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측, ‘공천권에 복권 요구’여당 ‘난색’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의 합당이 사실상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서청원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지난해 연말에 출소한 이후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은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역시 지난 3월 2일 ‘즉시 합당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2주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달이 지난 지금 양당의 합당 절차는 진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 미래희망연대측의 증여세 미납금 ‘13억 원의 빚’을 이유로 합당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그 내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갑작스런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 무산위기, 그 내막을 알아봤다.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의 합당이 재차 정치 논리로 인해 영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당초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측은 지난해 7월 전당대회를 통해 합당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분열을 우려한 한나라당이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지방 선거가 여당 참패로 끝나고 미래희망연대가 ‘13억 원’이라는 적잖은 빚을 떠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나라당은 합당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빚을 정리한 후에 합당하자는 주장이었다.
이후 지지부진하던 양당의 합당은 같은 해 12월 서청원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출소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4월 재보선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재차 미래희망연대측이 ‘후보자를 낼 수 있다’고 흘리면서 안 대표를 압박했고 안 대표는 급기야 3월 초 최고위원 회의를 통해 3월 중으로 합당 절차를 마무리짓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3월이 지난 현재까지 양당의 합당 절차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합당선언→무산→합당→무산 위기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공식적으로 “미래희망연대 증여세 13억 원 미납문제 때문에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희망연대측은 “두 번이나 속았다”며 “선거철에만 ‘반짝’ 등장하는 합당논의에 대해 한나라당의 합당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고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양당의 합당 절차 무산 배경에 서청원 대표의 무리한 요구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합당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미래희망연대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서 대표가 내년 19대 총선에서 공천 지분 10%와 자신의 복권을 합당의 전제 조건으로 걸었다고 들었다”며 “한나라당이 받을 수 없는 요구로 사실상 합당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서 대표를 겨냥했다.
또한 이 인사는 “출소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제도권에 들어와 역할을 하려고 하는 노욕이 엿보인다”며 “공천 지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복권은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미래희망연대측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가 비공식적으로 ‘증여세 미납급에 대해 대신 갚아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 대표가 개인적 욕심을 내세워 의원들을 꼭두각시로 만들면서 대사를 그르치고 있다”고 거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 안팎에서 양당의 합당건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171석을 갖고 있는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 입장에서 8석의 미래희망연대 비례대표 의원들 그것도 친박 성향의 의원들이 불어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는 분위기 또한 팽배하다. 또한 19대 총선에서 친이 친박간 공천권을 두고 한바탕 홍역을 치룰 것이 뻔한 상황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미래희망연대 의원들이 곱게 보일리가 없다. 실제로 송영선 의원은 대구 지역에 또 다른 2명의 비례대표 의원들은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의 중랑을과 강승규 의원의 마포갑 지역의 출마를 각각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월 재보선, 19대총선 후보 낼수도
서 대표의 이런 요구가 당내에 확산되면서 다수의 미래희망연대 의원들은 ‘출당조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을 할 경우엔 의원직이 상실되기 때문에 당으로부터 출당을 당해야 ‘의원직’을 유지해 개별 입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선 ‘출당’은 전혀 고려대상이 되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미래희망연대의 한 관계자는 “서 대표는 19대 총선을 전후로 일어날 수 있는 정계개편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라며 “또 여차하면 18대 총선에서 마찬가지로 친박 연대로 회귀해 총선을 치러 대선에서 모종의 역할까지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또 다른 미래희망연대 관계자는 “서 대표의 노욕에 대해 당내 비판의 시각이 높지만 어느 누구도 서 대표에 맞서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다 서 대표의 꼭두각시일뿐이다”고 냉소적인 반응마저 내놓고 있다. 오히려 미래희망연대 지도부는 한나라당을 겨냥해 오는 4월 재보선에서 주목받는 분당을 지역과 강원도지사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다고 엄포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래저래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합당은 서 대표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이상 19대 총선전까지 이루어지기 힘들게 된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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