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력’ 없는 검찰수사, 결국 ‘뱀꼬리’만 잡았다
‘파괴력’ 없는 검찰수사, 결국 ‘뱀꼬리’만 잡았다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2-06-25 10:57
  • 승인 2012.06.25 10:57
  • 호수 947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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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권력형 비리’ 앞에만 서면 ‘무딘 검’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현 정권에 대해 스스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고 평가했지만 이 대통령 측근 비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 수사 분위기는 사건의 중심으로 파고들지 않는 모양새다. 검찰이 MB 정부의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는 윗선 개입 의혹의 실체나 ‘몸통’을 밝혀내지 못해 ‘면죄부 수사’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같은 검찰의 ‘면죄부 수사’에 ‘살아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 속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곡동 사저 의혹은 이와 관련해 고발된 7명 전원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고 불법 민간인 사찰 사건은 ‘윗선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저축은행 비리 3차 수사결과 지난달 6일 영업정지 된 4개 저축은행 불법대출액이 1조2800억 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정·관계 로비 부분은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앞선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와 마찬가지로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BBK 가짜 편지’ 의혹 등도 ‘꼬리자르기식 수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마다 ‘꼬리 자르기’
검찰, ‘청와대 눈치보기식’ 소극적 수사 왜?


검찰의 소극적인 모습은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마다 재연됐다. MB정권 최고 실세들이 걸려든 만큼 검찰 수사가 결국 청와대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몸통’도 ‘윗선’도 밝히지 못한 채 꼬리자르기식 수사에 그쳤다. 검찰이 권력형 비리 수사에 잇따라 착수했지만 단 한건도 의미 있는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한 것. 검찰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와 ‘성역없는 수사’를 다짐했지만, 검찰 수사 발표 이후 의혹은 가시지 않고 오히려 논란만 재점화되고 있다.

검찰=법무법인 청와대?
내곡동 사저 의혹 매입 의혹 사건 수사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검찰은 피고발인 일곱 명 가운데 김인종 전 경호처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소환하지 않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씨도 단 한 차례 서면조사를 하는 것으로 수사를 끝냈다.

검찰은 “(시형씨의) 답변서를 받아보니 아귀가 딱 맞았다. 추궁할 게 없어서 부르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이는 오히려 “검찰이 언제부터 당사자 해명을 그대로 수용하는 기관이냐”는 역공의 빌미만 제공한 셈이 됐다. 김 전 경호처장에 대한 소환도 사건 배당 6개월 만에야 이뤄져 의혹관련 당사자들이 입을 맞출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7개월짜리 수사치고는 부실하다는 비난이 나오는 까닭도 이래서다.

불법 민간인 사찰 수사결과 발표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검찰은 3개월에 걸친 재수사 끝에 불법 사찰의 ‘윗선’으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증거인멸의 ‘몸통’으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을 구속 기소했다. 또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과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도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불법사찰 증거인멸 개입여부에 대해서는 개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최종결론을 내리는 등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이 짙은 청와대 내부의 몸통을 밝히는데 실패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청와대로 이어지는 비선 보고 가능성도 규명하지 못했다. 이처럼 검찰은 이번 재수사가 불법사찰과 증거 인멸 과정에서 청와대 내부에서 누구를 통해 어떤 식으로 관여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핵심 관건임에도 불법 사찰의 몸통이나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해 명확한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규의 민주통합당 수석부대변인은 “면죄부를 남발하는 검찰은 ‘청와대 법무법인’을 청산하고 수사기관 검찰 본연으로 돌아가라”며 “‘살아있는 권력은 검찰로 통한다’는 이 오욕의 사슬을 검찰 스스로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검찰이 이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에 면죄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검찰은 또 영업정지된 솔로몬·미래·한국·한주저축은행 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벌여 대주주와 경영진 12명을 구속기소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하지만 퇴출 저지를 위한 정·관계 로비 부분은 전혀 밝혀내지 못해 수사의 한계를 드러냈다.

