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취임 후 2년 만에 계열사 간 잇단 특혜성 거래로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에 대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신 회장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이에 대한 돌파구로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을 선보였지만 롯데카드를 전용 결제카드로 선정하고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픈도 하기 전에 뭇매를 맞고 있다. 자영업자 단체는 롯데카드 결제거부운동과 함께 롯데마트 등에 대한 불매운동도 함께 전개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또한 롯데캐피탈은 같은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에 특혜성 대출을 해 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동방성장’을 강조하는 롯데그룹의 두 얼굴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첩첩산중에 비견되는 롯데그룹의 현 상황을 신동빈 회장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시험대에 올랐다.
롯데카드, 빅마켓에 특혜성 수수료 책정…결제거부·불매 운동 돌입
롯데캐피탈, 코리아세븐에 조달금리보다 낮은 특혜성 대출로 시끌
대기업 가운데 ‘생계형 서비스업’에 가장 많이 진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탄의 대상이 됐던 롯데그룹이 계열사간 각종 특혜 논란으로 또다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롯데그룹에 대한 대규모 불매운동도 준비되면서 롯데의 기업이미지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 18일 100만 자영업자 단체인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은 롯데카드 결제거부 운동을 진행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들의 반발은 롯데카드가 롯데그룹의 창고형 마트인 ‘빅마켓’에 대해 특혜성 수수료율을 책정했다는 이유에서 비롯됐다.
롯데마트는 대형마트 규제가 심화되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창고형 마트 진출을 모색했고, 미국의 창고형 회원제 할인점 코스트코가 모델이 됐다. 코스트코는 한 국가에서 한 카드사와만 계약을 맺는데 한국에서는 삼성카드와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월 삼성카드는 코스코에 0.7%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빅마켓은 코스트코와 같은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기 위해 단일카드사와의 계약을 추진했고, 최종적으로 롯데카드가 선정됐다.
이와 관련해 자영업자 단체는 롯데카드가 계열사인 롯데마트의 빅마켓에 1.5% 이하의 낮은 수수료를 책정한 것은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중소가맹점에 대한 차등 수수료가 논란이 되면서 이에 대한 개선책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카드가 계열사에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것이다.
특히 오는 12월 시행되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대형마트에 대한 우대수수료가 금지되는 상황에서 롯데카드가 계열사에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각 카드사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이 12월 22일부터 시행되지만 이에 앞서 수수료 계약을 할 때도 법 개정 취지에 맞도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카드는 빅마켓에 대한 특혜성 수수료율 책정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아직까지 수수료율이 결정되지도 않았고, 1.5% 이하가 아닌 기존 대형마트 수수료율인 1.5~1.7% 사이에서 결정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빅마켓에 대한 수수료율은 아직까지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1.5% 이하로 책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카드 결제거부에 따른 고객들의 피해가 없도록 자영업자 단체와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부당거래도
롯데그룹에 대한 대규모 불매운동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 회장이 계열사를 통해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돼 롯데그룹 이미지에 균열이 발생했다.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캐피탈은 같은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에 조달금리에도 못 미치는 저리의 대출을 해준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고 있는 코리아세븐은 신 회장 일가가 1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오너에 대한 특혜성이 다분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롯데캐피탈은 올해 8차례에 걸쳐 코리아세븐에 총 1282억 원을 4.24%의 이자율로 빌려줬다. 롯데캐피탈이 코리아세븐에 적용한 4.24%는 롯데캐피탈이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하는 금리에도 못 미친다. 롯데캐피탈이 발행한 회사채의 평균 이자율은 5.02% 수준으로 코리아세븐에 적용한 이자율보다 0.8%가 높았다. 롯데캐피탈이 손해를 보면서 그룹 오너인 신동빈 회장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의미다. 이는 롯데캐피탈이 실행한 대출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특히 롯데캐피탈이 개인고객에게 최대 30%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오너일가에 대한 저리의 대출은 특혜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롯데를 둘러싼 각종 구설도 끝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MB정부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히는 롯데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정권 말기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십 수년간 표류하다 MB정부에서 건설 허가가 이뤄진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의혹이 대표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캐피탈과 코리아세븐의 거래는 기업간 거래로 개인고객의 이자율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불필요한 의혹을 사지 않기 위해 앞으로 코리아세븐은 시중 은행을 통해서만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천시와 롯데이비카드의 뒷거래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인천시가 롯데이비카드에 시내버스 교통카드 결제시스템 운영권을 보장해 주는 대가로 롯데이비카드가 인천유나이티드FC에 10년간 100억 원의 후원금을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 시민단체들은 “밀실 행정에 의한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로 시장 경제의 원칙인 공정 경쟁에 위배된다”며 감사원 감사 청구를 의뢰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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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