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한미 양국 정권 말 전투기 구입 사업 서두르는 내막
[심층취재] 한미 양국 정권 말 전투기 구입 사업 서두르는 내막
  • 오병호 프리랜서
  • 입력 2012-06-25 10:45
  • 승인 2012.06.25 10:45
  • 호수 947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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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원 투입 차세대 전투기 구입 먹튀 의혹 증폭

 사업 규모 8조 3000억 원대의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이 부실테스트 논란에 이어 입찰제안서 미비 등으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입찰 본격화에 앞서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업을 둘러싼 여러 의혹도 점점 더 짙어지고 있어 차후 정치권에서 쟁점화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MB정부가 특정 후보 기종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사업 관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 그리고 미국의 록히드 마틴사가 전투기 도입 사업을 놓고 복잡한 함수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이에 이번 정부에서도 역대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무기도입사업과 관련한 비리 게이트가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록히드마틴 입찰 앞두고 돌발행동 미스터리
전투기 시뮬레이터 테스트 논란 뒤에 가려진 진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0일 “FX 사업의 재입찰을 7월 5일 실시한다”는 공고를 새로 냈다.

지난 19일 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사업에 참여한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와 보잉사,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 중 보잉을 제외한 2개 업체의 서류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데 따른 조치다.

우리 정부는 2007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해 왔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쳤음에도 초대형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재입찰을 결정한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유례가 없었던 초유의 일이다. 이에 방사청 관계자들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는 업체들의 서류미비 행태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군 주변에서는 시험 평가를 실제 전투기 비행이 아닌 시뮬레이터로 대체하겠다고 밝혀 도마에 오른 록히드마틴이 고의로 서류를 미비하게 제출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여론이 호전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보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또 록히드마틴이 얼마나 선정을 낙관했으면 안이하게 서류를 준비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록히드마틴이 이미 F-35 선정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느슨하게 제안서를 제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록히드마틴은 제안서 24권 중 절충교역 관련 내용이 포함된 3권 등 4권의 한글 판본을 누락시켰는데 절충교역 내용에는 기술 이전이 포함된다.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도 제안서 32권 대부분의 한글본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우리 정부가 록히드마틴의 F-35를 사실상 내정했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어린 시선도 적지 않다.

방위사업청이 졸속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여론도 거세다. 동시에 이번 사업의 속행처리 배후에 다른 내막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분분하다.

방위사업청은 F-15K 40대를 도입한 1차 사업 당시 25개월이나 걸렸던 사업 기간을, 최신형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이번 사업에서 오히려 10개월로 단축하면서까지 도입을 서둘렀다.

지금 나타나는 여러 문제를 두고 “초대형 사업 규모를 감안하면 방위사업청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하는데도 다른 때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사업추진을 서두르는 게 수상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무기도입 사업은 지난해 10월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하면 3차 F-X(차세대 전투기), 대형공격헬기(아파치), F-16 성능 개량, 해상작전헬기, 고고도 무인정찰기 등 7개 사업의 총 구입자 13조7000억 원대의 예산을 내년(2012년) 예산에 4100억 원 계약금만 반영시켜 계약을 완료한다는 것이다.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은 그 중 일부다.

초대형 국방비리 조짐인가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MB 정부가 최신예 차세대 전투기 F-35 라이트닝2(Lightning 2)도입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전투기 도입 사업은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으며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록히드마틴과 우리 정부가 물밑 합의를 했다는 소문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최근 입찰과 관련해 여러 논란이 일자 정부와 록히드마틴의 물밑 조율설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투기 구입과 관련된 우리정부의 입장이 업체에 제대로 전달된 경쟁 입찰이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물밑 조율설과 관련해 주목을 끄는 것은 록히드마틴의 리베이트 의혹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 정부가 무책임한 무기도입사업을 추진했다는 비난과 더불어 “특정 업체가 이번 입찰과 관련해 정권에 천문학적인 리베이트를 제안했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에 전투기 도입 사업이 초대형 국방 비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록히드마틴은 과거에도 무기 구입과 관련해 브로커 개입 의혹과 거액의 리베이트 뇌물 의혹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 있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외국의 경우라면 이번 사업의 리베이트는 천문학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방산업계에서는 14조 원의 무기 구매 거래가 이뤄지면 커미션만 공식적으로 1~3%에 달해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과거 우리나라 역대 정권 권력자들은 무기구입을 통해 막대한 리베이트를 챙긴 의혹을 사고 있다. 이번 사업 역시 무기구매사업과 관련해 비리 의혹에 휩싸일 확률이 높다.

