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가상대결① 박근혜 vs 문재인
대선특집-가상대결① 박근혜 vs 문재인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2-06-25 10:45
  • 승인 2012.06.25 10:45
  • 호수 947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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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딸’ 대 ‘노무현 친구’ 대결…승자는

[일요서울|조기성 기자] 오는 12월 19일 제 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여권은 대선 경선룰로 시끄러운 가운데에서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농후해보이지만, 야권은 수많은 잠룡들이 본선보다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예선전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야권의 많은 대선주자들 중 민주통합당 내 ‘빅3’로 꼽히는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1차 예선(당내 경선)을 거쳐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은 여권의 상수인 박근혜 전 위원장과 야권의 4인(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안철수)에 대한 대선 가상대결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인의 장막-불통의 리더십 朴 vs 리더십 검증 안 된 文

박근혜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 이후 ‘미래권력’이라 불리며 타 여권 대선주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1위를 내달렸고, 현재도 청와대 입성에 가장 근접한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민주당 내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고문은 지난 17일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고 있다.

여러 가지 많은 변수가 존재하지만, 대선 본선을 ‘여권후보 박근혜 대 야권후보 문재인’으로 가정하고, 박 전 위원장과 문 고문의 장단점 분석과 함께 가상대결을 펼쳐봤다.

박근혜, 장점이 곧 단점

박 전 위원장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장점으로 꼽힌다.

박 위원장은 고집스러울 만큼 한 번 내놓은 말이나 약속은 상황 변화가 있다고 해도 번복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 반대가 대표적이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박 전 위원장은 30% 안팎의 고정지지층을 갖고 있다. 지난 2009년 세종시 논란 등으로 현 정부와 각을 세워 지지율이 급락했음에도 20%대 중후반의 지지율은 유지했다.

또한, 박 전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딸이라는 후광도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심각해져가고 있는 요즘 ‘경제를 살렸던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것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 전 위원장은 자애로운 어머니상인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를 십분 잘 활용하는데다 육 여사의 고향이 충북 옥천이라는 점에서 충청 민심을 어느 정도 확보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박 전 위원장의 강점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원칙주의는 포용력과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로, 견고한 지지층은 ‘표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으로 연결된다.

이와 관련,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은 청와대에서 젊은 시절 보냈고, 교육도 별도로, 격리된 학교도 다녔고, 부모님의 비극적 사망, 이런 비극적 경험이 (박 위원장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지 않을까”라면서 “너무나 알려진 사람이라서 대중 속에 못 들어가는 타고난 한계도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경제 성장의 이면에 깔려 있는 ‘유신 체제’, 즉 ‘독재자의 딸’이라는 주홍글씨는 박 전 위원장을 여전히 옭아매고 있는 상태다. 더군다나 총선 승리 이후 완벽하게 사당화시켰다는 논란이 일고 있고, 대선 경선룰 논의 과정에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비박 3인 요구를 뭉개버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박 전 위원장이 스스로 ‘독재자’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두언 전 최고위원이 “박 전 위원장이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이미지부터 벗어던져야 한다”면서 “박 전 위원장이 자기개혁, 우파혁신을 하지 못하면 상대 후보가 누가 되든 대선에서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노무현 친구’ ‘양날의 칼’

박근혜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가 ‘박정희’라면, 문재인 하면 ‘노무현’이 연상된다.

문 고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갖는 이미지는 인권운동가와 민주변호사로서의 경력, 특전사 출신,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대중성 등도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친구라는 점이 국민들 뇌리에 박혀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해 8월 부산·울산·경남 지역민들에게 ‘문재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은 결과 ‘노무현’이 49.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조사결과(‘민주당’이 7.9%, ‘민주화운동’이 5.6%, ‘의리’가 5.3%. ‘정치개혁’ 4.3%, ‘국민통합’ 4.1%, 모름·무응답  19.4%)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문 고문은 실제 참여정부 시절 초대 민정수석을 시작으로 시민사회수석을 거쳐 비서실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소식을 듣고서는 네팔에서 달려와 변호인단을 꾸리기도 했고,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러한 노 전 대통령과의 깊숙한 인연은 문 고문 역시 양날의 칼과 같다. 참여정부에 대한 공과를 함께 가지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다.

또 다른 문 의원의 장점이자 단점은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가장 진보적인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중앙일보-SBS-EAI-한국리서치>가 차기 대선주자들의 이념 점수(매우 진보 0점~매우 보수 10점)에 대한 패널조사(1666명)를 실시한 결과, 박근혜 전 위원장이 7.1점으로 가장 보수적으로, 문재인 고문이 4.1점으로 가장 진보적으로 나타났다.

