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브로커에 두 번 우는 조희팔 피해자들
법조브로커에 두 번 우는 조희팔 피해자들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2-06-18 10:46
  • 승인 2012.06.18 10:46
  • 호수 946
  • 20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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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소송인가 ‘소송 사기’ 벼랑 끝 피해자들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사기 범죄로 불리는 ‘조희팔 다단계 사기사건’의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조희팔의 불법 다단계에 전 재산을 투자하다시피 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그야말로 지난 4년은 악몽의 시간이었다. 피해자 대부분이 서민들이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은 물론 자살과 화병으로 숨진 피해자만 10명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법조브로커들과 조희팔 다단계 업체의 일부 간부들이 경제난을 겪고 있는 조희팔 사기 피해자들의 심리를 악용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민사소송을 주도하고 ‘먹튀’하는 등 2·3차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사 소송 비용을 냈던 피해자들은 또 다시 사기를 당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와대 인맥설’, ‘조희팔과 연락 닿는다’ 등 감언이설
“조희팔 수뇌부 전원 형사1심 판결 후 민사소송 해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법조브로커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조희팔 피해자들도 법조브로커와 조희팔 다단계 업체 일부 간부들에 의한 민사소송 사기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민사소송 비용을 대출 등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조희팔 사기사건의 피해자 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위한시민연대(이하 바실련)’에 따르면 법조브로커 등이 주도한 각각의 민사소송에는 적게는 20여 명 많게는 200여 명의 피해자들이 참여해 피해액만 수십 억에 달한다.

한 피해자단체로부터 온 한 통의 전화

지난해 가을, A씨는 한 조희팔 사기 피해자단체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이 피해자단체 관계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민사소송을 하게 되면 일이 더 복잡해지고 늦어지게 된다”며 “피해액수가 큰 사람들에게만 비밀리에 전화를 하는 것이니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라고 신신당부하며 운을 뗐다. 이 관계자는 “소송비용을 가져오면 피해구제를 해주겠다”며 “민사소송 비용은 1억 당 1.5%인 150만 원에 접수비 5만 원을 입금하면 된다”며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A씨는 “초기에 50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안다. 그 이후에도 소송인원을 모집했으니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A씨는 “조희팔 사기 피해자인 B씨도 소송에 참여해 200만 원을 소송비로 내고 지금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피해자들은 이 관계자가 피해자단체 간부이면서 조희팔 다단계 직급자였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돈을 건네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민사소송을 적극적으로 주도했었던 이 관계자의 태도는 돌연 바뀌었다. 피해자들이 민사소송 담당 변호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물어보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하면 변호사 업무에 방해가 되니 안된다. 기다려보라”며 알려주지 않았다. 또 이 관계자가 변호사를 만나러 갈 때 피해자 측 대표도 함께 동행할 것을 건의하자 이를 묵살했다.

소송과 관련한 아무런 정보도 피해자 측에 알려주지 않은 채 시간만 끌자 피해자들의 불안감은 커져갔다. 결국 피해자단체 사무실은 열린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폐쇄됐다. A씨는 “피해자단체 사무실이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문을 닫았고, 민사소송 결과도 없이 또 다시 피해를 당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광역시 돌며 민사소송설명회

바실련에 따르면 피해자 측에 법조브로커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며 접근 한 것은 2009년 1월부터. 주로 법조브로커와 피해자 단체 간부 혹은 조희팔 다단계 간부 및 고위직급자가 손을 잡고 민사소송을 주도했다.

민사소송 설명회를 열기도 했는데 인천 모 지역이 시초였다. 바실련 관계자는 “법무사 사무장, 변호사 사무장, 변호사 등이 가담했고 조희팔 다단계 간부나 피해자모임 지역대표 및 간부들이 주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민사소송을 주도하기 위해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다. 특히 시초가 된 인천지역에서는 청와대와의 인맥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들은 “500만 원만 입금하면 모든 인맥을 동원해 피해금액을 찾아주겠다”며 돈을 입금할 것을 종용했다.

