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방경찰청은 21일 10년 동안 자신의 아내와 친동생, 처남 등 가족을 줄줄이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20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챙긴 혐의(살인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모(46)씨 등 4명을 붙잡아 이 중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조직폭력배였던 박씨는 1996년 10월 경기 양주시의 한 주차장에서 후배 전모(36)씨를 시켜 승용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 김모(당시 29세)씨를 목 졸라 숨지게 했다. 이후 박씨는 아내의 사망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상금으로 1억4500만 원을 받았다.
같은 수법의 범행은 친동생으로 이어졌다. 박씨는 1998년 9월 친동생(당시 28살)에게 “돈 받을 곳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 유인해 승용차 안에서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 6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챙겼다. 박씨는 친동생을 살해하기 두 달 전 동생 명의로 보험 상품 3개에 가입한 뒤 보험금 수령자로 자신을 지정해 두기도 했다.
이어 박씨는 2006년 2월 손아래 동서 신모(41)씨와 공모해 처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다. 박씨는 이때도 처남 명의로 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수령자를 장모 김모(69)씨로 지정한 뒤, 장모 명의의 대포 통장 2개를 몰래 개설해 12억5000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경찰관계자는 “박씨는 경기도에 40평대 아파트 2채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부유했다”며 “장모는 용돈을 많이 주는 박씨를 훌륭한 사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박씨는 2006년 1월 인터넷 게임을 통해 내연관계로 발전한 최모(41)씨의 남편을 같은 방법으로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박씨의 이 같은 범행은 1996년 아내를 살해할 당시 박씨의 사주를 받았었던 유모(41)씨가 다른 범죄로 수감생활 하던 중 지난 1월 경찰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고은별 기자 eb811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