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21일 "앞으로 여당의 (대선) 후보로 거론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자꾸 (나에 대해) 대선후보 얘기를 하는데 난 어떤 당에도 입당한 적이 없고, 새누리당과는 철학이 같지 않다. 여권의 잠룡(潛龍)이나 잠재적 대선후보로 거론되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의 대선출마 권유 등 제안이 없었냐는 물음에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정 전 총리는 "그렇다고 해서 야권 후보가 되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다"며 "새누리당은 오래 전부터 신(新)자유주의 정책을 표방하면서 그것만 하면 나라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하다가 최근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지니까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얘기한다. 그러나 정책이념이나 의지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진정성을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나 야권도 오래 전부터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을 많이 얘기했지만 내용이 충분한지,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큰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는 최근 동반성장연구소 설립을 두고 '본격적인 대선행보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데 대해선 "'동반성장의 전도사 역할에 머물지 않고 그 추진 주체로 나설 욕심은 없냐'는 것 같은데 현재는 그럴 의도가 없다"면서 "연구소는 동반성장의 가치를 알리고 우리 사회를 동반성장체제로 만들기 위해 만든 것이다. 다른 해석은 사양한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사람은 어느 자리에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는 정치할 계획이 없고, 그럴 준비도 돼 있지 않다. 동반성장을 위해서만 일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해 정치를 직접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를) 하지 않고도 동반성장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여야 누구든 내 뜻과 같은 사람이 있다면 같이 논의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정 전 총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연대할 뜻이 있냐'는 질문엔 "안 원장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정치·경제에 대한 의견을 다 들어보지 못했다"며 "안 원장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라도 동반성장 가치에 동의한다면 같이 의논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한 배경에 대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소와 지속발전을 위한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대부분의 복지 논의는 사후적 분배를 강조하는 것이나, 동반성장을 하면 생산과정에서부터 복지를 고려할 수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 등에서 동반성장, 복지, 경제민주화가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우린 순수한 민간단체로서 보다 자유롭게 동반성장에 관해 논의, 홍보, 교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