지난 정권의 예를 살펴보면 무기 브로커들이 활약했다. 권영해, 린다김, 조풍언, 김영완 등은 대표적 무기 구매 브로커로 꼽힌다. 이들 브로커가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구매 커미션을 권력자에게 전달한 정황이 상당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MB 정권이 퇴임을 앞두고 14조 원의 무기구입을 서둘러 체결하고 계약금 4000억 원을 던진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 만연하다.

정치적 타산에 의한 국방사업
또 방위사업청은 록히드마틴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에 대해 “일본도 F-35 구매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전투기의 구매가 합당하다는 속내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그러나 F-35의 실제 성능은 검증되지 않았다. 이 전투기는 현재 미국도 양산체제가 아니라 시제품을 생산해 시험비행을 하고 있는 단계다. 각종 결함이 노출되어 아직도 개선 중인 ‘진행형’에 불과한 제품이다. 이 때문에 최근 F-35 구매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도 추가로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은 우리나라와 평가 방식에서 차이가 있고 조금씩 기준도 다르다. 때문에 록히드마틴에 대한 요구사항도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일본과 우리나라는 계약 내용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를 백지화 한다는 입장이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F-35는 일명 ‘깡통비행기’로 불리고 있다. 몸체는 완성되었지만 현대 전투기에서 두뇌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차후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보장되고 요구사항이 계약 옵션으로 제시된 상태에서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또 구매를 추진 중인 일본이나 이스라엘은 F-35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에 공동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개발기술력과 위성 등 항공 보조 시스템 역시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투기를 놓고 무조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무모한 모험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지어 현 우리나라 조건에 F-35를 도입할 경우 재앙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미래경영연구소의 황장수 소장에 따르면 미국이 F-35를 한국에 판매하려고 하는 것은 미국내부의 정치적 요인 때문이다.

황 소장은 “미국은 내년 오바마가 대선을 앞두고 애초 예상되었던 F-35 계약을 미루고 있다. 현재, 예산 감축 등을 두고 의회가 대치하는 과정에서 인기 없는 무기구매예산을 미루고 복지예산을 대선 전에 편성하려 할 것”이라며 “따라서 미국은 내년 대선 전 F-35 미국정부 구매 분의 일부를 해외에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의 한 인사도 정부의 이번 국방사업추진에 대해 “무모한 도박”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그는 “지금 미국에서는 최신예 전투기로 꼽히는 랩터도 여러 문제가 발생해 고철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그런 계약을 추진하는 것은 경제난을 겪고 있는 미국과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미완성 무기를 선 계약하는 것은 브로커 개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검증된 무기의 구입은 커미션이 적지만 개발 중인 제품에 대한 선 계약을 성사시키면 커미션이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치권과 연결된 대형 브로커 또는 모종의 밀약이 존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사업 비용도 문제다. MB 정권하에서는 4100억 원의 지출만 하고 나머지 잔액은 차기 정권에서 대부분을 부담하게 돼 시간이 지날수록 예산 반영 비율이 커지게 돼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 정권이 잠정적으로 14조 원에 계약하더라도 최소 1~2년이 걸리는 계약 후 사업협상 진행 과정에서 20조 원까지 예산이 늘어날 수도 있다.

특히 F-35 같은 개발 중인 신형 전투기 구매에서는 확정된 가격이 있을 수 없어 14조 원의 예산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현재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오병호 프리랜서>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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