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카드업계 선두업체인 신한카드(사장 이재우)가 ‘고객울리기’에서도 선두로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는 자영업자들의 카드 결제 수수료 인하 요구가 거세지자 고객들을 위한 부가서비스 혜택을 대폭 축소하면서 그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카드사 가운데 가장 많은 부가서비스를 없앴다. 뿐만 아니라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보상처리에 있어서도 경쟁업체에 미치지 못하는 ‘쫀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신한카드가 고객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는 관심이 없고 돈벌이에만 눈이 멀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빌미로 고객 서비스 대폭 축소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 ‘나 몰라라’…1위 위상 어디로
지난해부터 전업계 카드사들은 중소가맹점들로부터 카드 결제 수수료를 인하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중소가맹점의 수수료 인하에 대한 인식이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확산되자 카드사들이 고객을 위한 부가서비스를 줄줄이 없애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체 전업카드사에서 총 193건의 서비스가 축소됐다. 대표적인 부가서비스 축소로 놀이공원 입장료 할인 등 각종 할인서비스가 꼽힌다. 전체 카드사의 축소된 부가서비스 193건 가운데 61건이 할인서비스였다. 또 포인트 적립률을 낮추는 등 적립서비스를 축소한 경우가 59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20건의 할인축소, 12건의 적립축소, 8건의 서비스 축소, 기타 6건으로 총 46건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 1위의 신한카드가 고객을 외면한 부가서비스 축소에서도 1등이 됐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신한카드를 비롯한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부가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도 수익을 위해 운영되는 기업인데 수익이 줄어드는데도 혜택을 늘릴 수는 없는 일 아니겠냐”며 “고객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수수료가 인하된 가맹점에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실련은 신용카드 사용액의 증가로 인해 가맹점수수료 수입도 함께 늘어나고 있어 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로 인해 부가서비스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근거가 매우 약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입은 2008년 5000억 원에서 2011년 8조5000억 원까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신한카드는 수익 악화를 핑계로 소비자들에게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하는 상황에서도 높은 배당금을 책정해 더욱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신한카드는 지난해 벌어들인 순익의 70%에 달하는 6000억 원을 신한지주에 배당한다고 밝혔다. 신한카드는 앞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배당을 결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경영악화를 핑계로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을 줄이면서도 지주사에 대한 배당금은 줄이지 않는 신한카드 행태가 소비자의 분노를 사고 있다.
뿐만 아니다. 신한카드는 업계 1위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고객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그치지 않고 있다.

불안심리 이용한 돈벌이까지
지난 1월 전업계 카드사들은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자 사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피해금액을 최대 40~45%까지 감면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모든 피해자가 40% 수준으로 감면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카드사별로 보상기준이 달라 같은 시기에 똑같은 사기를 당하고도 어떤 카드를 쓰느냐에 따라 감면금액에 차이가 났다. 특히 신한카드는 공인인증서 재발급에 따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10%만 보상하기로 결정하면서 ‘말바꾸기’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피해자들은 당초 40%까지 감면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다가 10% 감면에 그치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카드사들의 말바꾸기는 두 번 울리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카드사의 보상 규모를 납득할 수 없는 피해자들은 개인 또는 단체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A씨는 “피해금액도 문제지만 그동안 피해금액에 대한 걱정으로 잠도 못자고, 어이 없는 피해로 인해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에 빠지면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며 “정신적인 피해까지 생각한다면 피해금액을 100% 보상해 준다고 해도 억울한 심정이다”라고 토로했다.
특히 신한카드가 고객이 신청도 하지 않은 카드론 서비스 기능을 부여해 피해규모를 키웠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신한카드 피해 고객 B씨는 “다른 카드들은 카드론 기능이 없어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고도 별다른 피해가 없었지만 신한카드는 현금서비스 한도의 수십배에 달하는 카드론 기능 때문에 어이없는 피해를 당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고객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신한카드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신한카드가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위해 내놓은 보험은 고객의 불안심리를 이용한 돈벌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신한카드는 여성과 56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는 ‘신용안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매월 청구서 작성 시점 채무액의 0.510%(여성), 0.588%(노인)를 수수료로 내면 최대 300만 원까지 피해 금액을 보상해준다. 반면 현대카드는 최근 카드론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에게 보이스피싱 피해 보상보험을 무료로 가입해주고 있다. 보장금액도 500만 원으로 신한카드보다 높았다. 신한카드가 업계 1위라는 오만함에 빠져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부가서비스 축소와 관련해 “우리가 발급하는 카드 종류가 많다보니까 절대적인 숫자는 타사에 비해 많아 보일 수 있지만 비율로 따지면 오히려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위한 보상 보험은 카드업계에서 현대카드만 도입했을 뿐”이라며 “우리도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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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