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치솟는 기름 값 핑계로 ‘마법의 플라스틱’인 척하는 하나SK카드 광고
[김재열의 광고비평] 치솟는 기름 값 핑계로 ‘마법의 플라스틱’인 척하는 하나SK카드 광고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6-27 11:26
  • 승인 2012.06.27 11:26
  • 호수 947
  • 4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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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효과 노린 ‘판타스틱 댄스’로는 불황경제 속 고객 유인 어려워

▲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광고 포스터
최근 가뜩이나 치솟은 기름 값으로 서민생활이 더 한층 팍팍해지고 있는 가운데 카드 회사의 광고 한 편이 이를 해결하여 줄듯이 하여 눈길을 끈다. 하나SK카드는 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승승장구 중인 유준상을 ‘CLUB SK'광고의 모델로 기용해 멀티 광고를 하고 있다. 이 중 ‘주유'편은 모델이 펼치는 ‘판타스틱 댄스'가 아이캐처(Eye Catcher)요소다. 배경음악이 ‘판타스틱~판타스틱~’하며 들리는 가운데 모델은 양팔을 가볍게 직각으로 옆에 붙이고 주먹을 쥔 상태에서 바퀴가 굴러 가는듯한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하고 무릎을 굽혀 점점 내려가는 댄스 동작으로 기름 값이 ‘판타스틱하게' 다운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판타스틱’ 댄스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많은 커버댄스 영상이 쏟아져 인기를 끌었던 빅뱅의 ‘판타스틱베이비’ 중 독특하면서도 매우 경쾌한 몸놀림의 하이라이트 안무 부문을 차용한 듯하다. 이 댄스뮤직은 요즘 클럽에서도 한창 흥행하고 있다. 이처럼 춤은 더 이상 ‘저항적'이라거나 불륜이나 탈선의 온상 등 ‘음지'의 이미지를 동반하지 않아 마케팅 도구로 적합하다. 오히려 춤을 소재로 한 광고는 흥겨움을 북돋우며 동시에 제품의 이미지를 역동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이 카드 회사 광고처럼 톱스타들의 춤은 15초라는 짧은 시간동안 시청자들의 뇌 속을 비집고 들어가기에도 좋다. 그래서 이 광고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화된 장점을 즉시 떠오르게 하는 매혹적 멜로디나 리듬을 뜻하는 징글(Jingle) 기법을 한껏 살리고 있다. 동시에 이 광고의 ‘판타스틱 춤’은 TV의 인기 프로그램 하나가 끝나면 곧바로 나타나는 광고들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다른 채널을 돌리게 되는 현상인 재핑(Zapping)을 방지하기에도 좋다. 여기에다 이 광고는 ‘후크(Hook)광고' 형식을 취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이 광고에 중독되도록 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듯하다. 후크는 고기를 잡기 위해 낚시 바늘에 미끼를 끼운 유혹을 뜻한다. 이 광고의 미끼는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 기법이다. ‘판타스틱~판타스틱~’하는 율동 뒤엔 소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광고의 카피나 CM송을 반복적으로 따라하게 하려는 트릭을 숨겨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광고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하고 있지만 이 회사가 의도하는 광고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시 된다. 광고에서 춤이라는 도구는 짧은 시간 안에 아주 강한 임펙트(Impact)를 전달 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소구하고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적합성(Relevance)이 있어야 광고가 의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카드의 광고가 의도하는 기름 값 할인혜택 서비스는 춤과의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메시지로 카드 광고의 선풍을 몰고 왔던 현대카드 광고는 일에 지친 직장인들을 위해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직장인들의 가슴에 팍팍 꼽혔던 이 메시지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널리 회자될 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막상 이 회사의 CEO는 ‘현대카드광고 중 가장 망가진 광고’라고 자평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 이유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카피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아 광고는 떴지만 기업은 안 떴기 때문이라는 것. ‘떠나라'라는 메시지와 함께 현대카드를 가지고 떠나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면 더욱 성공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광고 속의 메시지나 비주얼이 소비자의 공감을 제 아무리 크게 얻는다 해도 소구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와의 연관성을 갖지 못할 땐 광고가 의도하는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는 것이다. 또 하나 하나SK카드 광고의 효과가 우려되는 점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드라마 속에 설정된 주인공 캐릭터의 인기에 지나치게 편승하려 한다는 점이다.

▲ 하나SK카드의 ‘CLUB SK' 주유편 광고

특히 드라마 속 주인공 방귀남은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외과의사라는 직업과 더불어 호감 형 외모를 지니고 있기도 하여 한 언론사에서 조사한 ‘결혼하고 싶은 남자’ 1위로 평가될 정도로 기혼여성들이 바라는 ‘국민 남편’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이 광고는 해당 모델의 주가만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빅 모델이 가지고 있는 너무나 강렬한 이미지로 인해 광고하려는 브랜드가 그늘에 가려지는 것을 그늘효과(Overshadowing Effect)라고 한다. 이로 인해 광고에 나온 모델만 기억할 뿐 실제 브랜드 자체에 대한 구매욕구가 현저히 반감되거나 방해를 받는 방해효과(Blocking Effect)가 그것이다. 특히 이 광고가 눈에 거슬리는 점은 하나SK카드를 사용하면 할수록 할인혜택이 커지는 정도가 판타스틱(환상적)할 만큼 엄청나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 모든 카드가 전월 사용 실적이 30만 원 이상일 경우 리터 당 100원을 할인을 해주지만 이 카드사는 60만 원 이상 시 리터 당 150원을 할인해주는 등 할인혜택의 단계를 고작 한두 가지 추가한 것을 가지고 ‘판타스틱~판타스틱~’이라는 과장된 메시지를 전달하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누군가는 광고를 ‘50%의 진실로 100%의 거짓말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광고는 포인트나 적립을 내세워 근검절약정신을 강조하는 척 하지만 실상은 이마저도 마케팅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잇달아 중환자실로 실려 가고 있는 등 세계경제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그렇기에 지금은 생기발랄한 춤사위 등을 내세워 우리 카드가 덤을 더 많이 준다던지 하는 따위의 광고가 먹힐 때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팍팍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이 녹아 있는 따스한 위로의 메시지 한 줄이 그리울 때인 것이다. 그동안 카드 회사들은 경제와 사회 분위기에 따라 광고를 카멜레온처럼 바꿔가면서 카드중독을 부추기거나 심화시켜 왔다. 여기에 더하여 이 광고는 이 무더운 여름날 ‘판타스틱~판타스틱~’을 강조하여 소비자들을 깡총깡총 뛰게 하면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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