할이 필요한 만큼 그가 부통령 후보로 박 대표와 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이 시장측은 반대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명박계인 L의원은 “박 대표의 대중적 인지도는 인정하지만 본선에서는 분명 여성 콤플렉스에 직면할 것”이라며 “강한 추진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이 시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L의원은 또 한길리서치 여론조사를 예로 들며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부통령’ 조합이 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정치권 관계자들은 “정·부통령제 개헌이 전제된다면 여야를 망라하고 잠룡들간의 짝짓기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 경우 ‘박근혜-이명박 카드’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여권 및 제 정치세력간의 연대 보다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고 그 파괴력 또한 상당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개헌정국- 여권 잠룡들 셈법 분주
권력구조 개편땐 대권전략 전면수정 불가피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청와대 회담이후 정국 이슈가 연정론에서 개헌론으로 전환되고 있다. 연정론 카드를 꺼내든 노 대통령 스스로 “당분간 연정 얘기를 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난 스탠스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제가 연정 대신 선거구제 개편 등으로 바뀌었고, 그 주체가 대통령에서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으로 전환됐을 뿐 선거법 및 개헌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은 정기국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10월까지 당 정개특위 차원의 선거구제 개편안을 마련하고, 민노당·민주당과의 조율을 거쳐 12월 정기국회 폐회전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시킨다는 구체적 일정과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자칫 노 대통령과 여권의 전략에 말려들 소지가 있다며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주도해 군소 정당과 조율속에 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를 국회에 상정할 경우에는 마냥 외면만 할 수도 없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비록 한나라당이 외면하고 있지만 정기국회는 서서히 ‘개헌정국’으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처럼 연정정국이 개헌정국으로 발전할 조짐이 일자 정동영(통일)·김근태(복지부)·천정배(법무) 장관 등 여권내 차기 주자들은 바짝 긴장하며 나름의 대권 셈법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각에 포진해 있다는 정치적 행동반경을 의식해 그동안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여권 잠룡들이 물밑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등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한 개헌이 이뤄진다면 지금까지의 대권전략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연정정국에서 침묵으로 일관했던 이들 잠룡들은 정치권의 개헌 논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차기주자간 연대 모색 등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특히 이들 잠룡들은 정부통령제 개헌에 대비해 강금실 전 장관, 추미애 전 의원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여성 후보를 연대 1순위로 꼽고 물밑 접촉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들도 한나라당 일각에서 개헌에 대비한 ‘박근혜-이명박’ 필승카드설이 나돌고 있는 만큼 여권 잠룡들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이상적인 연대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성철 anderi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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