앞서 검찰은 김찬경 회장이 김모 청와대 행정관에게 100억 원의 채무 탕감 특혜를 줬다는 정확을 포착했지만 이와 관련해 김 행정관을 소환조사하지 않고 있다. 또 이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던 김승유 전 하나그룹 회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면죄부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상득 전 의원실 여직원 계좌에 발견된 출처 불명의 7억 원에 대한 수사 역시 이렇다 할 소득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 조카사위인 전종화 전 나무이쿼티 대표가 연루된 씨모텍 의혹 사건도 검찰은 수사했지만 수사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통합당은 수사 결과에 대해 “정권과 금융감독당국의 비호 없이 저축은행 비리와 부실이 반복될 수는 없다”며 “이미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정권 실세들이 구속됐고 삼화저축은행의 경우 유력 대선정치인 가족의 연루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해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BBK 가짜편지’도 무혐의 처분?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계속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수사발표를 앞둔 BBK 가짜편지 사건 수사 발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내용을 보완 중이라고 밝혔지만 수사 발표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내곡동 사저 의혹이나 불법사찰보다 더 소득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대선 막판을 흔들었던 BBK 가짜편지의 진실 역시 명확히 규명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 검찰은 문제의 편지가 가짜 편지도 아니며 배후도 없다는 쪽으로 잠정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내곡동 사저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검찰이 BBK 가짜편지 역시 무혐의 처분할 공산이 크다.

가짜 편지를 기획한 배후로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 등 여권 핵심 실세들이 지목됐지만 실체를 규명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번 검찰수사에서 ‘양승덕 경희대 전 관광대학원 행정실장-김병진 두원공대 총장-은진수 전 감사위원-홍준표 새누리당 전 대표로 편지가 전달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검찰수사에서 가짜편지의 진위여부와 양 전 실장이 신씨에게 왜 편지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는지, 편지 작성을 지시한 인물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신명씨가 BBK 가짜편지 작성경위와 관련해 윗선의 배후가 있었다고 주장해왔고, 편지의 배후로 현 정권 실세나 이 대통령의 대선캠프 측 인사가 개입됐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2008년 김경준 기획입국 의혹 수사를 답습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BBK 가짜편지를 대필편지로 결론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2008년 ‘김경준 거짓말에 속은 것’이라는 수사 결과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신명씨는 “은진수씨가 만든 원본을 보고 베낀 것”이라며 “2008년 수사 때 양승덕씨로부터 최시중 이상득이 이 모든 것을 핸들링하고 있으니 형이 쓰라고 해서 보냈다고 계속 거짓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지난 17일 주장 한 바 있다. 이에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이제 BBK 가짜편지 사건도 깡통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고 하고 ‘과거를 묻지 마세요’ 소위 BBK편지 사주한 정권 배후 없다는 결론으로 몰고 나가고 있다”며 검찰을 맹비난했다.

검찰의 임기말 권력형 비리 수사는 문민정부 이후 통과의례로 굳어졌다. 역대 대통령은 임기말 검찰의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 때문에 레임덕이 가속화 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말에도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 수사가 어김없이 막이 올랐지만 검찰은 ‘청와대 눈치보기식’의 소극적 수사를 벌여 의문을 사고 있다.

이 같은 배경의 이유로 검찰정기인사를 앞둔 시점에 MB측근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이 사정라인 핵심에 전진 배치돼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검찰의 인사권을 청와대가 사실상 틀어쥐고 있는 점이 지목되고 있다. 최근 잇따른 면죄부 수사 역시 검찰 인사권을 쥔 이들을 통해 청와대가 수사 개입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춘석 민주통합당 의원도 “더 기가 막힌 것은 조사 대상인 권 장관이 검찰 정기 인사를 단행하려한다는 점”이라며 “만일 권 장관이 검찰 인사를 하게 된다면 청와대에 아부하는 검사만 승진시킬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검찰이 권력형 비리를 면죄부 수사로 이어가고 있지만, 19대 국회에서 권력형 비리를 둘러싼 국정조사와 특검이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조나 특검에서 의혹의 핵심에 서있는 인물들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질 경우 검찰 수사결과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으로 공이 넘어간 ‘권력형 비리 의혹’의 속살이 제대로 파헤쳐질지 주목된다.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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