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6월부터 서울시가 시내버스 66개 회사 버스직원 264명과 함께 부정승차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부정승차 단속은 정당한 요금을 지불하는 시민들의 공정성과 버스회사의 수익을 지키기 위해 시작됐다. 지금까지 승객들의 부정승차는 운전기사가 직접 승객들에게 운임을 요구해야 했다. 감시원을 통한 단속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정승차 대대적 단속 기간을 기회로 [일요서울]은 경기도와 서울에 걸쳐 노선이 뻗어있는 ‘화영운수’ 버스기사들을 찾아가 부정승차를 비롯한 승객들의 비양심 행동을 들어봤다.
‘화영운수’는 16개 노선과 227대의 버스를 보유한 회사다. 이곳 버스기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일반승객들은 잘 모르겠지만, 부정승차가 정말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버스관리과 버스정책팀 관계자의 “부정승차 단속을 시작했지만 성과가 얼마나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답변과 현실적인 차이가 있는 것. 부정승차를 비롯한 버스기사들의 스트레스 요소를 필두로 부정승차를 대수롭게 않게 보는 시민의식, 또 다른 대표 교통수단인 전철 부정승차 사례·통계 등을 차례로 살펴봤다.
서울시, 시내버스 부정승차 단속 실효성과 효율성 미지수
시내버스 운전기사는 각양각색의 부정승차를 혼자서 봐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출퇴근시간에는 부정승차 횟수가 가장 많아 적발 성공률은 더욱 떨어진다. 버스 기사들의 경험상 충분히 관찰이 가능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승객들을 뒤로한 채 부정승차를 추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기사들은 신호등과 전후좌우 차량을 신경써야하는 운전 스트레스에 부정승차 스트레스까지 떠안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전철의 경우 CCTV 모니터링이나 역무원, 공익근무요원의 개찰구 감시가 가능해 매달 수천 건의 부정승차를 적발하고 있다. 부정승차 승객을 적발할 시 역무원 실적에 반영되는 조건 또한 버스기사에 비해 유리하다.
서울시가 혼잡한 ‘러시아워’(rush hour) 시간에 버스 직원을 투입한 이유다. 감시원들은 운전기사가 홀로 해왔던 불량지폐, 덜 낸 요금, 교통카드 미 접촉, 초과운임을 내지 않기 위해 미리 접촉시키는 행위, 뒷문 승차 단속을 맡는다.
‘화영운수’에서 1년 정도 근무한 김모 기사는 출근시간 부정승차가 잦은 것을 알면서도 혼잡한 버스공간과 다른 승객들 때문에 눈감아 주곤 했다.
김 기사는 “20~30명이 한꺼번에 탈 때 부정승차가 발생한다. 노골적일 때는 내리라고 한 적도 있지만 기다리는 승객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출발했다”면서 “카드를 찍지 않는 것보다 탑승하면서 이따가 찍겠다는 행동만 취한 채 그대로 내리는 승객도 있다”는 경험을 전했다.
버스기사들, 급정거 사고 때 무조건 책임, 월급서 100여만 원 부담 ‘억울’
이어 “출근 시간에는 매 정류장 초과 인원으로 태우다보니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사이드미러 시야가 가려지고 버스 무게 때문에 브레이크를 자주 밟아야 해서다”는 말로 고충을 털어놨다.
부정승차에 대해서는 5년 경력의 이모 기사도 할 말이 많았다.
이모 기사는 “은근슬쩍 하면 눈치 못 챌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정승차를 매일 목격한다. 그럴 때는 돈을 떠나 나를 무시하거나 속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기사 성격에 따라서는 끝까지 추궁하기도 하지만 괜히 지적했다가 승객과 싸움이 나는 것을 꺼리는 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의 경험에 부정승차는 성인보다 학생들의 비율이 높았다. 카드와 현금의 가격이 100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점, 학생 요금인 800원을 400원으로 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란다.
