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의 젊은 CEO 후폭풍에 밀려나나 // 젊은 CEO 바람 어떠한 결과 나올지 ‘주목’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사실상 용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을 두고 증권업계가 술렁인다. 김 사장이 증권업계의 장수 CEO였고, 그의 재직 동안 하나대투증권이 괄목할 성장을 한 상황이라 김 사장의 용퇴의사가 석연치 않다는 평이다. 특히 발로 뛰는 현장 경영과 소통경영 역시 김 사장이 갖춘 최고의 덕목으로 칭송받는 상황에서의 그의 용퇴는 최근 증권가에 부는 ‘젊은 CEO’바람을 거스를 수 없었음을 암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의 젊은 바람이 앞으로는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2008년 하나대투증권과 연을 맺은 김 사장은 취임 후 자산관리회사의 꺼풀을 벗어던지고 종합 증권사로 도약하는 길을 마련했다. 이어 2009년 자기자본이익률(ROE)과 1인당 생산성에서 각각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순이익은 2520억 원으로 대우증권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또한 발로 뛰는 현장 경영과 소통 경영을 강조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해마다 전국 100개 지점을 연초에 돌아보는 것으로 유명했을 정도이며, 일주일에 2~3일, 하루에 3~4곳의 지점을 방문해 왔다.
직원들의 민원을 직접 해결해 주기도 하고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도 즉석에서 제시하는 등 소통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김 사장이다. 이 때문에 후배들에게 항상 존경받는 선배였으며, 소통경영을 몸소 실천하는 CEO였다.
증권가의 기업이미지 선호도 조사에서 하나대투증권이 항상 상위에 선정된 것도 김 사장의 이런 행보 때문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기에 김 사장의 연임은 확실시되었고, 하나대투증권 내부에서도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끝내 용퇴의사를 밝혔다. 모 신문기자와의 만남에서 연임 여부를 묻는 말에 “내가 나이도 많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줄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간접적으로 물러날 것을 시사했다.
연임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했던 증권업계 역시도 김 사장의 용퇴 발언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 돌 정도다. 이 때문에 김 사장의 용퇴의사를 두고 증권가의 이견이 첨예하다.
증권가 젊은 바람 순항할까
그 중 김 사장의 용퇴가 증권가에 최근 불고 있는 젊은 CEO 바람 때문이라는 지적이 가장 주목받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증권가의 주총에서 현 CEO들이 물러나고, 60년대 생의 젊은 경영진들이 대거 등용돼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14일 현재 김신 현대증권 대표(1963년생), 이승국 동양증권 신임 대표(1960년생),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1960년생), 김용범 메리츠종금증권 각자 대표(1963년생) 등이 신임 대표로 해당기업의 수장으로 등용됐다.
2007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1960년생) 취임 이후 오랜만에 있는 일이다.
때문에 46년생인 김 사장의 용퇴 배경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의 말처럼 후배를 위해 떠난다는 말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패기 있는 젊은 CEO들의 영입으로 쇄신을 다지는 증권사들이 올해 크게 늘고 있다”며 “김 사장도 이 같은 흐름을 알기에 아름다운 용퇴를 결정한 게 아니겠느냐”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또한 김 사장의 용퇴와 관련, 증권가에 부는 젊은 CEO 바람에 대한 의구심도 일부 표출되기도 한다. 증권업계는 다른 업종과 달리 전문적인 지식과 증시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하는데 무조건 젊은 세대의 등용만이 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만큼 증권가의 분석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재 증권가에 일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이 어떠한 성과를 낼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