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수조 원을 들여 개발 중인 AM 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이 협력사를 통해 교묘히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해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제1부(김영종 부장검사)는 국가정보원과 공조해 삼성모바일 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을 유출한 혐의(산업기술유출방지및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디스플레이 검사장비업체인 이스라엘 O사의 한국지사 과장 안모(36)씨 등 3명을 구속기속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O사의 한국지사를 양벌규정에 의해 같은 죄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삼성과 LG의 55인치 TV용 AM OLED 패널 실물 회로도 등 핵심 기술을 신용카드형 USB메모리 등에 담아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 검사 장비를 납품하는 O사 직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장비 점검차 수차례 AM OLED 패널 생산현장을 드나들었다. 안씨 등은 검사 장비 카메라의 줌(zoom) 기능을 이용해 해당 패널의 회로도를 정밀 촬영했다. 이후 촬영한 15장의 사진을 미리 준비한 신용카드형 USB에 저장한 뒤 신발, 벨트, 지갑 등에 숨겨 현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졌다.
이들은 수사과정에서 “O사가 철수하면 삼성·LG는 망한다. 계속 수사할 것이냐”는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기술을 빼돌린 대가로 회사로부터 특별한 보상을 받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기업인 O사는 세계 평단 디스플레이 패널 검사 장비시장에서 점유율 1위(77%)를 차지하고 있으며 ‘DAP’라는 별도의 홍콩법인까지 만들어 세계각지의 거래 업체들의 기술 정보를 조직적으로 수집·관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안씨 등이 빼낸 자료가 이미 O사의 이스라엘 본사, 홍콩법인, 중국·대만 업체 영업담당 직원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구체적으로 O사와 납품 계약을 맺고 있는 삼성과 LG의 경쟁 업체인 중국의 BOE·CSOT사, 대만의 AUO·CMI사 등을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지목했다.
검찰관계자는 이번 기술유출 범죄의 몸통으로 보인는 이스라엘 본사에 대해 "이스라엘에 우리 수사권이 미치치 않지만 여러방법을 검토에 본사 차원의 범죄를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자동광학검사 장비는 AM OLED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액정표시장치(LCD) 등 국내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생산현장에 사용되고 있다”며 “다른 기술의 유출 가능성은 더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LG 관계자는 “특정 회로도 몇 개만으로 55인치 AM OLED 화면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이로 인한 외부 업체들의 이익을 곧바로 추산하긴 어렵다”면서도 “국내 업체와 해외업체 간에 2~3년 이상의 기술력 차이가 있는 만큼 이 기간이 크게 좁혀질까 우려 된다”고 말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평가받는 AM OLED는 관련 시장이 무려 90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국내기업들은 선두권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과 LG가 각각 1조3800억 원, 1조270억 원을 투자해 관련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번에 유출된 기술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55인치 대형TV를 만들 수 있는 기술까지 포함된 것으로 파악돼 그 피해액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과 LG는 첨단 기술 공장 내 어떤 카메라도 반입할 수 없고 휴대폰의 카메라에는 봉인을 해 작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등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O사의 직원들은 한번도 보안검색에서 적발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양사의 보안 수준이 허술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또 삼성의 경우 수사착수 이전에 자체 감사를 벌였지만 LG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에야 기술 유출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