이 기사는 “동전이 4개니까 800원이나 400원이나 똑같은 줄 아나본데, 버스기사들은 요금통 소리만 들어도 500원 동전 유무를 다 안다”며 “알면서도 지나친 경우가 쌓이다보면 운전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자동차 노동조합연맹 경기지역노조 ‘화영운수지부’ 신동만 지부장은 학생 못지않게 노인들의 부정승차를 거론했다.
버스기사들로부터 노인들의 부정승차 사례를 종종 전달 받는다는 신 지부장은 “무임승차 제도가 정부지원금 등으로 대체 된지가 오랜데 아직도 부정승차가 빈번하다”면서 “몇몇 노인들은 적발돼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떻게 되겠나’는 표정으로 그대로 앉는다”고 말했다.
신 지부장은 “부정승차 문제는 버스회사 입장에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버스 운전을 한다면 누구나 부정승차로 인한 손실이 상당하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생, 노인 비율 높다
신 지부장은 부정승차의 한 방법인 불량지폐 지불 건에 대해서는 “이미 3~4년 전에 빈번했다. CCTV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근절 활동을 벌였고 우리 회사가 맡은 노선의 경우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라고 답했다. 신 지부장이 밝힌 불량지폐의 대표적인 예는 천원짜리 지폐를 반으로 잘라 반쪽을 구겨 넣는 방법이었다.
신 지부장은 “불량지폐가 발견됐을 때는 CCTV 모니터링을 통해 의심되는 승객이 주로 타는 정류장과 시간대를 파악, 며칠 후 그곳으로 찾아가 요금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신 지부장은 “버스기사들은 일부 승객들의 다소 무리한 민원, 장시간 운전, 사고 위험 노출등으로 스트레스가 많다”면서 “부정승차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교통카드 환승 통합 할인이 적용된 이후로 정류장 정차 율이 70% 대에서 90%를 훌쩍 넘는다”는 설명으로 승객들의 편의가 버스기사들의 고충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대중교통 부정승차와 관련, ‘비양심’적인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걸릴 줄 몰랐다. 잘못했다는데도 운송법에 따라 30배를 내란다. 너무 억울하다. 이 돈은 다 누가 갖나’, ‘어린이 요금으로 탑승하다 걸렸는데 3만5650원이나 내란다. 걸리는 사람들 정말 많다는 데 깎아주지도 않는다’ 등의 내용이다. 그동안의 CCTV 분석을 통해 40만 원 이상의 벌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부정승차 벌금은 서민들에 대한 권력의 횡포며 바가지다. 호기심으로 탈 수도 있고, 사정에 따라 돈이 없을 수도 있는데 악법이 따로 없다’는 말로 부정승차 개념 자체를 부정하기도 했다.
네티즌의 부정승차 둔감증은 전철도 마찬가지였다. 적발이 시내버스보다 용이한 만큼 부정승차의 방법도 다양한 것. 지하철 부정승차는 패턴은 ‘어린이표로 승차’, ‘화장실이나 반대 방향으로 넘어간다는 핑계’, ‘역무원 몰래 비상게이트통과’ 등이었다.
전철 또한 지난 3월 적발된 집계만도 3894건의 부정승차 기록을 남겼다. 무인발매기 이용 방법을 몰라서 그랬다는 핑계, 노인용, 장애인 교통카드를 들고다니는 ‘얌체족’까지 있었다.
서울 지하철 부정 승차로 인한 손해는 매년 19억 원 정도인데 서울시와 지하철운영기관은 3월 한 달간 집중단속으로 1억8823만 원의 부정승차 부가금을 징수했다.
시내버스와 지하철 부정승차에 적발되면 운송법에 따라 ‘덜 낸 요금+덜 낸 요금의 30배 부가금’이 부과된다. 성인이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태그하지 않고 무임승차 했다면 ‘현금 운임 1150원+부가금 3만4500원’을 합한 3만5650원을 내게 된다.

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