야권단일후보로 나서기 위해 좋은 평가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중도층에게 어떻게 다가갈지가 과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또한 비록 19대 총선 때 낙동강 전선에서 절반의 성공만을 거뒀지만 PK 출신으로서 그는 대선에서 여권의 PK표를 분산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16대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유사한 바람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친노(親盧)이미지가 워낙 강해 ‘표 확장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권력의지가 약함과 동시에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발간된 ‘서울대생들이 본 2012년 총선과 대선 전망’이라는 책은 문재인 상임고문에 대해서는 “‘힐링캠프’의 친숙한 이미지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라는 이미지가 정치인으로서의 자질 신뢰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배제하고 문재인만이 가지는 이미지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점이 문 상임고문의 큰 단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권변호사라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문 상임고문은 독재와 맞서는 용기 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공주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박 전 대표와 비교해 더욱 크게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검증된 박근혜, 낡은 정치인 이미지”

박 전 위원장은 오랜 기간 정치적 시험대에서 검증을 거쳤고, 당 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 등 위기상황에서 당을 이끌면서 수많은 선거를 치러 리더십을 인정받은 반면, 문 고문은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못했고, 정치력 면에서도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에 반해 오랜 기간 검증을 거친 박 전 위원장에 비해 문 고문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검증된 정치인 박근혜란 이미지는 곧 신선하지 않다. 낡은 정치인이란 이미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구도가 ‘낡음’대 ‘새로움’으로 짜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낡은 정치인’이라는 낙인은 치명적일 수 있다.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태도나 정수장학회 문제 등에서 박 전 위원장이 보여준 모습은 ‘낡음’이라는 낙인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문 고문은 대선 과정에서 이러한 구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문 고문은 “털어서 먼지 안 날 만큼 자기 관리도 철저히 했다”고 밝혔듯 정수장학회와 영남대 등 과거를 안고 가는 박 전 위원장과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 각 분야의 갈등과 분쟁을 중재하면서 소통과 대화를 익혔고, 갈라져 있던 정치와 시민사회를 하나로 묶는 통합의 지렛대 역할도 했다”는 문 고문의 말처럼 대선 정국에서 ‘불통’의 이미지를 가지고 가는 박 전 위원장과의 확연한 대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격 포인트… 朴, 文은 주도적 리더십 없다 vs 文, 朴은 폐쇄적, 불통의 리더십

박 전 위원장은 문 고문의 정치력 미흡과 친노 핵심임을, 문 고문은 박 전 위원장의 ‘유신체제 옹호’ 발언 등 국가관과 불통의 리더십을 주요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문 고문의 지지층 확장을 차단하기 위해서 친노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키며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당 대표로 있는 이해찬 대표를 함께 끌어들이면서 문 고문이 주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적이 없다는 점을 공격 포인트로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이어 “문 고문은 자신이 개방적인 사고로 열린 리더십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박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폐쇄적이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불통과 고집에 대해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응석 바이오엠넷 대표는 “박 전 위원장 측에서는 친노를 사람에 국한시켜 그 프레임에 가두길 바라겠지만, 문 고문은 친노라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하고자 했던 가치와 철학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감하게 친노의 길을 가겠다고 밝힌다면 친노로 공격받을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문 고문은 박 전 위원장이 하는 구태의연한 선거 방식이 아닌 참신한 선거 운동을 통해 국민들에게 신선함을 줄 필요가 있다”면서 “다른 후보가 경험하지 못한 대통령과 함께한 국정 운영을 바탕으로 집권 이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론조사, 총선 이후 朴 우위 점해

지난해 여름 혜성처럼 등장한 문 고문은 박 전 위원장을 턱밑까지 추격하더니 올 초에는 박 전 위원장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2월 첫째 주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고문은 44.9%의 지지로 44.4%의 지지에 그친 박 전 위원장을 0.5%p 앞선 것. 오차범위 내의 근소한 차이지만 문 고문이 박 전 위원장을 처음 앞지르면서 눈길이 쏠렸다.

지난 4월 초 <리서치뷰> 휴대전화 여론조사에서도 ‘12월 대통령선거에 새누리당 박근혜, 야권단일후보로 문재인 두 사람이 대결할 경우 내일이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박근혜 42.6%, 문재인 45.9%의 지지율을 보여 문 고문이 앞섰다.

같은 질문에 대한 유선전화 응답자의 46.4%가 박근혜, 42.0%는 문재인을 선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슷한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이 진두지휘한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난 데다 문 고문이 민주당 전대 과정을 거치면서 상처를 입고 ‘안철수와의 공동정부론’ 등의 헛발질(?)을 하면서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전 위원장이 문 고문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일 SBS 여론조사 결과 박 전 위원장은 54.5%의 지지를 얻어 문 고문(33.3%)에게 21.2%p나 앞섰다. 지난 14일 <모노리서치>조사(박근혜 52.3%, 문재인 37.9%)와 지난 18일 <한국갤럽>조사(박근혜 52%, 문재인 27%)에서도 박 전 위원장의 우위가 계속됐다.

이렇듯 문 고문이 박 전 위원장에게 힘없이 밀리고 있는 형국이지만, 김문수 경기지사가 우려했던 야권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의 ‘3단 마법’이 일어나 여의주의 향배가 바뀌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kscho@ilyoseoul.co.kr
<사진=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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