이후 인천에서 민간소송회를 통해 민간소송이 주도되자 다른 지역에서도 모방해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 같은 행태는 조희팔 다단계 센터가 있었던 광역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인천을 시작으로 서산, 대구, 구미, 포항, 부산 등지에서 민간소송 설명회가 열렸다.

이들이 피해자들에게 했던 감언이설은 대체적으로 유사했다. ‘조희팔과 연락이 닿는다’, ‘조희팔 측근·핵심 간부와 선이 닿아있다’, ‘피해금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핵심 정보를 제공하겠다’, ‘조희팔의 은닉 재산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조희팔 측근을 통해 100억을 찾을 수 있다’는 등의 말을 피해자에게 늘어놓았다. 민간소송의 일인당 부담 비용은 최소 2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 선이었다. 바실련이 파악한 민사소송사기건은 모두 4건이나 사실상 5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실련 관계자는 “총 소송인원이 2000~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실제 소송비용에 비해 지나치게 방대한 돈이 소송비용으로 거둬들여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희팔 사기사건 피해자의 대부분은 40~60대 가정주부인데다 전국적으로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중·노년층은 온라인상의 정보보다는 지역 커뮤니티, 지인의 정보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짙다. 때문에 민사소송설명회가 사기성이 짙다거나 민사소송에서 이긴다하더라도 조희팔 일당에 대한 최종 형사판결 전에 제기하는 것은 효력이 없다는 바실련 측의 설명이나 온라인 상의 정보보다는 당장 눈앞의 설명에 혹한 피해자들이 많았다. 또 조희팔의 밀항으로 수사가 지연되자 불안에 휩싸여 주변 지인들이 법조브로커에 의한 민사소송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덩달아 비용을 마련해 민사소송에 참여한 경우가 많았다.

바실련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조희팔 다단계 사기로 전 재산을 잃고 마지막 희망을 갖고 대출을 하는 등 돈을 쥐어짜내다시피 해서 소송비용을 마련한 것”이라며 “재판에서 승소했더라도 조희팔을 비롯해 측근 및 핵심간부들이 모두 잠적한 상태여서 은닉 재산 파악이 불가능해 피해구제는커녕 소송비용만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바실련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조희팔과 다단계 업체 및 그 관계자들을 상대로 낸 민형사상 소송은 260여 건 이상에 달한다. 이 중 일부승소를 포함한 승소비율은 28%밖에 되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소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조희팔을 비롯해 이 사건 주동자들이 해외로 도피·잠적해 실질적 보상은 불가능한 상태다. 다단계 사기의 특성상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은닉한 재산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 조희팔 사건과 같이 주범급이 대부분 도피한 경우 이들이 잡히지 않는 한 범죄은닉금에 대한 조사는 불가능해 피해회복의 길은 요원하다. 바실련 관계자는 “조희팔 사건 수뇌부 전원에 대한 형사 1심 판결 후 문서촉탁을 의뢰, 민사 1심으로 가는 것이 정확한 방법”이라며 “형사적 책임 소재부분은 형사판결이 났기 때문에 민사적 권리 관계만 확인하면 돼 일반 민사보다 3분1 정도의 비용으로 빠른 시간 내 해결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choies@ilyoseoul.co.kr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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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마마 jjo0777 2012-06-20 21:13:24 118.43.10.70
피해자들을 여러번 죽이는 이런 일이 있으면 절대 안됩니다.8조원이상에 10만명 이상의 피해자를 양산한 조희팔 사기사건입니다. 검경은 철저한 공조수사로 진상을 밝혀주고 비호세력과 조력자를 엄중 사법처리해야하며 범죄수익금 환수를 통한 피해자보호및 피해회복을 조속히 해주어야 수십만의 피해자가 삽니다. 지금처럼 모르쇠를 유지하거나 말도 안되는 법조 브로커를 이용하여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