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경준 “검찰, 신씨 형제 고소 말라고 부탁”
[단독] 김경준 “검찰, 신씨 형제 고소 말라고 부탁”
  • 정찬대 기자
  • 입력 2012-06-25 11:34
  • 승인 2012.06.25 11:34
  • 호수 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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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충격고백, 편지 통해 ‘기획입국설’ 내막 폭로

▲ 지난 18일 [일요서울]이 유원일 전 의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김경준씨의 최근 편지.<사진=정찬대 기자>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의해 제기된 노무현 정권의 ‘김경준 기획입국설’이 최근 드러난 ‘BBK 가짜편지’로 결국 정치 공작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BBK 전 대표이사인 김경준씨가 자신에 대한 검찰조사가 진행된 지난 2008년 검찰로부터 신경화씨와 신명씨를 고소하지 말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주장해 그 진위 여부를 둘러싸고 파문이 예상된다.

김경준씨는 과거에도 BBK사건에 대한 검찰의 회유 및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며, 2008년 초 BBK 특별검사팀은 김씨가 주장한 검찰의 협박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김씨가 BBK 가짜편지가 불거진 최근 또 다시 검찰로부터 ‘약속’을 대가로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고 밝히면서 향후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준 편지, 어떤 내용 담고 있나

BBK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현재 천안 외국인 교도소에 복역 중인 김경준씨가 자신의 후견인으로 불리는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에게 보낸 지난 7일자 편지를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결과 김씨가 자신의 감형 등을 내걸고 검찰로부터 ‘어떤 약속’을 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검찰이 BBK 가짜편지를 작성한 신명씨와 그의 형 신경화씨에 대한 고소를 하지 말라는 부탁이 있었다고 주장한 내용이 확인됐다.

김씨는 편지에서 BBK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던 지난 2008년, 감형과 형 집행순서 변경 그리고 미국으로의 이송 등을 검찰과 약속했으며, 이 때문에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경화와 신명 형제에 대한 고소도 하지 말라는 검찰의 부탁을 받고 당시 이들에 대한 고소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총 3장 분량의 편지에는 자신의 기획 입국설에 대한 내막(1페이지)과 BBK가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임을 언급한 일부 내용(2~3페이지)이 담겨 있으며, 유 전 의원은 현재 김경준씨 측이 보내온 자료(BBK가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임을 증명할 증거)에 대한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획 입국설 관련 내용이 담긴 첫 페이지만을 공개했다.

실제로 유 전 의원은 이에 앞선 지난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경준씨 측으로부터 BBK가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라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자료를 건네받았다”며 “모두 A4 7페이지 분량”이라고 전한 바 있다.

김경준 “나에게 민주당 접근 근거 강요”

김경준씨가 유 전 의원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BBK 가짜편지에 대하여 조금씩 진실이 밝혀지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 의지가 별로 없어 걱정”이라고 우려한 뒤 “자기들이 2008년도에 잘못 수사한 사실이 밝혀지니 싫어하는 것이다. (2008년 초 수사 당시 검찰은) 기획입국설이 거짓으로 밝혀지니 이를 덮으려는 노력에 바빴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2007년 대선을 전후로 자신의 기획입국설과 관련 “내가 기억하기론 한나라당 쪽이 민주당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 사건들이 많았는데, 기획입국설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민주당 쪽이 한나라당 상대로 제기한 ‘무고’ 고소들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나에게 ‘약속’(감형, 형 집행순서 변경, 미국으로의 소환)을 하였기에 나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였고, ‘무고’ 처리를 위하여 나에게 민주당 접근 근거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경화, 신명 형제도 고소하지 말라고 부탁해 그때 고소하지 않은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약속 안 지켰기에 신씨 형제 고소한 것”

유원일 전 의원은 지난 1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 4일 김경준을 면회한 뒤 받은 편지”라며 김씨의 편지를 공개한 뒤 “편지 내용이 모두다 사실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실로 엄청난 일”이라고 강한 우려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나는 다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일각의 주장처럼 BBK가 이명박 대통령의 소유인지 아닌지, 가짜편지가 어떻게 작성됐고, 기획 입국설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편지 내용과 관련, ‘당시 신씨 형제를 고소하지 않았던 김씨가 왜 이제 와서 이들을 고소한 것이냐’는 기자의 물음에 “김경준의 주장대로라면 당시 검찰이 약속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야 이들을 고소한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신명 녹취록… “BBK 편지, 형은 쓰라고 한 적 없다”

김경준씨는 지난해 12월 BBK 편지를 작성한 신명씨와 그의 형 신경화씨 그리고 BBK 가짜 편지를 공개하며 자신의 기획입국설을 제기한 홍준표 전 새누리당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후 검찰은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BBK 편지의 흐름이 신명→양승덕 전 경희대 행정실장→김병진 두원공대 총장→은진수 전 감사위원→홍준표 전 의원 순으로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신명씨와 양승덕씨 사이가 모호해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들이 관여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신명씨는 BBK 가짜편지 사건의 배후로 양승덕씨 위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 대통령의 손윗동서 신기옥씨 등을 지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BBK 편지의 배후는 없으며, 편지도 가짜가 아닌 신명씨가 자신의 형 신경화씨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을 정리한 이른바 ‘대필 편지’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 전 의원은 “내가 갖고 있는 자료와 검찰 수사 결과가 너무 다르다”며 지난해 6월 5일 BBK 편지를 작성한 신명씨와 자신의 집에서 1시간 16분 동안 직접 나눈 대화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신명씨는 지시에 의해 편지를 작성했으며, 한나라당은 특히 ‘김경준 기획 입국설’과 관련 억지 증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BBK 가짜편지’를 작성한 신명씨는 당시 유 전 의원과의 대화에서 “한나라당이 어거지로 물증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은 편지를 쓰라고 한 적이 없다. 편지를 썼을 당시 형은 이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밝힌 부분을 본 기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신씨는 유 전 의원과 나눈 대화 녹취록에서 가짜편지를 작성한 뒤 형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형 편지를 언급하며 김경준씨가 한국으로 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이 편지는 검찰에서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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