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정찬대 기자]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6.9전당대회 이후 속도가 붙은 이들의 행보는 본격적인 대선레이스를 앞두고 더욱 분주한 모습이다. 8월 중순이후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선후보 경선 역시 당대표 경선과 마찬가지로 친노대 비노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반(反) 문재인 구도는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울러 경선 막바지 후보 간 합종연횡도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당내 유력 후보군으로 지목되는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가 선두를 점한 가운데 손학규 상임고문의 반격역시 만만찮다. 손 고문은 특히 두 사람 사이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장외 인사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대선 판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최대 변수’라는 점에서 그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대표 경선과정에서 당내 친노에 대한 비토세력이 상당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민주통합당 127명 의원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범친노로 분류되고 있지만, 대의원 및 당원, 지역정서는 여전히 친노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이번 지역 순회경선에서 보여줬다.
이해찬 후보의 독주가 예상됐던 당대표 경선은 김한길 후보가 이변을 일으키며 지역 대의원투표에서 연승했다. 특히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담합으로 촉발된 친노-비노 간 경쟁구도가 반 문재인 구도로 이어지면서 대선후보들의 합종연횡도 나타났다.
대선후보 경선 ‘3각 편대’ 형성되나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문재인 고문과 김두관 지사, 손학규 고문의 3강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유력 주자인 문재인 고문과 김두관 지사를 중심으로 ‘3각 편대'가 예상되고 있다.
다시 말해 ‘문재인-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맞서 ‘김두관-안철수-김한길' 구도가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문 고문이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상임고문에게 연락해 회동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노 탈피 및 구민주계 끌어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 주자들 간의 연대 가능성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문-이-박 연대'는 전당대회에 앞서 그 구도가 이미 형성됐다는 점에서 거론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김-안-김 연대'는 반 문재인 구도와 맞물리면서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연대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는 투표율이 높다는 점에서 ‘중도층 끌어안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 원장은 중도층과 무당파의 지지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김두관 지사와 김한길 최고위원 역시 이 점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급진적 개혁색을 지닌 친노와 차별성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연대는 더욱 부각될 수 있다. 더욱이 이해찬, 문재인 두 사람은 국민적 호응도가 높은 반면 그에 따른 반감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본선(대통령선거)에서 그 힘이 발휘될 수 있다.
현재 새누리당 측에서는 문 고문보다 김 지사를 더욱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 고문의 경우 ‘노무현의 그림자’가 짙은 반면 김 지사는 노무현의 장·단점을 벤치마킹함으로써 그만의 정치적 노선과 매력을 지녔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개인적 스토리도 있어 표심을 더욱 끌어 모으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두관-안철수의 결합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원내대표는 “승리를 위해서는 의지와 근성이 있어야 하는데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근성이 있다"고 평가한 뒤 “어떤 형태로든 김두관 지사와 안철수 원장이 결합하는 것이 새누리당에게 가장 위협적일 것"이라고 이를 경계했다.
김두관, 안철수 안고 대선후보 경선 가능
현재 김두관 지사는 자강론을 주장하며 외부 인사 영입에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서도 바람직 않다는 뜻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연대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바로 당내 만연해있는 반 문재인 구도 때문이다.
