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의 인천공항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 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에서 근무하는 정규직은 2011년 기준 857명이며 민간위탁업체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는 5960명이다. 87.4%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인 셈.
이들은 공항 곳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설·토목·보안·환경 등 공항을 움직이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인천공항공사와 계약한 위탁업체의 소속직원으로 신분은 비정규직이다.
이들이 계속해서 일을 하려면 자신이 속한 업체가 인천공항공사와 계약이 이뤄져야만 가능하다. 인천공항공사와 위탁업체는 3년간의 기본계약기간에 추가로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위탁업체가 인천공항공사와 재개약에 실패할 경우 5년이 경과하면 위탁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떠나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항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기존 계약업체가 탈락하고 새로운 회사가 계약을 맺어도 고용승계가 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사업장에 비해 해고에 대한 두려움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회사들이 이들을 승계하며 급여나 기타 수당 등을 줄여 근로계약을 맺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의 이런 제의를 거절하게 될 경우 미계약자들은 회사를 떠나야만 한다. 하지만 먹고살기 위해 이들은 눈물을 머금고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노동자들이 인천공항공사 측에 하소연해도 공사 측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며 위탁업체 측과 얘기하라는 대답만 할 뿐이다.
여전히 밥은 계단에서, 상 당해도 휴가계 내고 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인천공항이지만 위탁업체 비정규직을 위한 배려는 결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각 층마다 탈의실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공간이 협소하며, 환경 부문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실은 최근에 생겼지만 몇 군데 되지 않고 작업하는 곳과 거리가 멀어 이용률이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한성권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지부장 직무대행은 “우연히 여객청사의 구석진 쪽으로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마침 계단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미화원 아주머니들을 볼 수 있었다”며 “휴게실이 있는데 왜 여기서 식사를 하느냐고 묻자 물었더니 ‘휴게실이 너무 멀리 있어서 거기서 점심 먹고는 쉬려고 해도 작업장이 멀어 곧장 일어서야 한다’고 하더라. 이런 게 우리들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철 사무처장은 “일부 협력업체의 경우 결혼식이나 제사가 등이 있어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 그 마저도 휴가계를 내고 가야한다. 심지어 몸이 아파도 공항 내부에 필수 인력은 남아 있어야 해 어쩔 수 없이 쉬지 못하고 끙끙 앓기만 하는 경우도 있다”며 “7년 연속 서비스 세계 1위를 했지만 우리는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였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일에 만성이 된 듯 크게 분노하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다음에도 입찰에 성공해 계약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느냐다. 만약 계약에 성공하면 월급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고 또한 퇴직금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고용승계가 이뤄졌지만 항상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계약만료 시점이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입찰 결과에 신경을 쓰느라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김 사무처장은 “그나마 고용승계가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소속 회사가 바뀔 경우 임금을 삭감하고 계약하자고 회사 측에서 제안한다. 결국 입장을 수용하면 임금이 깎기고 그렇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둬야 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고용승계의 폐단을 설명했다.
민영화 추진에 비정규직 노조 목소리 못내
정부는 인천공항공사 지분 일부를 매각해 부족한 세입을 충당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진 경영 기법을 도입해 경영 효율화를 이루겠다며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야권은 지금도 서비스 세계 1위를 할 정도로 탄탄한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데 굳이 민간사업자에게 지분을 매각해 그 이익을 돌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인천공항지역지부 역시 민영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개별 단위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로 민영화에 대한 노조 측의 입장을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공항지역지부는 민영화가 성사될 경우 대량 해고가 발생할 수 있어 정부와 공사 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방침 외에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가 민영화 반대 투쟁에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인천공항지역지부가 목소리를 내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약자인 인천공항지역지부 노동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사무처장은 “공항이 민영화되면 어차피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비정규직인 우리보다 정규직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공항공사 노조에서는 반대투쟁을 함께하는 것을 꺼려하는 입장이다. 이유를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현재 정부의 공공기관 민영화 방침에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민영화 방침은 결국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근원 공공운수노조 조직부실장은 “국민들께서는 노조가 공사 측과 싸우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잘 판단하셔야 한다. 우리들은 서비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국민을 위한 보편적인 서비스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있다. 만약 민영화 되면 보편적인 서비스는 사라지고 돈을 벌기 위한 서비스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며 “당장 철도를 보라. KTX가 생기면서 비둘기호는 사라졌고 간이역도 폐쇄됐다. 돈 없는 서민들도 비싼 기차를 이용해야만 한다. 수익을 내고 있던 면세점도 관광공사가 민영화하면서 일부 기업들에게만 그 이익이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부실장은 “공항도 똑같아질 것이다. 민영화 되면 인원을 감축하면서도 지금의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임금을 깎거나 노동 강도를 높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 품질은 떨어지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인천공항공사 민영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간접고용, 그 해법은
협력업체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노조 인천공사지역지부는 현재의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김 사무처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직접고용은 일반적인 정규직 전환과는 다르다”며 “우리는 직접고용으로의 전환을 통해 공사 직원들만큼 임금을 받겠다는 것이 아니다. 고용의 불안정성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어차피 협력업체들의 중간 이익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예산으로도 충분히 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인천공항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인천공항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 연구팀’은 지난 3년 동안 약 800억 원 이상이 협력업체들의 이윤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한다면 공사 측에서 굳이 아웃소싱을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처음부터 핵심 분야를 제외한 비핵심 업무는 아웃소싱을 한다는 방침이었다. 오히려 각자가 맡은 전문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서비스 품질을 떨어트리지 않게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개항 당시부터 전문성을 이용해 운영한다는 기본 방침을 바꿀 계획은 전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인천공항공사는 “다른 사업장에 비해 인천공항공사의 급여 수준은 높은 편이다. 거기에 이직율도 1% 미만이다. 이는 고용승계도 잘 이뤄지고 있음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노조 측에서 주장하는 노사 문제는 공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노동청에 고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인천공항지역지부는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고용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경영 합리화, 서비스 품질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사가 노사 문제에 직접적으로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현 정부의 노동기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공공기관 민영화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인천공항을 포함한 공사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시한폭탄의 뇌관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고 아웃소싱에 드는 비용을 직접고용에 투입해 고용안정화를 꾀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