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넘치는 문재인, 진짜 속내는
자신감 넘치는 문재인, 진짜 속내는
  • 조기성 기자
  • 입력 2012-06-18 10:50
  • 승인 2012.06.18 10:50
  • 호수 946
  • 8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일 출마선언, 지지율 상승 기대… 모발심 믿는다

[일요서울|조기성 기자]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확 달라졌다. 문 고문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넘쳐 보이고 입에선 힘 있는 발언이 거침없이 쏟아지는 중이다. 대통령을 향한 의지를 가감 없이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문 고문은 강한 권력의지를 내보임으로써 권력의지가 부족하다는 자신의 최대 약점을 상쇄하는 한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막연한 상태의 지지’로 폄하하면서 “(안 원장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안 원장에게 공동정부까지 제안했던 과거의 문 고문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자신이 전대 과정에서 지지했던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에 오른 것도 문 고문의 자신감 있는 행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전언이다.

17일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 상승 기대감을 바탕으로 대선 경선에서의 모발심(모바일 투표로 나타난 민심)을 믿고 가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달라진 문재인 “안철수한테 안 진다”

문재인 고문은 “민주당에서 정권교체와 정치교체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바로 저”라며 강한 권력의지를 내보였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치개혁모임’ 대선주자 초청간담회에서다. 민주당 내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도 약한 권력의지로 당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문 고문이 달라진 것이다.

문 고문은 “제가 후보가 돼야 박근혜 후보를 이기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후보에 나섰다”며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반대하는 국민들은 정권교체에 대한 갈망과,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정치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또한 문 고문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대선후보 단일화 경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며 이전과는 다른 문재인식 권력의지를 확연히 드러냈다.

문 고문은 “안철수 교수와의 비교우위는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늘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 저에 대한 지지는)막연한 지지이지만, 당 지지가 하나로 모아져서 후보로 선출되면 (안철수 지지와)비교할 수 있겠느냐. (안 교수에게)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고문은 지난달 안 교수에게 공동정부론을 제안하면서 ‘나와 안 교수가 단일화하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넘어설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안 원장과 박 전 위원장 모두에게 날을 세우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관련,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문 고문이) 이제야 정치를 좀 아는구나했다”면서 제1야당으로서 무소속 후보 눈치만 보지 말고 당당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문 고문은 참여정부의 반성과 성찰을 언급하며 “참여정부는 많은 성취를 이뤘지만 동시에 실패도 했다. (지난 대선 때)국민들로부터 심판을 겪었고, 그 심판을 겪으면서 우리의 한계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할 수 있었다”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잘할 수 있다. 참여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했던 민생문제 등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비욘드(Beyond)노무현’을 외쳤다.

문 고문이 이렇듯 강한 권력의지를 피력한 것은 지난 6·9 전당대회에서 친노 좌장격인 이해찬 후보가 역대세론을 불러일으키던 김한길 후보를 침몰시킨 데 따른 자신감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 만든 모발심, 대선 경선에서 또(?)

이해찬 대표가 전대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모바일 투표의 힘, 모발심이었다. 이 대표는 대의원ㆍ당원 투표에서는 김한길 최고위원에게 졌지만 모바일 투표에서 이겨 당 대표가 된 것이다. 특히, 회원수 20만 명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미권스)’과 친노 성향의 시민단체 조직표들이 대거 모바일투표에 참여해 이해찬호를 출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모바일 선거인단 규모가 64만3000명이었으나, 이번 전대에서는 12만3200명에 불과했다. 모바일 선거인단 규모가 크지 않을 경우, 조직동원력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준 것이다.

문재인 고문이 대선 경선 과정에서 유리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13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의 모바일투표 방식은 확실한 친노라는 지지 세력을 갖춘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방식”이라면서 “모바일투표 비중 등 경선룰 논의 과정에서 타 후보 측과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지만 이 대표 의도가 많이 반영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모발심이 당심과 민심을 외면한 채 민주당 대선주자를 결정할 수 없도록 대선 경선룰 조정 과정에서 모바일투표를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경선준비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추미애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계파와 조직을 허물기 위해 모바일을 도입했다는데 모발심도 조직심이라는 것이 드러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종걸 최고위원도 “모바일투표를 개선하고 더 많은 모집단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선출마를 준비 중인 김영환 의원도 “국민이 아닌 진영이 원하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문제가 대선과정에서 재연될 수 있다”며 “모발심이 어떤 기제를 통해 왜곡됐는지 분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역시 “이해찬 대표는 무엇보다 불공정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선 경선룰과 제도를 정비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지율 상승세 “반전 계기 마련”

