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조기성 기자] 민주통합당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납부 회피와 관련, 강제 집행이 가능토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유기홍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전씨 직계가족 자산규모가 총 2천억 원대로 추정됨에도 1,673억 원의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어 현행 형법 개정을 통해 추징금 납부를 악의적으로 회피하는 경우 강제 집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지난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수천억 원대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 받았다.
지난 2003년 전씨는 “내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며 추징금으로 29만1000원을 내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2004년 검찰이 전씨의 비자금 일부를 밝혀내자, 부인 이순자씨가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며 200억 원을 ‘대납’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10월 전씨는 강연수익 300만원을 내, 현재 추징 시효가 2013년 10월로 연장됐다.
형법에 따르면 추징금 시효는 3년으로, 이 기간 1원이라도 내면 3년씩 자동 연장된다. 반면 추징실적이 없으면 시효는 자동 소멸한다. 이 때문에 보통 소멸 시점이 다가오면 검찰에서 재산 압류 등 조처를 취한다.
전씨는 재산 압류를 위한 검찰 조사를 피하기 위해 시효가 다가올 때마다 소액의 추징금을 납부해, 시효를 계속 연장시키는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씨는 지난 8일 ‘육사 발전기금 200억 원 달성’ 기념행사에 참석해 육사 생도 사열 논란을 촉발했고, 1천만 원의 발전기금을 납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지난 12일에는 국가보훈처 골프장(경기도 소재 88골프장)에서 하루 종일 VIP골프 접대를 받은 의혹으로 논란이 일고 있고, 지난 5일에는 전씨 손녀가 서울 중구 장충동 소재 특급 호텔에서 억대이상의 비용을 들여 호화결혼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전씨의 둘째 아들 재용씨는 지난 2004년 아버지 전두환으로부터 국민주택채권 167억여 원을 증여받은 뒤 세금 71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지난 4월11일 총선 당일 아침, 자택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투표소에서 ‘아들이나 친척들이 추징금을 갚을 생각이 없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민국에서는 각자가 하는 것이고, 연좌제도 아닌데 그건 아니죠”라고 추징금 납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현행법은 당사자가 사망하면 더 이상 징수하지 않으며, 본인 재산 외에는 납부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또 돈을 내지 않으면 유치장에 가두거나 노역을 시키는 벌금과 달리, 추징금 미납은 인신을 제약할 방법도 없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추징금을 고의로 납부하지 않은 경우 미납액수에 비례해 구치소에서 강제 노역 등 추징금 강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한, 영국 등에서 시행 중인 범죄수익 몰수제도 도입을 통해 특정 범죄로 인한 범죄수익에 대해 몰수 조치나 미납자 구금이 가능토록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추징금 미확정 시 은닉, 도피, 처분하지 못하도록 재산 동결이나 추징금 미납자의 현금보유 현황과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금융실명거래법 개정 및 본인 동의 없이 금융정보 조회가 가능한 방안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유 원내부대표는 이날 연희초등학교 5학년 유승민군의 ‘29만원 할아버지’라는 제목의 시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유군의 시에는 “우리 동네 사시는 29만원 할아버지 아빠랑 듣는 라디오에서는 맨날 29만원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큰 집에 사세요?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셨으면 할아버지네 집 앞은 허락을 안 받으면 못 지나다녀요?” 등의 문구가 포함돼 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