김 지사는 지난 15일 안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와 관련 “대선 경선 논의를 당 밖에 있는 인사화의 단일화 논의로 시작하는 것은 제1야당의 위상에 맞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안 원장이 야권을 선택한다면 그 때 단일화를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즉, 일단 당내 유력 주자들끼리 대선후보 경선을 치른 후 필요하다면 안 원장과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안철수 원장 영입을 위해 민주당 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2단계 경선론'(민주당 후보경선 후 안 원장과 단일화)과 같은 방식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15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현재 민주당 후보만으로 문 고문의 흐름을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점에서 안철수 원장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김두관 지사는 문재인 고문의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한 채 당내 2위에 머물러 있다. 스스로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문 고문은 대권으로 가기 위한 그의 가장 큰 걸림돌임에는 분명하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두관-안철수 연대의 전제조건은 김 지사가 친노색을 얼마만큼 빼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김두관 지사가 친노에 기울인 행보를 보일 경우 안철수 원장과의 공통분모가 사라진다"며 “만약 그렇다면 안철수 원장과 손학규 고문의 연대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 당대표 지역 순회경선에서 비(非)친노의 구심점 역할을 한 김한길 후보는 친노의 본거지인 부산을 제외하곤 영남권 모두에서 이해찬 후보를 큰 차이로 눌렸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김한길-김두관 연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김 지사의 측근인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김한길 후보를 공개 지지한 점은 여러 측면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김 최고위원은 안철수 원장과도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1993년 MBC문화방송 주말토크쇼 프로그램인 <김한길과 사람들>을 진행하면서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후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김한길 최고위원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안 원장은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을 지내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김한길 최고위원의 최측근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이 친분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다만, 과거에는 만남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최근에는 이런 것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원순과 안희정의 향후 행보는
안철수 원장의 정치적 조력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0.26 보선에서 안 원장의 덕을 가장 크게 보았다. 안 원장의 ‘아름다운 양보'와 ‘적극적 지지'가 박원순 시장을 만든 가장 큰 힘이었다. 그런 점에서 안 원장과 박 시장의 정치적 연대는 매우 두텁다.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대변인실 소속 한 주무관이 안철수 원장의 부산대 강연에 참석한 사실은 두 사람의 정치적 유대감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선 안 원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할 시 박 시장이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게 나오고 있다.
반면, 중부권의 또 다른 광역단체장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행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안 지사는 친노의 핵심인사라는 점에서 문재인-이해찬 연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 13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재인 고문의 운명이 정치를 안 하겠다던 그를 국회의원과 대선후보까지 만든 것"이라며 “그 분의 운명과 합당하게, 성실하게 살아오신 것처럼 열심히 노력하실 것"이라고 문 고문을 평가했다. 김두관 지사에 대해서는 “포부를 갖고 민주당 후보로 경쟁에 나선 것을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응원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민주당-안철수, ‘2단계 경선론' 원해
민주통합당은 안철수 원장 영입을 위해 현재 ‘원샷 경선론'과 ‘2단계 경선론'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이중 ‘2단계 경선론'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원샷 경선론은 당내 주자들과 안철수 원장이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방법이며, 2단계 경선론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선과 같이 민주당이 경선을 통해 자당 후보를 선출한 뒤 외부 인사와 단일화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대선출마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안철수 원장은 원샷 경선보다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2단계 경선론'을 더욱 선호할 것이다. 민주당 후보와 최종 1대 1로 맞서는 방식은 자신에게도 유리하다. 만약 경선에서 패할 경우 민주당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그의 멘토 역할도 가능하다.
‘2단계 경선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자당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 배경에 깔려 있다. 조직과 인력을 앞세워 충분히 민주당 후보를 대선후보로 내세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비록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지만,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는 국민적 인식에서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 이들의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자당 후보를 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경우 민주통합당은 제1야당으로서 그 존재감을 상실하게 된다. 이는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더욱이 이번에는 지방선거가 아닌 대선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외곽조직 중 하나인 ‘철수산악회'가 7월 경 정당등록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아울러 안 원장 지지를 위한 100만 서명운동도 함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웅 실장은 이에 대해 “안 원장이 민주당과 연대하는 과정에서 지지세가 없다면 경선에서 힘들어질 수 있다"면서 “조직과 정책을 지원하는 세력이 없어 불리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그룹을 대선후보 경선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철수 원장의 최측근인 강인철 변호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철수산악회’의 정당등록 추진과 관련 “안 원장과 전혀 상관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당등록이 된다 하더라도 안철수 원장이 철수산악회에 들어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
정찬대 기자 mincho@ilyoseoul.co.kr