문재인 상임고문은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 왔다. 4·11 총선 낙동강 전투에서 절반의 승리에 그쳐 한동안 답보 상태이기도 했지만, 대선 출마 선언에 발맞춰 다시 지지율이 오름세다. 이러한 지지율이 모발심과 함께 자신감의 원천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6월 2차 정례 기획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고문은 여야 대선주자 다자 대결 지지도 조사에서 지난달 31일 같은 기관 조사 당시 12.3%보다 3.9%p 오른 16.2%를 기록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 박근혜 38.8%, 2위 안철수 20.1%, 4위 김두관 4.0%, 5위 손학규 3.9%)

지난 4월 12일 이후 같은 기관 조사에서 문 고문의 지지율이 15%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철수 원장을 제외한 야권 주자들을 상대로 한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자의 59.2%가 문 고문을 꼽았고, 이어 손 고문(13.1%), 김 지사(6.0%)의 순이었다.

통합진보당 지지자들을 상대로 같은 조사를 실시했을 때도 문 고문이 28.5%로 1위였고, 손 고문(15.7%), 김 지사(5.9%)로 집계됐다.

이철희 소장은 “그동안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던 문재인 고문이 이해찬 후보의 당선과 자신의 대선 출마 선언 등으로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또한, <한국갤럽>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12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6월 둘째주 정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문재인 고문이 10.0%의 지지로 손학규 고문(2.0%)과 김 지사(1.0%)에 크게 앞섰고, <리얼미터>가 지난 4~8일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역시 문 고문은 11.7%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손 고문이 3.6%, 김 지사가 2.8%로 뒤를 이었다.

17일 출마 선언...대선 행보 본격화

이와 함께 문재인 고문은 다른 대선주자들의 공세에 즉각 반격하는 등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손학규 고문이 지난 15일 ‘문 고문은 아직 대선후보로서 검증된 적이 없다’고 공격하자 문 고문은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 방법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그 동안 살아온 삶 전체를 놓고 검증하게 될 것”이라며 “참여정부 때 국정 경험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고 다른 후보보다 나은 점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라고 오히려 자신의 장점으로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문 고문은 “만일 김두관 경남지사가 나선다면 아마 저에게는 가장 벅찬 경쟁상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여 당 내 경쟁상대는 손 고문이 아닌 김 지사임을 강조했다.

한편, 문 고문은 17일 오후 2시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그는 이날 출마 선언문을 통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이유, 국정비전, 국가발전 전략 등을 밝힐 계획이다.

당초 광화문 광장에서 대선 출정식을 가질 예정이었던 문 고문은 손학규 고문이 지난 14일 이곳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장소를 급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대문 독립공원은 수많은 독립투사와 민주투사들이 독립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항거한 장소다. 문 고문 측은 서대문 독립공원을 택한 이유에 대해 “애국·민주·헌신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현장”이라며 “역사 앞에 자신을 바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밝히고,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고문은 대선 출마 선언 직전 순국선열을 추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순국선열추념탑에 헌화 분향한 뒤 독립문 앞 광장에서 대통령선거 출마선언문을 낭독할 예정이다.

문 고문은 이어 대학시절 민주화운동으로 옥살이를 했던 옛 서대문 구치소(서대문형무소 역사관)를 잠시 둘러본 뒤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예정된 <스피치 콘서트 바람 - 내가 꿈꾸는 나라,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 행사에 참석한다.

문 고문의 행보에 맞춰 싱크탱크로 알려진 담쟁이 포럼도 지난 15일 문 고문이 참석한 가운데 ‘2013년 체제의 리더십(역대 지도자의 궤적)’이라는 제하의 1차 조찬강연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담쟁이 포럼은 지난달 30일 문 고문을 지지하는 인사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기인 모임을 연 외곽 지원조직이다. 이사장에는 한완상 전 대학적십자사 총재, 연구위원장에는 경북대 이정우 교수가 선출됐다.

“이유 없는 자신감은 과대 포장”

문 고문의 자신감 있는 행보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권력의지’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닌데 너무 갑자기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문고문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확실히 발언에 힘이 들어가 있는데 그것이 자신감이 있는 건지, 권력욕이 늘어났는지 알 수 없다”면서 “하지만 문 고문에 대한 지지율이 근거 있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과대하게 포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 고문의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문재인 대망론’ 이후 꾸준한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킬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다 3번(민주당 내 경선, 안 원장과 단일화, 본선)의 치열한 전투에서 승리할 전략이 제대로 서 있는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민주당 수도권 초선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제대로 된 검증을 받아 보지 않은 문 고문에게는 사실상 민주당 내 경선이 제일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며 “문 고문이 경선 과정에서 검증에 검증을 거듭하는 과정을 통해 최대한 단련이 된 상태에서 본선에 진출해야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